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는 사업 제휴 및 공동 사업 추진을 위해 보통주 195만주를 주당 20만573원에 처분키로 결정했다고 17일 공시했다. 거래 상대방은 넷마블게임즈로, 전날 엔씨소프트가 3803억 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한 당사자다.
이로써 넷마블게임즈는 엔씨소프트 지분 8.93%를 보유하게 돼 3대 주주로 올라서게 되며 엔씨소프트는 넷마블게임즈 지분 9.8%를 확보하게 돼 4대 주주로 올라설 예정이다.
넥슨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엔씨소프트로서는 이후 분쟁을 대비해, 우호 지분 확보 차원에서 자사주를 이용해 상호 지분투자를 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업이 중국 인터넷 기업 텐센트다. 지난해 CJ E&M과 넷마블게임즈에 5300억 원 투자를 결정한 텐센트는 넷마블게임즈 3대 주주다.
현재 넷마블게임즈의 지분 구조를 들여다보면 방준혁 CJ넷마블 고문이 지분율 35.88%로 최대주주며, CJ E&M이 35.86%로 2대 주주에 올라있다. 3대 주주는 28%를 보유한 중국 텐센트다.
엔씨소프트가 2만9214주를 취득하면 9.8%를 보유하게 돼 4대 주주로 올라선다. 방준혁 고문과 CJ E&M, 텐센트는 일부 지분이 희석돼 각각 32.36%, 32.35%, 25.31%를 보유하게 된다. 아직 넷마블게임즈는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주가 부양 차원에서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텐센트가 지분 희석까지 감수하면서 이번 엔씨소프트 투자를 허락한 배경에 대해 향후 엔씨소프트가 넥슨과 지분 경쟁을 벌일 경우 텐센트가 '백기사'로 나설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넥슨과 경영권 전쟁에서 위기감을 느낀 엔씨소프트가 텐센트를 우군으로 확보했다는 것.
아울러 넥슨에서 주주제안서를 통해 엔씨소프트의 자사주 소각을 주문했기에 자사주 소각과 우호 지분 확보를 동시에 모색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텐센트는 엔씨소프트가 개발한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블레이드&소울'을 중국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파트너사다.
엔씨소프트의 이번 결정은 최대주주인 넥슨과 협의 없이 이뤄졌다. 넥슨은 지난 16일 저녁 엔씨소프트의 넷마블게임즈 투자 소식에 유감을 표명했다.
넥슨은 "최대주주 입장에서 주주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치는 큰 규모의 투자가 회사의 투자 방향에 대한 소통이 부재한 가운데 이뤄졌다"며 "4000억 원에 가까운 거액의 투자로 10% 미만의 소액 지분을 확보한 점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향후 어떤 시너지를 통해 기업가치 향상에 기여하는지, 진정 주주가치 향상을 위한 투자였는지 지켜볼 것"이라며 "최대주주로서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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