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철강협회장의 안일한 중국산 크롬강 인식

머니투데이 최우영 기자 | 2015.02.02 06:30

중국산 보론강 꼼수 '우회책'에 대해 단호한 선제적 대처 필요해

지난해 국내 철강업계는 수입재의 비정상적 잠식이 계속됐다. 미국이 2002년 철강 세이프가드를 발동할 당시 점유율인 30%보다 10% 가량 높은 40%의 수입산 점유율이 이어졌다. 주범은 '보론강', 'KS규격 무시' 등을 노린 중국 업체들이었다.

국내 철강업계는 그 중 보론을 미량 첨가한 뒤 합금강으로 분류 받아 중국 정부로부터 세금 환급을 받던 '보론강'에 대해 2010년부터 문제를 제기해온 끝에 결국 지난해 말 '증치세 환급 폐지' 성과를 거둬냈다. 철강협회를 중심으로 한 업계와 정부의 꾸준한 문제제기 노력이 그 원동력이었다.

올해 중국 업체들은 제2의 꼼수를 들고 나왔다. 크롬을 미량 섞은 뒤 또다시 증치세 환급을 받는 방법으로 가격 파괴를 시도하고 있다. 이미 중국 국영철강사 태강은 2월 선적분부터 크롬을 미량 첨가한 철근 수출 계약을 시작했다. 선적 가격은 1톤당 400달러(약 43만8300원)로 현대제철·동국제강이 판매하는 철근 가격 64만5000원(올해 1분기 공급가)보다 32% 가량 싸게 공급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왕양 중국 부총리와의 오찬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을 방문한 권오준 포스코 회장에게 대책을 묻자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권 회장은 "중국 철강업체들이 그렇게 할 수도 있다는 거지, 보론과 크롬은 다르다"며 "중국 정부가 여러 가지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니까 (한국향)수출에 대해서도 좋은 방향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론강으로 인해 '박살'났던 국내철강업계와, 크롬강을 시작으로 마그네슘강 등의 반격용 '작품'을 준비 중인 중국 업체들에 대한 현실 인식이 부족해보인다는 게 뉴스를 접한 철강업계 관계자들의 목소리다. 더욱이 국내 철강업계의 어려움을, 중국 정부의 표면적 호의에 기대 해결하겠다는 안일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권 회장의 발언을 전해들은 한 철강업체 고위 관계자는 "이미 크롬강 오퍼가 돌아다니고 있는데 무슨 소리냐"며 기자를 힐난하던 중, 발언자가 권 회장이라는 말을 들은 뒤 "발언을 직접 듣지 못해 코멘트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안타깝게도 권 회장의 발언은 사실이다.

중국 업체들의 크롬강 꼼수가, 포스코는 생산하지 않는 '건설 철강재'부터 시작되기에 권 회장의 위기 인식이 뒤떨어질 수는 있다. 하지만 권 회장은 포스코 회장이자 동시에 업계를 이끄는 철강협회 회장이다. 지난해 영업익 3조원 달성으로 포스코를 위기에서 꺼냈듯이, 중국산 '꼼수철강'에 고사 직전 위기인 국내 철강업계를 위해 단호한 선제적 대처에 나서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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