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해서 망한 그대, 또 투자해준다?"

머니투데이 하세린 구경민 기자 | 2015.01.29 15:02

[정치, 미래산업을 논하다 크로스파티 토론회] 고영하 고벤처포럼 회장 발제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정치, 미래산업을 논하다‘ 크로스파티(Cross-Party)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

"한국의 가장 우수한 젊은이들은 대개 고시를 하거나 대기업에 취업을 합니다. 창업을 기피하고 있는 거죠. 그래서 우리나라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기 어려운 환경입니다. 그러나 중국 젊은이들은 미국 젊은이들과 같이 창업 전선에 나서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성장동력이 만들어지는 역동적인 경제시스템인거죠."

고영하 고벤처포럼 회장은 29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여야 국회의원들과 공동으로 개최한 '정치, 미래산업을 논하다 크로스파티(Cross-Party)에서 '창조경제와 창업'이라는 주제발표를 하며 이같이 말했다.

고 회장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창조경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젊은이들이 창업에 나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봤다. 그는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애플·구글·페이스북과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인 토요타·소니·미쓰비시를 비교했다. 일본의 대표기업들은 100년을 넘은 오래된 기업들인데,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은 신생회사들이라는 점.

"미국의 가장 우수한 젊은이들은 왜 내가 남 밑에서 일해야 하느냐고 생각합니다. 세상을 변화할 수 있는 것을 통해서도 부와 명예를 취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끊임없이 성장동력을 만들어내고 있는 겁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공무원이나 대기업 등 안전한 직업을 선호하지, 창업 같은 도전을 기피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 경제가 일본의 장기불황을 닮아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중국의 추격이 만만찮다. 고 회장은 알리바바·바이두·텐센트·샤오미 등 중국의 대표 기업들이 젊은 기업들로 성장동력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반면,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들은 일본의 '노쇠 기업'들과 같이 정체돼 있다고 지적했다.

"한 사회가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가기 위해서는 창조력과 상상력에 기반한 성장동력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우리사회는 모방경제를 통해서 선진국 벤치마케팅을 잘해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추격자 전략을 통해서 성장해왔습니다. 패스트팔로어(fast follower) 전략을 써서 경제성장을 했는데 문제는 우리보다 빠른 추격자가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창조경제로 나아가기 위해 기업과 사회,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고 회장은 창조경제가 제대로 되려면 우선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로마제국은 식민지의 노예가 황제가 되는 시스템을 갖고 있어서 번성했습니다. 지금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들이 혁신 역량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그것을 애플이나 구글이 사들이는 개방형 혁신 시스템이 잘 이뤄지고 있죠.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제값 주고 스타트업을 사지 않습니다. 아예 기술자를 빼가거나 베끼려고 하지, 제값주고 사가는 문화가 없어요."


고 회장은 이와 함께 우수한 젊은이들이 창업을 하도록 독려하려면 실패를 용인하는 시스템과 사회 안전망 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선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이 융자로 창업자금을 조달하는데, 실패하면 바로 신용불량자가 되는 사회에서 누가 창업을 하려고 하겠느냐는 것.

"창업은 원래 대단히 리스키(risky)한 것입니다. 미국에서도 창업하면 최소한 3.4회는 실패해야 성공한다고 해요. 그런데 미국에서는 엔젤투자문화가 굉장히 활성화돼 있죠. 엔젤투자자만 30만명입니다. 젊은이들이 괜찮은 아이디어와 열정만 있으면 아무 조건 없이 투자를 해서 그들이 부담 없이 창업에 나서고 있죠. 그리고 그 실패 이유가 돈을 낭비하거나 엄한 짓을 해서가 아니라, 최선을 다해서 망했다고 하면 수업료도 많이 지불했으니 또 투자를 하는겁니다. 그래서 성장동력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창업문화를 독려하기 위해 정부는 어떤 정책을 펼쳐야 할까. 고 회장은 끝으로 핀란드의 예를 들었다. 2009년 핀란드 경제의 25%를 차지하던 노키아가 망했을 때 핀란드 GDP의 8.3%가 줄고 4만명이 해고됐다. 그러나 핀란드 경제는 3년 만에 GDP가 2.3% 성장했다.

고 회장은 "핀란드 관료한테 물어보니 '노키아가 망해서 좋아졌다'고 하더군요. 말이 안되다고 했더니 핀란드의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 노키아 안에 있을 때는 평범한 월급쟁이에 불과했는데 이 친구들이 다 거리에 나와서 삼삼오오 모여서 창업을 했다고 합니다. 3년 만에 혁신을 이뤄내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내서 핀란드 경제의 체질이 바뀌었다는 것이죠." 물론 이 배경에는 핀란드 정부가 있었다. 핀란드 정부는 2011년 노키아 해고자들 중 창업 희망자에게 4000만원씩 지원하는 등 창업 생태계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고 회장은 "대한민국의 미래는 우수한 젊은이들이 얼마나 많이 창업에 도전하느냐에 달려있다"며 창업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가 초기자금 마련 방안을 융자에서 투자로 전환하는 등 창업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많은 정책을 내놨고 나름대로 결실을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투자하는 R&D(연구개발) 예산에 비해 생산력이 떨어지는 부분 등을 보완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이날 벤처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는 새누리당 정두언·김세연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원혜영·장병완·홍종학·김영환 의원 등이 참석했다. 크로스파티 토론회는 앞으로도 2월12일(목), 2월26일(목), 3월12일(목) 등 총 4회에 걸쳐 진행된다. 각각 히든챔피언, 사물인터넷(IoT), 문화·콘텐츠 산업을 주제로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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