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미스매치' 인구 줄어도 일할 곳 없다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 2015.01.28 08:28

[2020 인구절벽-한국사회 뒤흔든다]<2>번지는 고용대란

#20여명이 근무하는 중소제조업체인 A사는 최근 생산직 인력을 추가로 뽑으려 했지만 도저히 구할 수가 없었다. 200만원을 밑도는 월급 수준이 알려진 순간 젊은이들은 손사래를 치기 바빴다. 결국 A사는 중국인 근로자를 고용했다. 외근인 근로자를 쓰면 복잡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당장 기계를 돌릴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해외에서 유학 중인 석·박사 및 경력사원을 대상으로 '현대 글로벌 톱 탤런트 포럼'이 열렸다. 현대자동차가 해외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2011년부터 실무면접을 대신해 진행하고 있는 아이디어 포럼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서는 해외 우수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국내 청년층의 중소기업 기피와 대기업의 해외인재 채용이 겹치면서 중소기업과 청년구직자, 대기업의 눈높이가 서로 맞지 않는 '일자리 미스매치'가 심화되고 있다.

임금 수준과 기업 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중소기업은 청년층이 거부하고, 중요하지 않은 '스펙'만 가득한 국내 대졸자들을 대기업들이 피하고 있다. 해외에 진출한 기업들은 현지에서 전문 인력을 채용하고 있으며, 국내에서 전문직에 종사하는 외국인도 늘고 있다. 실제로 이같은 현상이 심화되면서 지난해 대졸자들의 취업률은 58.6%로 2013년에 이어 2년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특히 중소기업과 청년들의 '미스매치'는 심각한 수준이다. 청년실업률은 2013년 8%로 평균 실업률(3.1%)의 3배에 육박했지만, 같은 해 중소제조업의 인력부족률은 9.6%였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규모가 작은 기업(10인 미만)은 인력부족률이 20%를 넘었다.

중소기업과 청년층의 다른 '눈높이'는 임금 수준과 환경에서 나타난다. '2013 중소기업 인력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중 52.6%는 임금·복지수준을 따지는 높은 눈높이 때문에 내국인을 고용하지 못했다. 아울러 27.8%는 장래성과 작업환경 등을 이유로 자주 이직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결국 중소기업과 대기업 모두 노동력 공백의 해답을 찾기 위해 '외국인'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임금이 낮아서 외국인을 고용하는 것은 아니다"며 "말도 안통하고, 숙식비 때문에 돈이 더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 한국인을 뽑고 싶지만 채용할 사람이 없다"고 토로했다.

기업들이 인력난 해소를 위해 외국인을 채용하면서 외국인 취업자는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에서 공식적으로 일하고 있는 외국인만 85만2000명(2014년)으로 전년대비 12.1% 늘었다. 여기에 불법체류자(19만명)를 더하면 100만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자리 미스매치'를 외국인 노동력으로 해결하려는 움직임은 전 세계인 현상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글로벌 노동력 위기' 보고서에서 "이민과 재능의 이동성은 노동력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라고 밝혔다. BCG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구직자 중 63.8%가 해외에서 일할 수 있다고 답했다. 20대 구직자로 연령층을 낮추면 해당 수치가 70%에 육박했다.

레이니어 스트렉 BCG 시니어 파트너는 "인구가 감소하면서 고숙련 근로자가 부족해지는 '미스매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세계적인 노동력의 위기가 굉장히 빨리 다가오고 있으며, 세계는 전환의 기로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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