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화재 발생 시마다 그 중요성이 회자되면서 난연 자재는 얼핏 화재 앞 '천하무적'처럼 인식돼왔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히 해둘 점은 난연 자재도 불에 탈 수 있다는 것이다. 불에 타는 자재에 난연이라는 말을 붙였다니 난센스가 아닌가 싶지만 말의 의미를 찬찬히 곱씹어보면 의문이 풀린다.
'어려울 난'(難)에 '불탈 연'(燃)이라는 한자어가 조합돼 만들어진 '난연'이라는 단어는 말 그대로 불에 타기 어려운 성질을 뜻한다. '어렵다'는 말은 엄밀히 말해 '불가능'을 의미하진 않는다. 경우에 따라 가능할 수도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난연 자재는 일반적으로 건축 내·외장재에 난연 기능을 더한 제품을 지칭한다. 연소 가능성이 있지만 특수처리를 통해 연소까지 걸리는 시간을 늦춰주고, 그만큼 연소 시 발생하는 유독가스의 양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난연 자재다. 난연패널, 난연필름, 샌드위치 패널 중 난연재를 쓴 것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불연 자재는 10분 이상 열을 가해도 잔불씨가 남지 않으면서 자체 열 발산이 없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대리석이나 석재, 콘크리트와 무기계 단열재인 그라스울, 미네랄울 등이 여기에 속한다.
난연과 불연 자재 사이에는 준불연 자재가 존재한다. 불연 자재와 마찬가지로 준불연 자재 역시 10분 이상 가열해도 잔불씨가 없지만, 연소 시 유독가스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석고보드와 인조대리석이 대표적이다.
물론 불연 자재라고 준불연이나 난연 자재보다 무조건 품질이 좋다고 말하긴 힘들다. 단열재 등 보온을 목적으로 쓰이는 건축자재의 경우 불연 성능이 너무 높아도 좋지 않다. 불연 성능이 높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열전도율이 그만큼 낮다는 의미로, 단열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충족하는 데 방해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화재 안전성과 단열성 사이의 접점을 찾는 일이 단열재 업계의 오랜 숙제로 남아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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