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중 난 주로 질문을 하고 대답을 유도해내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런 질문들은 각자의 상상력을 발휘하는 도구가 되기도 하는데 주로 "이 작품을 보면 뭐가 떠올려지나요?"라는 식의 질문이다. 독특한 대답이 나올 걸 기대하지만 선입견과 고정관념을 가지고 살아온 우리들이기에 대부분의 대답은 예상에서 벗어나질 않는다. 예컨대 뒤샹의 '병건조대'란 작품을 보여주고 뭐가 떠오르는지를 물으면 대부분 왕관, 탑, 옷걸이의 순서로 대답이 나온다.
그들이 쏟아내는 대답들은 상상을 초월한다. 눈 치우는 삽을 보며 연필을 떠올리는 것처럼 말이다. 강연이 너무도 재미있어진다. 어른들의 사고로는 한 번도 접근해보지 못한 각도에서 사물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각은 놀라움을 넘어 경이롭기까지 하다.
언젠가 라디오에서 듣고는 배꼽 빠지게 웃었던 사연이 생각난다. 한 아이가 독후감을 제출했다. 견우와 직녀를 읽은 아이는 이렇게 적었다고 한다. "까마귀가 힘이 세다” 아! 정말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은 날아오르는 까마귀만큼이나 자유롭다.
아이들과 함께한 강연에서 난 가르치기보다는 배웠다. 호기심이 가득한 아이들은 끊임없이 ‘왜’를 묻고 탐구한다. 하나의 시점이 아닌 고정되지 않은 프레임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바로 창의력을 키워주는 핵심이 아니던가.
최근 어린이 집의 아동폭행 사건으로 온 국민이 분노했다. 강연 때 나와 눈을 맞추던 아이들이 떠올라 더욱 가슴 아팠다. 아주 사소한 것에서도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아이들에게 그 공포는 평생 잊을 수 없는 고통으로 남을 것이다. 이런 일들이 끊이지 않음에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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