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희의 思見]세수부족, 법인세 인상으로 해결될까

머니투데이 오동희 산업1부 부장 | 2015.01.23 06:00

편집자주 | 재계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연말정산 세금 논란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나랏돈 쓸 때는 많은데 돈 나올 곳이 없어 재정적자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해법은 덜 쓰거나 더 걷는 것인데, 덜 쓸려면 어디를 줄여야 하는지, 더 걷으려면 어디서 세수를 확보해야 하는지가 쟁점이다.

올해 우리나라의 총예산은 376조원이다. 이 가운데 보건·복지 예산이 115조 5000억원으로 30.7%로 가장 많다. 그 다음은 일반·지방행정 59조 2000억원, 교육이 53조원, 국방이 37조 6000억원, SOC(사회간접자본)가 24조 4000억원이다. 이 5개 항목 예산이 전체의 76% 가량이다.

예산을 덜 써야 한다면 이 5개 항목 중 일부를 줄여야 효과가 있다. 여당이 주장하는 선택적 복지는 세금의 수혜자를 달리하자는 것이고, 야당이 주장하는 보편적 복지는 납세자의 형편에 따라 달리 걷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총량불변의 법칙'에 따르면 결국 왼쪽 주머니에서 빼서 오른쪽 주머니로 옮기는 효과 외에는 없다.

이번에 논란이 된 2013년 세법 개정안은 '매달 세금을 덜 내고 연말정산 때 적게 돌려받는' 방식으로의 전환이었다. 이 방식은 고소득층에 혜택이 집중되는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해 연봉이 올라갈수록 세금을 더 내도록 하는 바람직한 제도라는 데 이견이 별로 없다.

일부에서 세금을 더 내는 월급소득자들이 있지만 이는 '고소득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걷는' 취지에서의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논란이 과열되면서 지난해 매달 덜 낼 때의 기쁨은 온데간데없고, 오는 2월에 과거보다 덜 환급받거나 오히려 더 내야 한다는 분함이 나라 전체를 휩쓸고 있다.

세상의 많은 일들이 그렇듯 이런 갈등의 상당부분은 분배가 정의로우냐는 '분배 정의의 문제'에 귀결된다. 세수의 큰 두 축인 소득세와 법인세 중 소득세 쪽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니 법인세 쪽에 손을 대겠다는 게 주장이 나온다.

분배가 정의롭지 않다고도 주장한다. 우리 기업의 법인세율이 22% 정도로 OECD 국가 평균 25%보다 낮다는 이유다.


하지만 이런 데이터들은 해석에 따라 방향을 달리한다. 법인세율이 30.5%였던 1995년의 법인세는 8조 7000억원였고, 법인세율이 25%로 떨어졌던 2005년 법인세는 29조 8000억원(국세청 국세통계연보 기준)이었다. 경제성장을 감안하더라도 법인세율 인하에도 불구하고 10년간 법인세는 큰 폭으로 늘었다.

법인세율이 22%로 떨어진 2009년에는 35조 3000억원, 지난 2013년의 법인세는 43조 9000억원으로 지속적으로 늘었다. 법인세율이 낮아졌지만 세수는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법인세율을 높이면 정부의 세수가 무한정 늘어날까. 문제는 국내 기업들의 해외투자는 갈수록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유는 국내에 공장을 지어도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기업이 공장을 짓겠다고 하면 토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법인세를 면제해주겠다고 줄서는 나라가 한둘이 아니다.

중국이나 베트남에서 제공하는 법인세 감면 등의 혜택을 우리 기업들이 국내에서 공장을 지을 때 지자체가 제공한다고 하면 당장 '재벌 특혜'라고 논란이 일 것은 뻔하다. 그나마 법인세 부담을 줄여주지 않으면 결국 기업이 생존을 위해서는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

또 우리 기업의 세금 부담은 다른 나라에 비해서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는 총세수 중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14.9%(자료: OECD Revenue Statistics)다. 소득세는 15%, 소비세는 17%, 재산세는 10.6%다.

미국은 총 세수 중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10.2%, 일본은 12.5%다. 32개 OECD 국가 평균은 8.5%다. 총세수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우리나라 기업이 높다는 얘기다.

정부가 더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덜 쓰거나 더 걷는 게 아니라, 헛되게 쓰이는 세금을 챙기고, 탈세 등 제대로 걷히지 않는 세금을 걷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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