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제시장의 성공으로 영화 촬영지인 국제시장의 잡화 가게 '꽃분이네'는 부산 여행을 가면 한 번은 들르는 명소가 됐다. 하지만 몰려든 관광객에 모두가 행복한 것은 아니다.
'꽃분이네' 가게의 바로 옆에서 '체리' 간판을 걸고 보세 옷을 파는 성정숙씨가 그 중 하나다. 이곳에서 장사를 한지 5년째인 성 씨는 다음달 20일이면 가게를 접는다. 옆집 꽃분이네가 명소가 된 탓에 가게 세를 올려줘야 하는 반면 장사는 영화를 찍기 전보다 훨씬 안되기 때문이다.
원래 '꽃분이네'와 '체리'는 국제시장의 상가 건물 모퉁이에 위치한 한 가게였다. 그런데 5년 전 건물주에게 건물을 임차한 1차 임차인이 가게의 한쪽 외벽만 따로 성 씨에게 세를 줬다. 꽃분이네 주인 신미란 씨와 마찬가지로 성 씨도 건물주가 아닌 1차 임차인한테 가게를 빌려 영업을 하고 있는 2차 임차인이다. 성 씨는 5년 전 텅 빈 벽에 옷걸이를 걸고 직접 가게를 꾸렸다. 임차 계약은 오는 3월20일 만료된다.
11일 기자가 국제시장을 방문했을 때 '꽃분이네' 앞은 사진을 찍는 관광객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관광객 중 일부는 '꽃분이네'에 들러 목걸이나 양말 등을 구매했다. 하지만 바로 옆집 '체리'에는 1시간여를 지켜봤지만 가게 앞에 내걸린 베이지색 외투의 가격을 묻는 사람이 한 명 있었을 뿐 물건을 사는 사람이 없었다.
"영화 찍기 전까지만 해도 여기서 장사를 해서 먹고는 살았어요. 그런데 영화가 인기를 끌고 난 뒤에 지금은 전혀 장사가 안됩니더."
관광객이 이렇게 많은데 왜 장사가 안되냐고 물었다. "몰려온다고 해서 장사가 되는 건 아니예요. 물건을 사려면 천천히 손님이 차분하게 물건을 봐야 하는데, 인산인해 때문에 그럴 틈이 없는 거죠. 사람들이 많이 몰려서 사고나 안 나면 다행이죠."
그는 영화 제작자에 대한 원망을 쏟아냈다. "장소 섭외를 할 때면 몇 개월간 매달리다시피 하더니, 지금 이렇게 되고 나서는 나 몰라라 하는 거잖아요. 조용히 장사하는 집에 바람만 불어넣어 놓고…. "
성 씨는 당장 다음 달 가게를 접어야 하지만 장사를 할 만한 다른 곳을 찾지 못해 거리에 나앉을 상황이다. 바람이 있다면 5년 전 자신이 직접 가게 시설을 설치하는 데 든 비용이나 돌려받았으면 하는 것이다.
"영화 찍기 전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렇게 된다면 원도 한도 없겠네요."
기자가 취재를 마치고 인사를 하자 마지막으로 내쉬는 성 씨의 한숨이 늦게 찾아온 겨울 추위보다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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