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주식투자자가 하룻새 쪽박 찬 사연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 2015.02.08 11:00

[행동재무학]<80>과신이 규율과 통제를 잃게 한다

편집자주 |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미국 주식시장에서 ‘트렌드 추종자(trend follower)’ 전략으로 활발한 블로그 활동을 벌이고 있는 스티브(Steve)는 지난 1월말 자신의 블로그에 20년 넘게 주식 투자를 해 온 오랜 친구가 하룻새 쪽박찬 가슴 아픈 사연을 소개했습니다.

트렌드 추종자 전략은 상투에 사거나 바닥에 파는 실수를 피하기 위해 진정한 트렌드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가 그 트렌드를 따라가는 겁니다. 한마디로 상승세가 나타난 뒤 매수하고 하락세가 드러난 뒤 공매도를 거는 전략입니다.

스티브의 친구인 A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사업을 영위하는 40대 중반의 가장입니다. 그는 복잡하지 않은 개인 사업을 운영하는 덕분에 매일 중간 중간 주식시장을 들여다보며 거래할 여유가 있었습니다.

지난 20여 년간 A는 2~3달에 한 번씩은 스티브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얼마나 주식투자를 잘 했는지 자랑하곤 했습니다.

개인 사업을 운영하며 매일 짬짬이 주식 거래를 하다 보니 A는 자연스레 단기 투자에 치중했고, 어떤 때는 몇 시간 매수(공매도) 포지션을 유지하는 게 전부였습니다. 만약 우연히 시장 트렌드가 길게 이어지면 하루나 이틀 정도 더 기다렸다 매매차익을 실현하는 게 고작이었습니다.

A는 종종 자랑삼아 그가 얼마나 주식투자를 잘 했는지 매매 내역을 엑셀로 표로 만들어 보내주기도 했구요.

그러다 한동안 그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거나 아니면 전화를 해도 주식 얘길 하지 않는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면 스티브는 “그동안 어떻게 지냈냐”며 A에게 주식 투자 성과를 물어보곤 하지만, 사실 묻지 않아도 스티브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A가 주식 투자에서 큰 실패를 한 거죠. 그것도 매번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면서요.

1월 마지막 주 미국 증시는 요동을 쳤습니다. 운 좋게도 A는 그 주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주식 거래로 많은 돈을 벌었습니다. A에게 전화가 다시 오기 시작하면서 스티브는 직감적으로 그에게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목요일 밤, 스티브는 다시 A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A의 전화 목소리가 심상치가 않았습니다. 지난 20여 년간 A에게서 이런 절망의 목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 목요일, 증시는 시작부터 장중에 큰 폭으로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A는 이와 반대 방향의 숏 포지션을 취했습니다. 그리고 시장이 계속 올랐지만 A는 반대 포지션을 포기하지 않고 쥐고 있었습니다. 급기야 오후 들어 A는 추가 매매로 자신의 숏 포지션을 더 키웠습니다. 소위 물타기를 한 셈이죠.

그런데 그는 이날 무슨 일인지 아침과 오후 두 번의 거래에서 평소보다 10배 정도나 많은 규모로 베팅을 했습니다. 평소 A는 단기 매매를 하면서도 매우 신중하고 보수적으로 했었는데 말입니다.

결국 목요일 어떻게 됐냐구요? A는 목요일 단 두 번의 베팅으로 그 주 수요일까지 3일간 벌어들인 투자수익을 모두 날려버렸고, 나아가 투자 자본 거의 대부분을 까먹고 말았습니다.


그가 뭘 잘못했냐구요? 돌이켜보면 너무나 단순합니다.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매매로 많은 돈을 번 A는 과신(overconfidence)의 덫에 빠진 것입니다. 수요일까지 3일 동안의 거래에서 계속 성공을 거둔 A는 ‘다음 번 거래에선 더 큰 돈을 벌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가지면서 점점 매매 사이즈를 키워 나갔습니다.

결국 4일째 되던 목요일, 그는 한 번의 거래에 그가 가진 자본의 상당액을 베팅했습니다. 소위 몰빵을 한 셈이죠. 그리고 시장이 그의 예측과 달리 크게 상승할 때 그는 그냥 쳐다보고 기다리기만 했습니다. 오후에 시장이 자기의 생각대로 하락세로 돌아설 거라 믿으면서요. 그러면 최소한 본전은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말입니다.

하지만 시장의 상승 추세가 오후 들어서도 꺽일 기미가 보이질 않자 A는 슬슬 겁을 먹기 시작했고 급기야 추가로 베팅해, 숏 포지션 규모를 두 배로 늘렸습니다. 하지만 오후 들어선 시장의 상승세는 더욱 확실해지고 있었습니다.

그 뒤 A는 온 몸이 마비된 채로 자리에 꼼짝 못하고 주저앉아 주식시장을 쳐다만 보고 있었습니다. 그가 마지노선으로 걸어 놓은 스톱(stop) 주문이 체결될 때까지 말입니다.

이제 A는 모든 주식투자 자금을 잃고 밑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앞으로 그가 계속 주식투자를 할 수 있을지 스티븐는 잘 모르겠다고 합니다. 과거 A는 몇 번 주식투자에서 실패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땐 쉽게 훌훌 털어 버리고 다시 시작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손실을 만회하곤 했지요.

하지만 이번 경우는 사뭇 다른 것 같습니다. A는 이번 주식투자에서 큰 충격을 입었습니다.

A는 많은 주식투자 지침서를 읽었고, 어떻게 주식투자를 해야 하는 지도 잘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20여 년간 주식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도 터득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한동안 그는 주식투자로 돈을 벌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문제입니다. 그가 주식투자로 돈을 벌면서 자신감이 생기고 투자자본이 점점 커지게 되면서 이 모든 것이 그의 투자전략과 소신을 깨뜨린 것입니다. ‘난 자신있어’라는 과신이 그동안 지켜오던 투자전략을 버리게 만든 것입니다.

A의 주식 실패담을 보면 주식투자자가 지켜야할 규율과 통제는 자기 내부에서 온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나쁜 위험 관리(risk control)는 A의 경우처럼 주식투자자를 한 순간에 망쳐 버릴 수 있습니다. 반면 강력한 위험 관리는 주식시장에서 오래도록 돈을 벌 수 있게 합니다.

스티브는 과신의 위험에 빠져 A처럼 주식 인생이 끝나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며 자신의 블로그를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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