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쐈다고?" '망원동 인공위성' 송호준씨 '셀프디스' 왜?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 2015.02.07 05:20

"세계 첫 개인 인공위성 발사 '꿈과 희망' 전달 목적 아니다…감독과 교신 실패"

다큐멘터리 '망원동 인공위성' 내 송호준 씨 모습/사진=시네마달

"기초과학계가 언제 이런 전성기를 누린 적 있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SF 영화계 정점을 찍은 1000만 관객 영화 '인터스텔라' 흥행 후폭풍은 대단한 것이었다. 과학서적 판매가 눈에 띄게 늘고, 물리·우주과학자들은 주요 기업들에서 쇄도하는 강연 요청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때 마침 등장한 '저예산+토종' 과학 다큐멘터리 한 편도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지난 5일 이 영화가 대형 멀티플렉스극장에 걸리기 때문이다. 이례적이다.

'티셔츠 1만 장을 팔아 모은 돈(1억 원)으로 개인 인공위성을 전 세계 최초로 발사한 미디어 아티스트 송호준 씨'. 영화는 송 씨의 도전기를 담은 '망원동 인공위성(감독 김형주)'이다.

시사회부터 과학기술계 관객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일찍부터 흥행 청신호가 켜진 상태이다.

그런데 제작진이 예측 하지 못한 돌발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 1월 27일 송호준 씨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영화 관련 노코멘트'를 선언한 것. "영화 주제와 제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관련이 없습니다(중략) 영화 개봉을 반기지 않습니다. 시사회에도 모두 참여하지 않습니다."

이어 개봉을 이틀 앞둔 이달 3일에는 다소 격양된 문장이 실렸다. "저(송호준) 모르면서 함부로 좋게 말하지 마시오(중략). 위성 쏘는 게 목적인 적 한 번도 없었소."
송호준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얼핏 보면 모처럼 자신의 존재감을 '강렬하게' 드러낼 수 있는 좋은 기회일 수 있다. 그럼에도 송 씨는 왜 2년간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카메라에 담은 김 감독과 대립각을 세웠을까.

"영화는 송호준 이야기가 아니라 감독의 이야기"라며, 자신이 주인공인 작품에 시쳇말로 '셀프 디스(Self Dis·자기 비하)'를 연달아 '날린' 송 씨를 서울 망원동 지하 1층 작업실에서 만났다.

"저를 인공위성을 처음 쏜 사람으로만 다들 기억하죠? 실은 그것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던지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사람들 반응 전부가 '젊은 청년이 좋은 일을 했네'였어요."

영화 '망원동 인공위성'은 송 씨의 인공위성 제작 5년이란 궤적을 쫓는다. 하지만 그가 인공위성을 쏜 이유, '왜(Why)'에 대한 접근은 보이지 않는다는 게 송 씨의 '영화 평'이다.


"다큐멘터리라는 틀에 맞춰 편집하다 보니 '꿈과 희망을 전파했다'는 식으로 아름답게 포장된 측면이 있어요."

송 씨는 용기·도전이라는 메시지를 던진 야망의 캐릭터로 반응을 얻기를 원치 않았다. 인공위성을 띄운 자신의 의도가 다른 식으로 미화(美化)됐다는 점이 송 씨를 불편하게 했다.

모 전문 영화매체도 영화평에서 "지극히 객관적으로 사실을 전달하고자 하지만, 그 과정은 꿈과 희망으로 치장됐다"고 깎아내렸다. 송 씨만의 생각은 아니었던 거다.
다큐멘터리 '망원동 인공위성' 내 송호준 씨 모습/사진=시네마달

그렇다면 인공위성 프로젝트를 추진한 의도는 뭐였을까. 송씨가 하고 싶은 얘기는 무엇이었을까.

"인공위성을 띄우는 행위를 관객들이 아예 무시해 주길 바랬죠." 선문답도 아니고 납득안되는 괴상한 답변이었다. 재차 물었다.

"인공위성 만드는 법은 ‘오픈소스’로 이미 인터넷에 다 올라와 있어요.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만들 수 있죠. 그러면 '뭔가 다른 본질적인 이유가 있지 않을까'하는 궁금증을 가져주길 바랐어요. 다양한 생각이 제시되고 포용될 수 있는 일들이 마구마구 벌어질 것이란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송 씨 기대와 정 반대로 흐르고 있다는 거다. 스크린에 투영된 인공위성 제작과정은 관객들에게 난해함을 남긴다. 마치 '저것은 송 씨만이 할 수 있는 일'처럼 묘사된다는 의미다.

언제나처럼 사람들은 TV와 영화, 소설 등에서 위안이 되어줄 특출한 인물을 찾는다. 송 씨는 '본인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 대열에 나란히 서게 됐다'고 느끼고 있다.

"사회는 필요에 의해서 그 시대 영웅을 만들죠. 하지만 영웅이 있으면 다양성이 사라지는 부작용이 발생해요. 디자인·문화예술·음악을 보세요. 잘하는 사람이 나오면 유행이 되고, 그 분야에 해당하지 않는 건 무시를 당해요. 성공한 사람들이 무대에 올라야 하는 얘기는 처음에는 위로를 받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돌아서면 엄청난 박탈감을 더합니다. 이 때문에 가장 큰 손해를 보는 쪽은 일반인들이에요. 이 시대 진짜 영웅이라면 자신을 최대한 낮춰 당신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란 가능성을 일깨워 줘야 하는 것 아닐까요."

◆다큐멘터리 '망원동 인공위성'은 어떤 작품

-서울 망원동 지하 작업실에서 직접 만든 인공위성을 우주로 띄운 송호준 작가의 OSSI(Open Source Satelite Initia-tive) 프로젝트를 영상으로 담아냈다. 인터넷에 떠도는 자료를 모아 인공위성을 제작하고, 티셔츠 1만 장을 팔아 인공위성 발사 비용인 1억원을 충당했다. 인공위성을 탑재할 러시아 서유즈 로켓의 발사일이 다가오면서 촉박한 일정을 맞추기 위해 매일 밤을 새는 송 씨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된다. 5일 개봉, 108분, 12세 관람가. 배급사=시네마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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