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팩트]재벌사 주당 1원 거래, 헐값에 주식 몰아주기라고?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김지산 기자, 박종진 기자, 김정주 기자 | 2015.02.13 16:57

대부분 완전 자본잠식 상태…기업가치는 '마이너스'가 대부분

편집자주 | 보도되는 뉴스(NEWS)는 일반 시청자나 독자들에게는 사실(FACT)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뉴스가 반드시 팩트가 아닌 경우는 자주 있다. 겉으로 보이는 것만이 진실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발로 뛰는 머니투데이 베테랑 기자들이 본 '뉴스'와 '팩트'의 차이를 전하고, 뉴스에서 잘못 전달된 팩트를 바로잡고자 한다.

재벌그룹 소속 일부 비상장 계열사가 '주당 1원'에 거래되면서 '헐값 매각' '특정인에 주식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해당 그룹들은 이 같은 의혹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한계기업'을 정리한 것일 뿐, 총수 일가족이나 계열사에 지분을 헐값으로 몰아준 '황당한' 거래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주당 1원? 헐값 매각, 몰아주기 의혹"

13일 일부 언론들은 한 재벌정보 사이트의 2013년 이후 자산 5조원 초과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비상장 계열사 주식매매 조사결과를 인용, GS와 이랜드, 삼성, 동부, LS 등 5개 그룹 소속 9개 계열사가 주당 1원의 가격으로 거래됐다고 보도했다.

재벌그룹 계열사의 황당한 거래 '주당 1원' 거래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사실일까.

그룹별로는 △GS그룹 4개사(GS플라텍, 코스모앤컴퍼니, 코스모산업, 코스모촉매) △이랜드그룹 2개사(프리먼트, 리드온) △삼성그룹 1개사 (에스에스엘엠) △동부그룹 1개사(동부팜) △LS그룹 1개사(트리노테크놀리지) 등이다.

이 기업들의 공통점은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면서 완전 자본잠식에 빠졌거나 실적 부진으로 적자가 누적됐다는 점이다. 완전 자본잠식이란 회사의 적자폭이 커져 내부 잉여금이 바닥나고 납입자본금까지 모두 까먹은 상태를 뜻한다.

일각에서 문제 삼는 것은 이들 중 연매출과 자산이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등 회생 가능성이 큰 곳도 있고, 일부는 주식을 인수한 주체가 오너 가족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나 개인이라는 점이다.

◇완전 자본잠식 기업 가치는?

그러나 기업들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과도한 억측'이라는 주장이다.

GS그룹의 경우 올해 1월 계열사인 '위너셋'이 보유 중이던 GS플라텍 주식 105만7000여주(액면가 5000원)를 GS에너지에 105만7000원에 전량 매각했다. 또 코스모화학과 코스모산업은 지난해 11월 보유하던 코스모앤컴퍼니 주식 94만2700주를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에게 94만2700원에 팔았다. 허 회장은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사촌형이다.

코스모앤컴퍼니 등은 보유 중이던 코스모산업 주식 27만8000여주(64.4%)를 허경수 회장에게 넘겼고, 허경수 회장의 아들은 친족들이 보유 중이던 코스모촉매 주식 28만8000주(60%)를 28만8000원에 사들였다.

이에 대해 GS그룹 측은 "이들 4개사 주식을 1원에 매매한 것은 맞다"며 "그러나 회사 상태가 너무 엉망이어서 헐값 인수 논란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기업들이 지난해 4월 발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말 기준 GS플라텍의 자산과 부채는 각각 231억원과 352억원으로 121억원 자본잠식 상태였다. 코스모앤컴퍼니의 자본잠식 규모는 362억원에 달했고, 코스모산업과 코스모촉매도 각각 254억원, 168억원 자본잠식 상태였다.


◇"고용문제 감안한 조치" 반박

LS산전은 보유 중이던 반도체 제조업체 트리노테크놀로지 주식 236만8000여주(66.7%)를 237만원에 개인에게 매각했다. 이 회사의 자본은 2013년 말 21억8000만원 잠식 상태였고, 한해동안 영업손실만 46억원에 달했다.

LS 관계자는 "트리노테크놀로지는 전력용 반도체 설계기업인데 사업이 여의치 않았고 자본잠식 상태였다"며 "사업 정리를 위해 회계법인에 요청해 기업가치 산정을 했고, 이미 자본이 잠식된 상태라 주식평가액은 1원으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솔직히 계열사를 정리할 때 사업을 청산하고 폐업처리하면 기업 입장에서 이득이지만 고용문제가 남는다"며 "이런 상황에서 직원으로 근무하던 분이 경영 의지를 보여서 매각한 것일 뿐 주식 몰아주기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동부그룹 계열사인 동부팜화옹은 보유 중인 농업법인 동부팜 주식 12만7000여주(23.66%)를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자녀가 대주주로 있는 동부팜한농에 지난 2013 년 말 12만7000원에 매각했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동부팜은 자본 부족분이 2012년 73억원, 2013년 83억원에 이를 정도로 자본 잠식 상태였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자본 잠식 상태인 법인의 주식을 주당 1원에 거래한 것은 별다른 문제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동부팜한농이 1원에 지분을 사들일 당시에는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자녀들이 대주주가 아니었다. 동부팜과 동부팜한농의 주식 거래는 2013년 12월이지만 김 회장 자녀들인 김남호, 김주원씨가 대주주가 된 시점은 2014년 7월이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김 회장의 자녀들은 지난해 7월 동부CNI가 회사채 상환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위기에 빠지자 CNI가 보유하고 있던 동부팜한농 지분을 사주면서 대주주(김남호 29.1%, 김주원 26.2%)로 올라선 것"이라며 "주식 몰아주기라는 의혹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사업경쟁력 위한 조치"

국내 최대기업인 삼성전자도 관계사 지분을 주당 1원에 팔았다. 삼성전자는 2013년 12월 보유 중이던 사파이어 기판 제조업체인 에스에스엘엠의 주식 662만여주(30.1%)를 일본계 화학업체인 스미토모화학에 662만원에 처분했다.

2011년 6월 설립된 에스에스엘엠은 현재 스미토모화학과 삼성전자가 각각 80.1%, 19.9%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이 회사는 2013년 말 기준 자산 1912억원, 부채 1825억원으로 자본은 플러스(87억원) 상태를 유지했다. 그러나 2013년 한해 동안 영업손실 471억원, 당기손순실 642억원을 내는 등 적자폭이 확대됐다. 2012년에는 영업손실 320억원과 당기손순실 333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삼성전자 측은 "양사가 각자의 사업경쟁력 제고를 위해 지분조정을 진행했던 사안"이라고 밝혔다.

베스트 클릭

  1. 1 의정부 하수관서 발견된 '알몸 시신'…응급실서 실종된 남성이었다
  2. 2 "건드리면 고소"…잡동사니로 주차 자리맡은 얌체 입주민
  3. 3 "나이키·아디다스 말고…" 펀러닝족 늘자 매출 대박 난 브랜드
  4. 4 [단독]음주운전 걸린 평검사, 2주 뒤 또 적발…총장 "금주령" 칼 뺐다
  5. 5 22kg 뺀 '팜유즈' 이장우, 다이어트 비법은…"뚱보균 없애는 데 집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