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투자풀까지? 증권금융에 금투업계 반발기류

머니투데이 조성훈 기자 | 2015.01.29 08:16

업계 "노하우 없는 증금에 중소연기금 투자풀설치 부적절, 줄세우기 우려"

금융당국이 지난해말 한국증권금융을 ‘연합 연기금 투자풀’ 운영기관으로 지정한 것과 관련, 금융투자업계에 반발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증권금융은 증권사들에 대한 자금 공급원으로 갑의 위치에 있는데 연기금 투자풀까지 운영하면 ‘슈퍼갑’으로 군림할 것이라는 우려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주식시장발전방안을 발표하면서 ‘중소형 사적 연기금 투자풀 설립운영’ 계획을 포함시켰다. 사립대학 기금이나 각종 사적 공제회 등 중소형 연기금은 국민연금 등 대형 연기금에 비해 자산운용 능력이 부족한 만큼 전문성 있는 운영위원회를 통해 주식과 채권 등에 투자하도록 하면 수익성도 올리고 자본시장에 활기도 불어넣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취지다.

금융위는 가칭 ‘연합 연기금 투자풀’을 설치하고 실무를 담당할 사무국을 증권금융에 두기로 했다. 증권금융에 설치되는 ‘연합 연기금 투자풀’이 운영위원회를 조직해 각 중소 연기금과 계약을 체결하면 운영위가 중장기 자금은 별도 선정한 운용사에 맡기고 단기자금은 증권금융에 예치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증권금융에 대한 금융투자업계의 시선이 곱지 못하다는 점이다. 주식 투자자들이 증권사 계좌에 넣은 예탁금은 고스란히 증권금융에 예치된다. 증권금융은 이 돈으로 증권사들에 자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다. 증권금융은 예탁권 관리에 대한 독점권을 부여받아 불황에 관계없이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고있다. 증권금융은 2013년 기준으로 자산규모만 52조원, 당기순이익은 1154억원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금융은 단기자금을 운용 관리하는 기관으로 장기자금 운용과 관련해서는 노하우나 경험이 없는데도 왜 금융위가 증권금융에 연기금투자풀 사무국을 설치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연기금투자풀 사무국은 위탁운용사를 선정하고 관리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인 만큼 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할 것”이라며 “이는 증권금융의 본원적 기능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연기금의 자금을 배분한다는 명목으로 증권금융의 주주인 금융투자회사들을 줄세우기 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도 있다. 금융위는 사립대학 기금을 유치하기 위해 주식시장발전방안 협의 과정에서 교육부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소관부처가 제각각인 공제회의 경우 여전히 금융위 통제를 받는데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은 2013년에 금융당국이 공제회의 자산운용을 감독하도록 입법화를 추진했지만 공제회와 소관부처들의 반발에 부딪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중소형 사적 연기금 자금 중 사립대 자금은 4조7000억원에 그치고 공제회 자금이 57조원 규모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위 산하인 증권금융에 사무국을 설치하면 공제회가 참여를 주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증권금융의 연기금 투자풀 유치에는 금융위원회 출신인 박재식 증권금융 사장의 적극적인 노력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박 사장은 행시 26회로 기획재정부 국고국장, 금융위 금융정보분석원 원장 등을 거쳐 2012년 11월부터 증권금융 사장을 맡고 있다.

이에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공제회들은 기획재정부의 연기금 투자풀 가입을 원했지만 법 규정에 기재부 연기금 투자풀 가입은 공적 연기금만 가능해 대체 기관을 찾다 단기자금을 운용하는 증권금융에 사적 연기금 투자풀 사무국을 설치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다만 “증권금융의 ‘갑질’ 우려에 대한 주의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베스트 클릭

  1. 1 '선우은숙 이혼' 유영재, 노사연 허리 감싸더니…'나쁜 손' 재조명
  2. 2 '외동딸 또래' 금나나와 결혼한 30살 연상 재벌은?
  3. 3 '눈물의 여왕' 김지원 첫 팬미팅, 400명 규모?…"주제 파악 좀"
  4. 4 '돌싱'이라던 남편의 거짓말…출산 앞두고 '상간 소송'당한 여성
  5. 5 수원서 실종된 10대 여성, 서울서 20대 남성과 숨진 채 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