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차 진입불가 1600곳…이러다 불 나면?(종합)

머니투데이 이상배 구경민 이미영 김희정 , 그래픽=이승현디자이너 기자 | 2015.01.21 09:23

[the300][소방차는 달리고 싶다]




지난 10일 사망자 4명 등 126명의 사상자를 낸 의정부 도시형생활주택 화재, 2009년 10명이 사망한 부산 실내사격장 화재, 1999년 27명의 목숨을 앗아간 화성 씨랜드수련원 화재.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좁은 진입로와 주정차 차량 등 장애물 탓에 소방차 도착이 늦어 인명 피해가 더욱 커졌다는 점이다.

진입로 너비 규제 또는 소방도로에서의 불법 주정차 차량 단속 강화 등을 통해 유사시 소방차와 구급차의 진입로를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소방차·구급차의 '골든타임'(5분) 내 도착을 돕기 위해 이른바 '모세의 기적'으로 불리는 '길 터주기' 의무를 강화하는 방안도 국회에서 추진되고 있다.

16일 국회에 따르면 소방차·구급차 등 긴급차량에게 길을 터주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현행 20만원 이하에서 20만∼30만원로 높이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임내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해 3월 대표발의한 이 법안은 같은 해 11월 안행위 전체회의에 상정돼 소위로 넘어갔으나 아직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지난달에는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이 긴급차량에게 길을 터줄 때 도로 양쪽으로 비켜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운전자가 구급차에 길을 터줄 때는 반드시 도로의 우측 가장자리로만 피해야 한다. 이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98개 소방서 가운데 137곳(69%)의 평균 출동시간이 골든타임인 5분을 초과했으며 이는 대부분 교통정체 때문이었다.

소방차·구급차의 골든타임 내 도착을 어렵게 하는 또 다른 원인으로는 좁은 진입로와 불법 주정차 차량 등 각종 장애물이 지목된다.

진선미 새정치연합 의원이 국민안전처로부터 넘겨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소방차 진입이 불가능하거나 곤란한 지역은 전국적으로 총 1600곳에 달했다. 소방차 진입이 불가능한 지역이 267곳(17%), 진입이 곤란한 지역이 1333곳(83%)이었다. 시도별로는 서울이 1600곳 가운데 473곳(30%)로 가장 많았고, 부산이 273곳(17%)로 뒤를 이었다.

또 강기윤 새누리당 의원이 국민안전처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중에도 소방차가 진입할 수 없는 곳이 478곳에 이르렀다. 부산이 139곳으로 가장 많았고, 울산(50곳)과 서울(42곳)이 뒤를 이었다. 소방차 진입이 불가능한 이유로는 '진입로 협소'가 316건(66%)으로 가장 많았고 '상습 불법 주정차'가 145건(30%)으로 뒤를 이었다.

이에 진입로 폭에 대해 완화된 규제를 되돌리고, 이면도로 등 소방도로에 대한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단속을 강화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법상 300가구 미만 공동주택의 진입도로는 6m 이상의 폭을 충족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2009년 이명박정부 당시 부동산 대책 차원에서 연면적 660㎡(200평) 이하의 도시형생활주택에 대해서는 진입로 폭이 4m 이상만 충족하면 되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안행위 여당 간사인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은 "이면도로에 대한 불법 주정차 단속은 지자체 소관"이라며 "지자체 차원에서 소방도로에 대한 단속은 특별히 강화해서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또 "도시형생활주택에 대한 진입로 폭 규제를 6m에서 4m로 풀어준 게 문제"라며 "주택밀집지역 등에 대해서는 진입로 폭을 6m로 늘리도록 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1월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도곡시장 내 한 상점에서 발생한 화재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스1



"화재시 소방차 진입로 확보" 주·정차 단속 강화 추진


'소방차 길터주기 퍼레이드'/ 사진=뉴스1




화재시 '골든타임'(4∼6분)내 소방차 도착을 위한 진입로 확보 차원에서 소방도로에 대한 주정차 단속을 강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또 도로에서 소방차 또는 구급차에게 길을 터주는 이른바 '모세의 기적'이 일상화되도록 매달 캠페인을 벌이는 방안도 검토된다.

15일 국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4일 당정회의를 갖고 새누리당에 이 같은 내용의 화재 안전 대책을 보고했다. 당에서는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과 김성태·이현재·홍일표·조원진 의원, 정부에서는 박인용 국민안전처장과 김경식 국토교통부 제1차관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국민안전처는 △건축물 화재 안전기준 강화 △소방시설 보강방안 및 인력부족 문제 해결△도시생활주택 소방 특별 조사 추진 △거주자 화재예방 대책 강화 등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11층 이하 건축물에 면제된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를 6층 이하 건축물에 대해서만 면제하고, 복합 굴절 사다리차 예산을 확보하는 방안을 내놨다.

국민안전처는 또 화재시 소방차의 진입로 확보를 위해 이면도로 등 소방도로에서의 주정차 단속을 강화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아울러 도로 위에서 소방차나 구급차에 길을 터주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매달 1회 훈련을 시행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소방치 진입로 확보를 위한 주정차 단속 강화나 길 터주기 캠페인 등의 방안은 당정회의에서 국민안전처가 보고했으나 보다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당 차원의 공식 발표에서는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토부는 △건축물 외벽마감재에 대한 불연성 재료 확대 △실내 난연성 마감재료 적용대상 확대 △인접 대지와의 이격거리 확보 △고층건축물 안전대책으로 안전영향평가 △구조안전심의강화 △피난용 승강기 기준강화 등의 방안을 보고했다.

당정은 오는 3월까지 도시형 생활주택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한 뒤 5월쯤 화재안전기준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강화되는 소방안전 기준의 적용 대상을 놓고 부처간 이견이 노출되기도 했다. 국민안전처는 이미 지어진 건축물에도 안전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국토부는 현실적으로소급적용에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여당 간사 겸 새누리당 제4정책조정위원장인 김성태 의원(서울 강서을)은 "도시형 생활주택은 35만호가 인허가가 났을 정도로 시장에 과잉 공급됐으나 이번 의정부 화재에서 드러났듯이 화재에 대단히 취약하다"며 "특히 가연성 스티로폼 단열재인 ‘드라이비트’가 외벽 마감재로 광범위하게 사용됨에 따라 화재가 크게 번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의원은 "불에 잘 타지 않는 마감재 사용 의무화나 건물 간 이격거리 확보, 주차장 마련 등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도시형 생활주택 정책을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소방차 길막는 얌체車, 해외선 '면허정지'


2014년 10월22일 오후 서울 성동구 마장동 축산물시장에서 광진소방서 소속 소방대원들이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의정부 화재 사고가 100여명의 사상자를 낸데 이어 경기도 양주에서도 아파트 화재로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화재에 취약한 구조물 못지않게 소방차량 진입을 지연시킨 주변차량에도 화살이 쏠리고 있다.

화재 발생 때마다 소방차 길 터주기가 제대로 되지 않고 소방차 도착 후에도 불법주차된 차량 때문에 진화와 구조작업이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0일 의정부 화재 현장을 목격한 상인 A씨는 "소방차가 여기저기서 오는데 양쪽 차들이 안 비켜줘서 꼼짝 못하고 있었다. 골목 앞에 철망을 쳐서 소방차가 더 못 들어가 화재 피해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안타까운 마음에 (사람들이) 빨리 비키라고 소리를 치고 욕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화재 발생 5분이 경과되면 화재의 연소 확산속도와 피해 면적이 급격히 늘고 인명구조를 위한 구조대원 진입도 곤란해진다. 특히 심정지나 호흡곤란 환자는 4~6분이내 응급처치를 받지 못하면 뇌손상이 시작된다.

지난 99년 27명의 목숨을 앗아간 화성 씨랜드수련원 화재도 협소한 소방차 진입로에 주민들이 사유지를 주장하는 철조망 및 쇠말뚝 등 장애물을 설치해 진입이 늦어져 피해가 커진 바 있다. 2009년 10명이 사망한 부산 실내사격장 화재도 소방차 도착지연으로 피해가 확대된 사례다.

국민안전처는 골든타임 5분 내 현장에 도착하기 위해 소방차 길 터주기 운동을 추진하고 있지만 출동로상 불법 주·정차, 소방차 출동대열 끼어들기 및 양보운전을 하지 않는 차량은 여전한 상황이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소방관의 64%가 설문조사에서 '일반차량들이 길을 비켜주지 않는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구급차의 현장도착 평균시간은 8분18초. 골든타임 4~6분 이내 도착율은 32.8%에 불과했다.

화재현장을 가로막는 불법 주차도 심각하다. 지난해 소방 출동로와 소화전 주변 등에 주차해 적발된 차량은 2430건. 2012년의 2524건보다는 줄었지만 1분1초를 다투는 화재 현장에선 독버섯 같은 존재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미국은 긴급차량 출동을 위한 차로(Fire-Lane) 및 교통신호제어시스템이 운영되고 있지만 우리는 출동차량의 지휘관이 방송 및 수신호로 양보를 요청하고 있다"며 "사설 구급차가 무분별하게 싸이렌을 이용해 긴급차량에 대한 불신도 크다"고 하소연했다.


소방차 등 긴급차량에 대한 피양 의무를 어긴 차량에 대해선 현재 2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고 있지만 제재 수위가 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오레곤주에서는 긴급차량 양보의무조항을 위반할 경우 최대 720달러의 벌금을 문다. 러시아와 캐나다에서는 벌금부과 및 면허정지 조치를 취하고 있다. 미국은 '5분 대응이론'에 따라 아예 소방차 전용차로와 전용구간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 역시 교통불통지역에 무인카메라를 설치해 24시간 불법 주차를 집중 단속하고 범칙금을 우리나라의 5.3배 수준으로 높게 해 단속 실효성을 확보하고 있다. 영국도 레드루트를 설정해 간선도로 주차관리에 집중하고 주차단속을 민간에 위탁해 효율성을 높였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벌금수준도 높고 최대 면허정지까지 시키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과세저항 우려와 국민정서상 도입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잇따른 대형사고…연초부터 '안전' 강화법 봇물









새해초부터 '안전관리 강화'를 골자로 한 법안이 앞다퉈 국회에 제출되고 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판교 환풍구 붕괴, 제2롯데월드 안전 논란 등으로 안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크게 높아지면서다. 최근 의정부 아파트 화재 참사까지 터지면서 안전에 대한 우려는 앞으로도 당분간 잦아들지 않을 전망이다.

1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김경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8일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개정안은 지하철의 안전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것으로 궤도차량 터널을 특정소방대상물로 지정하고 차량용 터널의 경우에도 유도등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김 의원은 "지하철 및 자동차 터널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터널 내의 사고는 2차사고의 위험이 크기 때문에 재빠른 대피 및 안전을 위한 소방시설의 설치 및 관리가 엄격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궤도차량용 터널은 특정소방대상물에서 제외돼 있고 차량용 터널의 경우에는 유도등의 설치가 의무화 돼 있지 않다"며 "이로 인해 모든 소방용품이 이 법에 따른 형식승인 및 제품검사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 해석이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원혜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민방위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민방위기본법 개정안은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에도 재난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민방위 대원의 재난 훈련 강화와 민방위 대원이 아닌 일반 주민도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원 의원은 "지난해 세월호 사고, 장성 요양병원 화재사고, 판교 환풍구 붕괴사고 등 재난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일반 주민이 민방위 대원 교육훈련에 포함된 재난의 예방·대비 및 대응 등에 관한 교육에 참할 경우 교육에 참여 할 수 있도록 해 재난에 대한 대처 능력을 제고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빈번하게 일어나는 어린이집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법안도 잇따라 제출됐다.

김현숙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8일 '아동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영유아보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동시에 내놨다.

이들 개정안은 어린이집에서 아동안전교육을 실시할 경우 교육계획 및 교육 참여에 관한 사항을 보호자에게 알리고 참여 여부를 확인하는 의무 조항이 담겼다. 또 특별자치시장·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이 매년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어린이집 시설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개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노후 원전에 대한 안전강화를 위해 '원자력안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최근 국회에 제출했다.

현행법령에는 설계수명기간이 만료된 노후 원전에 대한 수명연장을 위한 안전성평가보고서 심사기간을 18개월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월성 1호기의 경우 안전성평가보고서에 대한 심사가 56개월이 지나도 완료되지 않아 국민의 우려와 불신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이 의원은 설계수명기간이 만료된 원전의 수명연장을 위한 안전성평가보고서의 심사기간을 최장 36개월로 제한키로 했다. 위원회가 심사기간 내에 심사를 완료하지 못할 경우 수명연장을 위한 변경허가를 할 수 없도록 했다.


손인춘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6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내진성능이 확보되지 않고 25년이 경과한 고층건축물인 공동주택에 대해 안전진단과 관계없이 주택재건축사업의 시행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로써 고층아파트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입주민의 안전을 보호하겠다는 설명이다.

또 제2의 의정부 아파트 화재 사고를 막기위해 고층건물의 화재 대피 시설을 강화하는 법 개정이 추진된다.


새누리당은 의정부 아파트 화재 사고를 계기로 11층 이상에도 완강기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현행법은 건물의 10층까지만 완강기를 설치하도록 돼있다. 하지만 법 개정을 통해 11층 이상의 고층건물에도 의무적으로 완강기를 설치하도록 강제하겠다는 것이다. 비상 탈출로 확보와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 소방차 진입로 확대 정비 등도 개정안에 담길 예정이다.

새누리당은 조만간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및 국토교통위원회 등과 협의해 화재예방·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현행 소방법상 10층까지만 완강기 설치 의무가 있다"면서 "고층건물 화재시 탈출 대피 방법과 관련한 법규 정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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