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교사들 "음식 안 권하고 바로 치워요"

모두다인재 김현정 기자 | 2015.01.30 10:54

인천 아동학대 사건 부작용 확산…외부 시선 두려워 생활지도 포기

2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인계동 수원시청 대강당에서 행복한 보육을 위한 ‘아동학대 예방실천결의대회’에 참석한 수원시어린이집연합회 회원이 현실에 직면한 보육교사의 위치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사진=뉴스1 제공
#전북 전주시에 위치한 어린이집에서 7세반을 담당하는 조 모씨는 최근 아이들을 지도하는 데 불편을 겪고 있다. 보육교사 아동학대 논란이 불거지면서 아이들과의 신체접촉이 민감한 사항이 됐기 때문이다. CCTV화면에 잘못 비쳐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어 그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것을 자제하고 있다. 식사시간에도 아이들이 먹고 싶지 않다는 음식은 권하지 않고 바로 치운다.

아동 학대논란이 지속되면서 어린이집 교사들이 위축되고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는 음식은 권하지 않는 등 생활지도에 있어서도 소극적인 태도로 바뀌었다. 사소한 행동도 학대로 여겨질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서다.

광주광역시 광산구에 위치한 어린이집에서 3세 영아를 담당하는 이 모씨는 "CCTV에는 내 의도가 나오지 않고 행동만 나와 오해를 살 수 있다"며 "아동학대 논란이 불거진 이후 아이들 근처에 갈 수 없다는 것이 제일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아이들도 선생님들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며 "책상에 올라오고 뛰어다니는 등 더 말을 안 듣는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혹여 'CCTV확인을 위해 학부모가 다녀간 어린이집'이라는 오명을 쓰게 될까 두려워 모든 행동을 조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아이에게 생긴 작은 상처도 학대의 흔적으로 오해할까 전전긍긍하기도 한다.

전북지역 한 어린이집 관계자는 "영아반 선생님이 아이 얼굴에 뾰두라지가 난 것을 보고 학대로 오해할까봐 일지를 작성하는 것을 봤다"며 "예전에는 아이가 친구들과 놀다가 그런 것 같다고 설명으로 끝날 일인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아동교육 전문가들은 경직된 교육환경이 아이들을 위한 적절한 지도를 방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형숙 중앙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는 "아이들이 어릴수록 스킨십이 교육적인 측면에서 상당히 중요하다"며 "신체접촉이 학대로 여겨지는 상황에서 아이들과의 상호작용마저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사들이 식습관 지도를 통해 아이들이 안 먹는 재료를 먹이려는 과정에서 말투나 억양이 강하면 오해를 살 수 있다"며 "교육적인 지도의 수준을 어디까지 둬야 하나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CCTV 설치에 대해서는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우려의 시각도 나타냈다. 조 교수는 "아이들의 보호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교사가 보호받기 위해서도 CCTV는 필요하다"며 "간혹 아이들이 상상의 거짓말을 해 교사가 하지 않은 행동을 부모에게 전달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런 경우 CCTV로 판독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CCTV의 필요성에 동의한 김지현 명지대 아동학과 교수는 "하지만 CCTV는 사후에 어떤 일이 있어났는지 확인할 때 도움은 될 수 있겠지만 사고를 예방하는 측면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CCTV 감시보다 중요한 것은 교사들의 보육철학과 마음가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기계로 선생님을 실시간 감시하는 체계는 교사들을 잠재적 범죄 집단으로 보는 것"이라며 "질 높은 교육을 하겠다는 보육교사의 의지를 꺾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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