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훈남과 아무르 강변을 거닐다

머니투데이 박보희 프리랜서 | 2015.01.24 06:44

[싱글女, 사표쓰고 세계일주]시베리아의 진주, 이르쿠츠크

러시아 이르쿠츠크 시내의 한 러시아 정교회 성당의 모습/ 사진=박보희
'시베리아의 진주' 러시아 이르쿠츠크의 또 다른 이름이다. 별명답게 거리 곳곳은 역사가 담긴 다양한 건축물과 상징이 도시를 빛내고 있다. 특히나 유대교부터 무슬림까지 온갖 종교를 망라한 사원들을 지척에서 볼 수 있는데다, 수백 년은 족히 됐을법한 원조 시베리아 스타일의 목재 건물부터 거대한 기둥이 특징인 클래식한 그리스 스타일 건물까지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 이들이 어우러져 도시는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도시를 감아 도는 앙가라 강과 발길 닫는 곳마다 나타나는 공원, 그리고 그 안의 사람들이 이곳을 시베리아의 진주로 만들고 있었다.

◇바이칼 호수로 가는 관문

이르쿠츠크는 바이칼 호수 안으로 들어가기 위한 입구같은 곳이다. 덕분에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서유럽에서 동쪽으로 이동 중인 덴마크인 노부부부터, 휴가를 받아 바이칼을 보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날아온 모스크바 여행자까지 다양한 이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관광객을 만나기 힘든 시베리아 다른 지역과는 분위기부터 다르다.

특히 중국인을 많이 만날 수 있었는데, 중국에는 바이칼을 주제로 한 '바이칼 호수'라는 유명한 노래도 있다고 한다. 바이칼에서의 사랑에 관한 노래라고 하는데 노래를 부르는 두 남녀의 음색이 꽤 로맨틱하다.

꼭 바이칼 호수 때문이 아니더라도 이르쿠츠크라는 도시가 가진 매력만으로도 둘러볼만 하다. 작은 도시라 바지런히 다니면 하루만에도 도시 곳곳을 둘러볼 수 있는데, 이르쿠츠크시는 유물과 박물관, 볼거리 등을 코스로 연결해 관광객들이 쉽게 도시를 둘러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도시 한 가운데 관광안내센터가 있고, 꼭 길을 따르지 않더라도 교차로 곳곳에 이정표가 있어 길을 찾기 쉽다.

이르쿠츠크 시내 광장의 동상 /사진=박보희
◇시베리아 역사의 중심지

이르쿠츠크 시내 관광은 우연히 만난 25살짜리 이스라엘 청년과 함께 하게 됐다. 4년간의 군 복무를 마치고 아시아를 여행 중이라는데, 지난해에는 1년간 유럽을 여행했단다. 올해로 여행 2년차인 셈. 이스라엘에서는 군 복무를 마치고 1년씩 장기여행을 떠나는 것이 꽤 흔한 일이라고 했다. 형이 두 명 있는데, 각각 중남미와 유럽을 여행 중이란다. 이 와중에 부모님까지 은퇴를 하고 아시아를 여행 중이라니 그야말로 여행자 가족이다.

덕분에 유대교와 무슬림 사원까지 들러 간단하게나마 이런저런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그의 이름은 '아밀'. 유대식 이름이면서 이슬람식 이름이기도 하단다. 이슬람식 이름 때문에 유대교 사원을 들어갈 때는 여권 검사를 하기도 했다. 비슷한 지역과 언어를 기반으로 많은 것을 공유하고 있는 이들이 다른 종교적 신념 때문에 서로를 죽고 죽이는 현실이 아이러니하다. 그는 오히려 자신은 종교가 없다고 말했다. 여행을 하며 무의미한 전쟁을 지속하는 현실에 대한 반감이 생겼기 때문이라는 설명. 이스라엘인이라면 모두 유대교 신앙을 깊이 품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다. 세계를 둘러본 젊은이들의 생각이 이렇게 조금씩 바뀌면, 이들이 사회 주역이 될 때쯤엔 수백 년을 이어온 싸움은 끝이 날 수 있을까.


든든한 일행이 생긴 김에 아름답다고 명성이 자자한 아무르강 야경까지 보기로 했다. 강변을 막아놓지 않아서 강물에 손을 담글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갈 수 있는데다가, 수면 위로 비치는 다리 불빛이 그야말로 로맨틱하다. 역시나 강변 도로 난간에는 수백 개의 자물쇠가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고 있었다. 러시아에서는 결혼을 하면 강변을 찾아 자물쇠를 사랑의 징표를 거는 것이 하나의 전통처럼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러시아 지역의 강변에서는 자물쇠를 걸러 온 갓 결혼한 연인들이 많이 보인다.

없던 연인도 만들어줄 만큼 아름다운 강변을 뒤로 하고, 러시아 서쪽을 향해 나는 또 기차에 오를 예정이다. 다음 종착지는 '닥터 지바고'의 배경도시로 알려진 '페름'이다.

아무르 강변에서 본 이르쿠츠크 시내 야경/사진=박보희
☞잠깐 여행 팁
-기차역에서 시내로 들어가려면 기차역 바로 앞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나 트램을 타면 된다. 짐이 많지 않다면 걸어서 갈 수도 있다. 가는 길에 앙가라 다리를 건너게 되는데 그 주변에 공원과 교회 등 볼거리가 꽤 있다.

-이르쿠츠크는 역사 유물들과 박물관, 볼거리 등을 연결해 둘러볼 수 있는 코스를 만들어 안내하고 있다. 녹색라인과 빨간라인 등이 있는데, 도로 바닥에 선을 그어 연결을 해놨기 때문에 길을 잃더라도 금세 다시 길을 찾을 수 있다. 자세한 정보와 지도 등은 여행자 정보 센터에서 받을 수 있다.

-이르쿠츠크의 중앙시장은 조금 과장하면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크다. 각종 식료품과 의류, 공산품 등을 한 자리에서 살 수 있다. 기차를 타기 전 잠시 들려 먹을거리를 장만하기에 좋다. 특히 옷을 파는 곳에서는 온갖 종류의 털모자, 모피코트 등을 구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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