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이번 주내 발표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지만, 청와대 내부에서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교체된 한 수석비서관은 일부 기자들과 오찬을 잡고 발표 전 장소까지 예약했다가 취소했다. 자신의 거취에 대해 사전 통지를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이 그 만큼 '민심이반'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정윤회 문건 유출' 파동부터 '13월의 세금 폭탄' 논란까지 잇따른 악재로 국정지지율이 2주 사이 10%포인트나 떨어진 30%(23일 한국갤럽 발표)를 기록했다. 국정 전반에 획기적인 변화가 없으면 집권 3년 차에 국정 동력을 상실하고 조기 레임덕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레임덕 마지노선으로 보는 지지율이 30%다.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와 새누리당의 정당 지지도도 역전됐다. 청와대 내에서 당청관계에서 힘의 균형추가 당으로 기울 수 있다는 위기감도 나왔다.
박 대통령은 "소폭 개각" 방침만 밝혔을 뿐 총리 교체 가능성을 전혀 언급하지 않아 정 총리의 유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여의도발 '이완구 총리설'이 꾸준히 흘러나왔지만, 원내대표 임기를 고려할 때 5월에나 가능할 것이란 해석이 뒤따랐다.
예상을 깨고 이 내정자가 조기등판했다. 그만큼 집권 3년차 국정의 안정화와 성과가 절박했고, 다급했다는 의미다. 이 내정자는 친박계 중진이자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로 야권에서도 괜찮은 평가를 받고 있다. 악화일로의 당청 관계 회복은 물론 정 총리 교체 요구를 수용하면서 야권과의 소통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정치인이라 인사청문회 통과가 수월할 것이란 기대도 섞였다.
'전격 발표'라는 점은 완성되지 않은 안을 내놓은 것에서도 드러났다. 민정·안보·홍보·사회문화 특별보좌관만 내정했을 뿐 정무특보단과 추가 국정과제별 특보 인선은 미뤘다. 2차 개편 및 인사가 뒤따를 것이란 의미다.
인적쇄신의 척도 중 하나로 여겨진 김기춘 비서실장의 거취도 언급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20일 국무회의에서 청와대 조직 일부 개편 예고와 함께 "심기일전"을 강조했다. 청와대와 내각 개편이 마무리될 때 김 실장 '교체 카드'를 꺼내들며 또 한 차례 일신의 모습을 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발표된 청와대 개편안의 골자는 '정책과 소통 기능'의 보강이고, 이는 정책조정수석실과 특별보좌관단 신설로 구체화 됐다. 집권 3년 차 국정동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성공적으로 이끌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국정기획수석실을 정책조정수석실로 개편한 것은 정책 컨트롤타워 부재로 정부 부처와 혼선을 빚는 등 정책집행의 추동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노무현·이명박 정부가 운영했던 정책실을 부활시켜 안종범 경제수석이 겸직케 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이미 비서실장, 국가안보실장, 경호실장 등 3실장 체제에 정책실장까지 더하면 청와대가 너무 비대해진다는 점이 받아들여졌다.
정책수석은 선임수석으로 각 수석실의 정책을 조정하고 조율하게 된다. 현정택 내정자는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으로 대통령 경제수석과 KDI(한국개발연구원) 원장을 역임한 경제 전문가다. 정권 출범부터 함께 했던 유민봉 국정기획수석이 19개월 여만에 물러남에 따라 원년 수석 멤버 중 주철기 외교안보수석만 자리를 지키게 됐다.
박 대통령은 연두 기자회견에서 청와대 조직개편 이유를 "국민과의 소통"으로 꼽았고, 이를 위해 특별보좌관을 신설했다. 이날 내정된 특보는 모두 비정치인으로 해당 분야 전문가다. 정부 정책에 대한 각계의 여론을 취합해 박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추후 발표될 정무특보단에는 전현직 의원 등 중량감있는 정치인 출신이 기용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국정과제별 특보 인선도 추가로 이뤄질 예정이다. 일부 수석 교체에 이어 비서관 진용에도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최상화 춘추관장은 사의가 수용됐고, 행정관들의 연쇄적인 이동도 예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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