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에서 '티볼리'를 기획한 이다은 대리(사진·30)가 양산되는 '티볼리'를 처음 본 때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 대리는 상품기획을 맡고 있지만 여성으로는 특이하게도 공대출신이다. 국민대 자동차공학을 전공했다. 수업시간에 여학생이 자신 혼자인 경우도 있었다.
이 대리는 어릴 때부터 기계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그는 "남동생이 놀면서 장난감 총을 다 분해해 놓으면 내가 다 조립을 했을 정도로 이쪽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며 "대학에 들어가면서 자동차가 저와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현대차에서 연구개발을 이끈 이충구 교수가 국민대에 부임하면서 이 교수의 강의를 쫓아다니며 들었다. 이것이 인연이 돼 졸업 후 이 교수의 소개로 KAIST에서 전기차 개발에 참여했다. 현재 서울대공원에서 운행 중인 '코끼리전기열차'가 그가 속했던 팀의 작품이다.
2010년 10월 스물다섯의 나이에 쌍용차로 이직했다. 처음에는 전기차 개발을 제의받고 쌍용차로 이직했다. 이 대리는 "그때는 아직 마힌드라 인수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모험을 하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전기차를 개발하러 왔으나 쌍용차는 당장 회사를 이끌 신차가 필요했다. 그 기획이 갓 입사한 이 대리에게 맡겨졌다. 정해진 것은 소형차라는 것밖에 없었다.
이 대리는 "6명의 팀원 중 경험도 없고 유일하게 여자인 내게 중요한 일이 맡겨졌다"며 "초기 유럽시장 연구를 갈 때는 디자인, 기획, 전략팀에서 비슷한 또래의 여자들 3명만 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는 회사의 전략이었다. 기존의 낡은 이미지를 버리고, 새로운 이미지를 갖기 위해서였다. 이 대리는 "디자인이나 시제품 품평회에서 20~30대의 신입사원들을 참가 시키며 젊은 사람들의 의견을 많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기획 과정에서 이 대리의 당돌함이 나타기도 했다. 특히 좌석에 신경을 많이 썼다. 그는 품평 계획에도 없던 좌석을 동료들과 들고 품평장에 가 임원들에게 보여주고 탑재를 허락받았다. 또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직접 설문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한 '티볼리'를 향한 그의 애정은 남다르다. 미혼인 이 대리에게 결혼을 언제 할 것이냐고 물으면 그는 "'티볼리'가 출시된 뒤에 하겠다"고 대답할 정도였다.
이 대리는 출시 전 보다 지금이 더 긴장된다고 한다. 곧 한국GM의 '트랙스 디젤', 현대차의 신형 '투싼' 등이 출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다은 대리는 "출시 후 3개월이 지나봐야 안다는 얘기가 있는데 경쟁 모델이 나와도 지금 같은 '티볼리'의 인기가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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