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설명회보다 더 중요한 '엄마 ○○'

맘잡고 김현숙 대표(소셜협력 도우미) | 2015.01.26 10:09

[모두다인재 교육칼럼] 김현숙의 '부모덕 부모탓'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 맹자가 어릴 때 공동묘지 근처에 살았는데 매일 곡 하는 흉내를 내고, 이어 시장 근처로 이사 하니 물건 파는 흉내를 내었다. 맹모가 마지막으로 이사한 곳은 글방이 있는 동네였고, 맹자는 글을 읽고 예법을 익혀 훌륭한 사상가가 되었다. 현모의 본보기로 자식 교육을 위해 세 번이나 이사를 한 맹자의 어머니에 얽힌 일화이다.

많은 교육업체, 학원 등에서 新맹모삼천지교를 내세운다. 엄마들도 이에 부응해 자식 공부 환경에 지장이 많은 동네를 피해 가장 적합한 환경으로 이사하고(주로 학원 밀집지역이 되겠지만), 아침부터 밤 10시까지 학교와 학원을 돌게 하고 뒷바라지 하는 데 여념이 없다. 엄마들의 이와 같은 헌신을 보면 정말로 현대판 맹모가 따로 없을 듯 하다. 그런데 맹자 어머니의 교육열은 본받아 마땅하지만, 그런데 어떻게 그리 껍데기만 쫓게 되었는지 안타까움이 솟는다.

교육을 위해 환경이 중요하다는 점을 맹자 어머니는 익히 알고 있었다. 맹자는 공동묘지 근처에 살면서 생로병사를 목도하고, 부자든 가난한 자든, 권력이 있건 없건 누구나 다 죽음 앞에 공평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시장에서는 이전투구와 아귀다툼, 상부상조와 생존 경쟁을 반복하는 인간 군상의 치열한 삶의 이치를 깨닫게 되었다. 맹자가 글방 근처로 이사가 책상머리로 공부했기 때문에 훌륭한 현자가 된 것이 아니라, 앞서 이곳 저곳의 세상을 경험한 것에 학습을 더한 결과였다. 맹자의 어머니가 자식을 위해 세 번이나 이사를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양한 체험을 통해 아들이 스스로 질문거리를 얻고 깨우치도록 도왔으니 실로 지혜롭고 현명한 어머니의 롤 모델이다.

이 대목에서 필자의 심상에 그려지는 맹모는 평소에 자식과 대화를 많이 하고, 자식으로 하여금 '왜? 어떻게?' 자문하고 답을 찾아가도록 돕는 자애와 훈육의 이미지다. 내 자식이 입신양명하고 행복해지길 바라지 않는 부모가 이 세상 어디 있을까마는, 가만 들여다 보면 맹모삼천지교의 겉모습 흉내만으로 부모 노릇을 다 하고 있는 양 생각하는 엄마들이 많기도 많다.

한 마디로, 엄마들이야말로 깨우침이 필요하다. 자식이 공부 안 한다고 늘 노심초사 하면서 정작 자기 자신은 한 달에 책 한 권을 읽을 시간이 없다. 입시설명회는 쫓아다녀도, 아이와 함께 일상의 다양한 삶과 직업세계를 체험할 시간은 없다. 아이 학습정보를 교환할 목적으로 또래 엄마를 만난다지만 차 한 잔 앞에 놓고 사랑스런 아이들 얘기며 세상 얘기며 하다 보면 어느덧 2~3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학원 챙기고 밥 챙겨주고, 그렇게 하루가 지나가고, 정작 아이와 하루 평균 대화시간은 여러 통계가 말해주듯 채 30분을 못 넘긴다.

맹자의 어머니가 어린 자식을 위해 이렇게 시간을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맞벌이 가정과 외벌이 가정 등 형편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대학 진학률이 70%를 넘는 통계가 있고, 대학생 10명중 무려 9명이 전공선택을 후회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접하고 보면, 껍데기만 쫓아 대학입시에 몰입한 엄마들의 성적표가 참으로 부끄럽다.


엄마의 자식교육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은 엄마가 공부하는 것이다. 일례로 엄마가 자녀에게 희망을 거는 직업 진로라고 하는 것은 대부분 유명 대기업 아니면 공무원이다. 그 엄마 품에서 자란 자녀의 직업관과 진로계획이 단조로워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해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니다. 오죽하면 우리나라에서 기업가정신 제대로 가르치려면 엄마를 떼어놓는 게 우선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일까.

생각만 해도 가슴 두근거리게 하는 도전 거리를 엄마가 어릴 때부터 일찌감치 마련해주고 기회를 주는 것이야말로 新맹모삼천지교라 생각한다. "오늘 학교에서 뭐했니?"와 같은 질문 아닌 질문법에서 벗어나, 꼬리에 꼬리를 무는 흥미로운 대화가 되려면 엄마가 먼저 아이의 호기심과 취향을 파악하고 그 분야 다양한 문화 역사, 직업 진로와 연결된 살아 있는 콘텐츠를 확보해야 가능하다. 입시설명회를 열심히 찾아 다닌 엄마는 그렇지 않은 엄마보다 자녀를 원하는 대학에 더 많이 입학시길 것이다. 그러나 대학을 넘어 자녀에게 일찌감치 세상을 보여준 엄마는 자녀로 하여금 인생의 한 순간까지 가치 있게 사는 평생학습방법을 열어줄 것이다. 엄마들이여! 공부하자.

◇김현숙 대표는…
㈜안랩 창립멤버로서 안랩 내 주요 사업 책임을 거쳐 안랩중국법인 대표, 동그라미재단 사업책임자를 끝으로 소셜벤처 ㈜맘이랜서(현 맘잡고)를 설립했습니다. 엄마를 돕는 소셜협력 네트워크 맘잡고 플랫폼을 바탕으로, 여성 전문인력 교육 및 일하는 엄마 아빠를 위한 일·가정 양립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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