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판매회사 도입, 미국식 '제판 분리' 시작되나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김진형 기자 | 2015.02.02 05:30

대세된 설계사 GA 이동, 판매전문회사 도입으로 가속…상품 제조와 판매 분리 시발점

보험판매전문회사가 도입되면 '고삐 풀린' GA(보험대리점)에 대해 '독립된 회사'로 규제가 가능해진다. 현재는 설계사가 1만명이 넘는 GA도 개인 보험설계사와 다른 규제를 받지 않는다. 자본금 규제 없이 등록만 하면 누구나 설립이 가능하고, 불완전판매로 제제를 받아도 우회적인 재진입이 가능하다. 문제가 안 생길 수 없는 구조다.

보험판매전문회사 도입은 미국식 '제판분리(제조와 판매의 분리)'의 초석이 될 수 있다. 보험판매전문회사는 일정 자격을 갖추면 보험 뿐 아니라 펀드, 예금 등 다양한 상품을 취급할 수 있고 보험료 협상권까지 가질 수 있어 전속 설계사 위주의 판매채널에 '빅뱅'이 예고된다.

◇'고삐'풀린 공룡GA, 보험판매회사로 가둔다=1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GA는 여러 보험사 상품 중 소비자에게 가장 적합한 상품을 비교 판매하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실상은 다르다. 더 많은 수수료를 받기 위해 GA끼리 '이합집산'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보험회사를 상대로 판매수수료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이질적인 중소형 GA가 동일한 '간판'을 달면서 대형 GA가 탄생한 것이다. 그 결과 대리점인 GA가 보험회사에 '갑'이 됐다.

특히 이들은 문제가 생기면 다시 흩어졌다가 새롭게 뭉치기를 반복한다. 설계사 1만명이 넘는 GA가 2곳이고, 3000명을 넘는 대형 GA도 9곳이나 되지만 보험업법상 개인대리점이나 설계사와 다를 바 없는 규제를 받는다.

보험판매전문회사가 도입되면 독립된 회사로 규제가 가능해진다. 우선 소비자에 대한 1차적인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 현행법상으로는 GA에서 불완전판매를 할지라도 1차적인 배상책임은 보험사에게 있다. GA는 법상 '중개인'이 아닌 '판매 대리인'인 탓이다. 보험 모집 질서가 혼탁해진 배경에는 이처럼 GA가 직접적인 책임을 지고 있지 않아서란 지적이 많았다. 지난해 9월말 기준 GA채널의 불완전판매율은 0.45%로 보험사 대비(0.40%·상반기 기준) 높은 수준이다

또 자본금 규제를 통해 진입 장벽은 높아진다. 일정 수준 이상의 자본금을 갖춘 회사만 영업이 가능해지는 것. 현재는 GA는 등록만 하면 누구나 설립할 수 있다. 별다른 자본금 규제도 없다보니 GA가 우후죽순으로 생겼고 과당경쟁이 벌어졌다. GA 관계자도 "규제가 없다보니 진입과 퇴출을 반복하면서 시장질서가 많이 혼탁해 진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할 정도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판매전문회사 도입은 울타리 없이 뛰어다니는 공룡을 울타리 안에 가두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식 '제판분리'…채널빅뱅 시작된다=미국 등 선진국 시장에서는 '한 보험사에 소속돼 그 보험사 상품만 파는' 전속설계사 개념 자체가 없다. 보험 상품 제조는 보험사에서, 판매는 판매전문회사에서 각각 나눠서 맡는 '제판분리'가 일찌감치 도입됐다.


판매전문회사 도입은 보험설계사의 GA 이동을 가속화시키면서 국내에도 미국식 제판분리의 초석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GA소속 설계사는 18만5139명으로 전체 설계사의 절반에 육박(46.6%)하고 있다. 일부 손해보험사가 자회사 형식으로 GA를 설립한 데 이어 최근엔 대형 생명보험사인 한화생명이 GA를 설립했고, 업계 1위인 삼성생명도 설계사 1000명 수준의 GA 설립을 검토 중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008년에도 판매전문회사 도입을 위해 보험업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보험회사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보험사들이 GA 규제를 원하고 그들 스스로도 GA를 설립했기 때문에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GA의 판매전문회사 전환을 위한 당근을 검토하고 있다. 우선 보험상품 외 다른 금융상품의 판매 허용이다. 한 GA 관계자는 "판매전문회사를 도입한다고 하면서 규제 일색이라면 GA입장에서 반가울 게 없다"면서 "다른 상품도 판매할 수 있게 길을 열어줘야 수익성 확보가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보험료 협상권도 판매전문회사 전환을 위한 당근이다. 판매전문회사에 보험료 협상권을 부여하면 가령 보험사로부터 판매수수료 10%를 받기로 한 판매회사가 자신들이 챙길 수수료 중 일부를 포기하는 대신 그만큼 보험료를 낮춰 판매를 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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