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선의 컬처톡톡]학(學)- 테크 어떠세요?

머니투데이 황인선 문화마케팅 평론가 | 2015.01.31 06:12
나는 요즘 지식도 있고 경험도 있고 네트워크도 좋은 분들을 만나면 학교를 세우시라 찔러본다. 왜냐고? 자기 혼자 뭘 할 수가 없는 세상이고 꿈은 남았는데 호르몬은 줄고 나이는 너무 쉽게 먹어간다. 나보다 우리로 할 일이 남았다는 얘기다. 거기다 지금 대학에서 가르치는 것은 한계가 있고 교육과 삶의 가치를 상실한 강사들은 널린 반면 글로벌 교육은 이제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의 예처럼 대규모, 온라인, 개방이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 교육 권력의 벽이 뚫린다는 얘기다.

여기 선구자들이 있다. 2004년부터 스스로 모인 수백 명 학생들에게 인문학을 가르치는 부산의 '인디고 서원'은 선구자고 이에 자극받은 서울의 '길담 서원', 백년을 살 물고기를 꿈꾸는 부산의 '백년어 서원'(카페학교) 등도 이미 세워져 자발적 학생을 배출한다. 한 개인이 평생 모은 사재를 털어 지원한 인문, 과학, 예술 융합의 '건명원'이란 것도 2015년에 만들어질 모양이다.

위생용기회사가 운영하는 '락앤락 서포터즈'나 KT&G가 운영하는 '상상 마당'과 '상상 유니브'도 어떻게 보면 기업이 운영하는 주부, 청춘학교다. 학교 커뮤니티는 이렇게 개인에게나 기업에게 새로운 기회를 준다. 모 기업들에서 하는 자사에 필요한 기능만을 가르치는 기능 양성소가 아니다. 이들 학교의 특징은 특정 전문 내용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은 어떻게 변하고 있고, 세상에서 어떻게 나로서 우리로서 살아가고, 거기서 나와 우리가 어떻게 연대할 것인가를 배우는 공부란 것이다.

베스트셀러 작가 알랭 드 보통도 2008년부터 런던에서 인생학교를 운영하는데, 지금은 글로벌 프로젝트(?)로 확산됐고 그들은 그 배움의 결과를 일, 돈, 섹스, 정신, 실천 편 등으로 써내 공유한다. 1회 강연으로 끝나는 수신전용의 TED와는 다른 모델이다. 알랭 드 보통은 자신이 케임브리지 대학을 나왔지만 자기가 기대했던 대학이 아니라 그저 직업 훈련소일 뿐임을 깨닫고 학교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 학교들은 우리가 알고 있던 학교 개념을 파괴한다. 자유롭고 같이 하고 참여하는 학교 공부다. 학위, 교정, 교과서, 학벌 다 깨버린다. 또 다른 학벌인 대안학교와도 사뭇 다르다. 그런데 이건 어찌 보면 그다지 새로운 방식도 아니다. 2000년도 전에 공자, 부처, 소크라테스, 플라톤도 다 그랬으니까. 그들은 경세의 사상을 세우고 학교를 만들어 공동체를 운영함으로써 뜻을 같이 하는 제자의 힘으로 마침내 세상을 바꿔나갔다. 적게는 수십 명에서 많게는 수천 명의 제자를 양성했다.

결과는 황제나 왕조보다도 강했다. 중국의 황제나 왕조는 이들보다 훨씬 단명했으니. 춘추전국 시대에 공자(유가)보다 훨씬 세력이 컸던 묵가는 제후들의 힘이 셌던 통일 한나라가 탄압한 것도 있지만 제자들이 힘을 쓰지 못하면서 잊혀졌다. 겸애와 비공(非攻), 지독한 근검과 실천을 강조한 묵가의 가르침은 그러나 청나라에 들어서 다시 복원되고 반전사상, 반(反) 권력의 실천과 사랑철학으로 지금 또 주목 받는다. 그만큼 생명력이 있는 것이다.

100세까지 지겨워서 어떻게 살지 하면서 돈과 땅과 이기심을 움켜쥐고 사는 분들! 많이 배우고 많이 가져 모종의 로비스트, 고상한 취미생활 하시는 분들! 화려한 노(老)-테크도 좋지만 이렇게 학(學)-테크를 꿈꾸는 것은 어떠신지? 기업들은 기업의 새로운 미션인 공유가치 창출(CSV)이나 고객 관리를 추상적으로 고민만 하지 말고 이렇게 학교 커뮤니티를 통해서 공유가치를 창출해 봄은 또 어떠실지? 불안과 분노와 비겁함으로 억눌린 채 스펙에만 목 매 학교 다니는 이 땅의 우리 자식들이 진실로 딱해 보인다면. 이들이 혹 우리들의 꿈을 이루어 줄지도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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