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 시대, '포미(for me)소비'로 나를 찾는 사람들

머니투데이 이지현 기자, 박계현 기자 | 2015.02.27 10:36

[2020 인구절벽-한국사회 뒤흔든다]<3>변화하는 소비구조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30대 직장인 박민우씨. 미혼인 박씨가 최근 가장 큰 관심을 쏟고 있는 것은 자전거다. 그는 봄부터 가을까지 동호회 사람들과 2주에 한 번씩 모여 남한강, 북한강 등을 번갈아가며 자전거 종주를 한다. 종종 금요일 연차를 내 충청도, 경상도 등 다른 지역으로 자전거를 타러 원정을 가기도 한다. 박씨는 자전거에 쓰는 돈 역시 아끼지 않는다. 최근에는 500만원대의 티타늄 소재로 된 MTB 자전거를 구입했다. 올 여름 휴가 때는 이 자전거를 타고 전국 종주를 할 생각이다. 부모님은 박씨를 볼 때마다 "결혼은 안하냐"며 잔소리를 하지만 그에게 결혼은 먼 미래의 일이다.

생산인구 감소로 인한 소비절벽이 다가오고 있지만, 자신을 위해 가치소비를 하는 '포미족'은 점차 늘고 있다. 결혼 연령이 늦어지고 자녀나 배우자 없이 혼자 생활하는 1인가구가 늘면서 건강과 여가생활, 자기계발 등에 돈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것이다. 기업들 역시 이에 발맞춰 '포미족'을 유혹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직장인 이모씨(35)는 지난 연말 국내에 팔지 않는 레고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일본 오다이바의 레고 클릭브릭 매장을 찾았다. 이 매장은 레고 피규어를 부품별로 판매하기 때문에 원하는 스타일대로 조립해서 살 수 있다.

일본직구에 이어 그가 눈독 들이고 있는 제품은 레고 '마블 76042 헬리케리어' 시리즈다. 미국 출시가만 350달러(한화 약 38만원)에 이르는 전문가용 제품이다.

성인층을 겨냥한 레고 UCS(Ultimate Collector's Series) 제품군은 고가지만 찾는 사람이 넘친다. 품절된 뒤 되팔아 높은 값을 받는 '레고 재테크'라는 용어가 생겼을 정도다.

이씨 같은 '키덜트'(어린이(kid)와 어른(adult)의 합성어, 아이 같은 감성과 취향을 지닌 어른을 지칭) 소비자층은 영유아 숫자 감소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장난감업계에 큰 손으로 떠올랐다.


용산 아이파크백화점이 키덜트족을 겨냥해 2012년 문을 연 '토이&하비 테마관'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2배정도 늘었다. 지난달 문을 연 수원의 'AK&' 키덜트존은 개점한 지 2주 만에 1억5000만원 안팎의 매출을 거뒀다.

한국보다 먼저 인구절벽을 맞은 일본의 경우 최근 중장년 포미족의 소비심리를 자극하기 위한 향수마케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일본 대표 가전브랜드 소니에서 진행하는 '어른의 소니'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캠페인을 통해 소니는 최신형 TV와 오디오 제품에 1950~1980년대 향수를 자극하는 콘텐츠를 담아 판매하고 있다. 파나소닉의 경우 진공관 등을 이용한 복고풍 디자인 제품으로 중년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과거에는 가족과 관계를 형성하며 살았지만 1인가구가 늘면서 사회적 고립을 피하기 위해 취미활동을 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자신을 위한 소비를 아끼지 않는 사람들 역시 늘고 있다"고 했다.

그는 "1인가구가 증가하면 주거비와 외식비, 문화생활, 여행비용 등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며 "자신을 위한 소비 패턴 역시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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