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와 '예산 전쟁' 나선 원희룡…제주에 무슨 일이?

머니투데이 하세린 기자 | 2015.02.12 05:41

[the300] 제주도, 1636억원 예산 '보복성 삭감' 이후 1634억 추경예산 편성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9일 머니투데이 더300과 인터뷰 도중, 집무실내에 있는 커피메이커 앞에서 소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제공=제주도
'예산감액 → 민원예산 반영 → 증액'
일부 지방 자치단체 예산편성과정에서 되풀이돼 온 관행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이런 담합고리를 끊겠다고 선언하고 나서면서 도의회와 '예산 전쟁'을 벌이고 있다.

해마다 일부 지방의회는 여야 구분없이 한편이 돼 예산감액을 통해 지자체장 길들이기에 나선다. 이어 지역구 선심성 사업에 쓸 예산을 증액해 줄 것을 요구하고, 지자체장은 결국 적당한 선에서 타협한다. 가뜩이나 부족한 지방재정은 이렇게 낭비된다.

제주도의 경우 지난 10일 1634억원 규모의 1차 추경예산을 10일 편성했다. 지난해 도의회가 2015년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1636억원을 삭감한지 43일 만이다. 1000억원대의 예산이 깎인뒤 추경예산을 편성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도의회는 2011년 321억원, 2012년 402억원, 2013년 예산안 520억원, 2014년 643억원 등해마다 예산을 대폭 삭감해왔다. 삭감한 뒤에는 의원들의 지역사업비등으로 항목을 바꿔 같은 금액을 증액하는 일이 반복됐다. 올해도 도의회는 408억원을 감액한 후 수정예산안을 통해 똑같은 금액을 증액하려 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취임한 원 도지사가 도의회의 수정예산안에 부동의하면서 예산안이 부결됐다.

408억원이라는 감액 규모는 제주도의 예산액 대비 1.07%이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평균 감액비율 0.58%보다 월등히 높다. 통상 삭감한 예산은 예비비로 두고, 다음 추경 때 필요한 사업에 쓰는게 상식이지만, 제주도에선 이 금액이 전부 도의원들의 사업비로 다시 예산에 반영돼 왔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될 때까지 (예산 개혁을) 할 것"이라며 "일방적인 예산 증감액 관행을 제 임기 동안 확실하게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9월 구성지 제주도의회 의장이 의원사업비(재량사업 + 공약사업)로 1인당 20억원을 배분해줄 것을 제주도에 요구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제주도와 도의회간 공방이 격화됐다. 20억원 가운데 10억원은 그동안 관행적으로 배정됐던 의원재량사업비 3억3000만원을 상향해달라는 것이었고, 나머지 10억원은 의원들이 선거과정에서 지역에 공약한 주민요구사업비 명목이었다고 제주도 측은 설명했다. 제주도와 도의회가 의원재량사업비 폭을 놓고 한동안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도출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예산심사에서 408억원을 삭감했던 도의회는 지난해 12월15일 408억원을 증액한 수정예산안을 본회의에 올렸지만 원 지사가 부동의하면서 부결처리됐다.
제주도는 사흘뒤 의회의 수정예산안이 아닌 본래의 예산안을 다시 제출했다. 이에 대해 도의회는 1636억원 삭감이라는 초강수로 맞섰다. 제주도가 도의회의 증액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의회가 '보복성 예산 삭감'을 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도의회가 예산을 삭감하면서 법정필수경비와, 지자체가 의무적으로 해야하는 지방비 부담사업의 예산까지도 삭감돼 행정에 차질이 빚어졌다. 제주도는 10일 1634억원의 추경예산안을 제출한 것도 필요경비를 복원해야 할 필요성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삭감돼 통과된 2015년도 예산안엔 의원사업비가 약 400억원 편성돼 있었지만, 도의원들이 요구한 '1인당 20억원 사업비'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제주도는 이번 추경예산안에서는 관련 예산을 아예 편성하지 않는 것으로 '반격'했다.

제주도가 추가경정예산안을 제출했지만 설 연휴 이전에 통과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도의회 운영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편성액이 너무 많아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제주도청 관계자는 "도의회가 1636억원을 삭감하는데는 5시간쯤 걸렸다"며 "의지만 있으면 심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도의원들은 지역구 예산을 다시 증액시킬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원 지사는 증액요구에 동의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어 제주도의 '예산전쟁'의 결말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원지사와 의회간 '예산전쟁'에 대해 새누리당 한 의원은 "의회의 협력 없이 행정을 펴기 힘든 단체장이 결국은 굴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면서도 "제주의 예산 갈등 결과가 다른 지자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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