명분과 현실사이… 정치권, '김영란법' 망설이는 이유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 2015.02.23 16:32

[the300-김영란법 운명은] 법안 처리 임박, 역기능 방지 필요성 커져

정의화 국회의장이 김영란법 처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집무실을 방문한 이상민 법사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2015.2.2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그러니까 책임을 같이 지자는 거죠. 책임을 지는 게 아니라 같이 하자는 거죠."

이상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3일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 처리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를 찾았다가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여야 원내지도부가 2월 국회 처리를 약속하고 정의화 국회의장도 2월 국회 개회사에서 김영란법이 빨리 통과되도록 하자고 한 만큼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논리다.

이 위원장의 이 발언 속에는 김영란법 처리에 대한 정치권의 고민이 그대로 담겨 있다. 부정부패 척결이라는 법안의 취지에 따라 최종적인 법제화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법적 안정성 미비로 인한 국가의 과도한 국민 생활 침해, 국민들 개개인의 상호불신, 공직자의 복지부동 등 역기능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특히 논란 속에서도 법안 처리가 진전이 되면서 입법 후 역기능이 현실화될 경우 책임 소재에 대한 부담도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법안에 대한 체계 자구 심사를 진행하는 법사위는 이날 오후 김영란법에 대한 공청회를 진행했다. 소관 상임위에서 공청회를 거친 법안에 대해 법사위가 다시 공청회를 여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법안 처리에 대한 고민이 크다는 얘기다.

김영란법이 논란 속에서도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원회를 넘어 법사위까지 올라온데는 여론의 지지가 주요한 동력이 됐다. 특히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부패한 공직사회 개혁의 필요성이 강조되면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여야 지도부도 앞다퉈 조기 처리를 다짐했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당초 정무위에서 법안논의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직후인 지난해 5월 국회 처리를 다짐했지만 이뤄지지 못했고 지난해 7월 박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간의 회동에서 합의한 8월 처리 약속도 불발됐다.


이처럼 여론 지지 속에서도 김영란법 처리가 난항을 겪는 것은 순기능 못지 않게 역기능에 대한 우려도 크기 때문이다.

김영란법은 공직자 등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저해하는 부정청탁 관행을 근절하고, 금품 등의 수수행위를 직무관련성 또는 대가성이 없는 경우에도 제재가 가능하도록 해 공직자 등 우리 사회의 청렴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적용 대상 범위가 광범위해 법적 안정성과 법의 신뢰성이 떨어지고 검찰, 경찰 등 국가 공권력의 개입 여지를 강화하며, 국민 개개인의 상호불신과 부정청탁규정을 이용한 공직자의 복지부동의 수단이 될 우려도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에서도 이런 기대와 우려 사이에서 한동안 진통을 겪었다. 결국 여론 등을 고려해 법적인 검토가 더 필요한 '공직자의 이해상충 방지' 부분을 빼고 금품수수와 부정청탁 부분을 우선 입법해 법사위로 넘기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하지만 법사위에서 다시 과잉입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여야가 합의한 2월 국회 처리도 장담하기 힘들게 됐다.

김영란법 논의의 특징은 조속한 처리를 주장하다가도 직접 법안 심사를 책임을 지는 위치가 될 경우 신중해진다는 점이다. 여론에 민감한 정치인들의 속성상 한발 떨어져 있을 경우 세부 내용보다는 법안의 순기능을 강조하게 되지만 직접 법안을 심의하고 의결해야 하는 경우 역기능에 대한 책임을 져야하는 부담이 생기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이상민 위원장의 경우 김영란법의 조속한 처리를 주장해온 대표적인 인사지만 막상 법사위로 법안이 넘어오자 누구보다 신중해졌다. 여야 지도부도 법사위에서 우선 쟁점을 좁혀야 지도부 차원에서 개입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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