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땅콩회항과 어린이집 사건의 교훈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 2015.01.20 06:44
산업재해와 관련해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이라는 게 있다. 미국의 보험회사 직원인 하인리히가 산업재해를 분석한 결과 1명의 중상자가 발생하려면 29명의 경상자와 300명의 부상 관련 사고가 발생한다는 것을 밝힌 것이 내용의 골자다. 전조가 포착됐을 때 제대로 관리하면 대형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한 상점의 깨진 유리창이 도시의 황폐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깨진 유리창 이론'이나 유비무환을 강조한 속담 '호미로 막을 일, 가래로도 못막는다'도 같은 의미로 쓰인다.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인천 어린이집 폭행사건에는 일찌감치 전조가 있었다. 지난 여름 통증을 호소하는 한 아이의 엄마가 원장에게 CCTV 열람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한 일이 있고, 원장은 해당 교사에게 아이를 살살 다루라고 지시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어린이들 사이에서 배뇨장애가 생기기도 했고, 등원을 거부하는 아이들도 있었다고 했다.

일파만파로 커진 대한항공 땅콩회항 논란도 마찬가지다. 대한항공 3세들의 안하무인 격 언행은 이미 업계에서 정평이 나 있었다. 장남인 조현태 부사장은 운전 중 할머니에게 폭언·폭행을 했다가 입건된 적이 있고, 인하대 운영 부조리를 지적한 시민 단체에 원색적 폭언을 했다가 비난을 받았다.


19일 법정에 선 조현아 부사장은 일찌감치 원정출산 비판 누리꾼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해 과잉방어 논란이 있었고, 막내딸 조현민 전무는 자신이 '낙하산'이라며 당당하게 밝혀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전직 여승무원이 방송에 나와 "비일비재한 일인데 왜 뉴스에 나왔나 의아스럽다"고 한 것을 보면 알려진 대한항공 3세들의 갑질 횡포는 빙산의 일각인 듯하다.

올 겨울 우리 사회를 강타한 두 건의 대형 사건에는 사건 당사자의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됐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일찌감치 감지됐던 징조들을 무심하게 흘려보낸 주변의 안일함이 사건을 키웠다는 것도 곱씹어볼 문제다. 사건 직후 당사자들이 대수롭지 않은 일인양 반응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어느 조직, 어느 사회이건, 아직은 땅콩회항이나 어린이집 폭행과 같은 '대형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그럴수 있지, 별 것 아니지' 하고 넘어가는 일들이 나중에 엄청난 비용으로 돌아올 수 있다. 또 다른 어디에선가 하인리히 법칙에서 말하는 29가지 전조가 일어나고 있지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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