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차 길막는 얌체車, 해외에선 '면허정지'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 2015.01.21 06:00

[the300] [소방차는 달리고 싶다 ③] 소방도로 등 불법주차, 연간 2500여건

2014년 10월22일 오후 서울 성동구 마장동 축산물시장에서 광진소방서 소속 소방대원들이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의정부 화재 사고가 100여명의 사상자를 낸데 이어 경기도 양주에서도 아파트 화재로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화재에 취약한 구조물 못지않게 소방차량 진입을 지연시킨 주변차량에도 화살이 쏠리고 있다.

화재 발생 때마다 소방차 길 터주기가 제대로 되지 않고 소방차 도착 후에도 불법주차된 차량 때문에 진화와 구조작업이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0일 의정부 화재 현장을 목격한 상인 A씨는 "소방차가 여기저기서 오는데 양쪽 차들이 안 비켜줘서 꼼짝 못하고 있었다. 골목 앞에 철망을 쳐서 소방차가 더 못 들어가 화재 피해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안타까운 마음에 (사람들이) 빨리 비키라고 소리를 치고 욕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화재 발생 5분이 경과되면 화재의 연소 확산속도와 피해 면적이 급격히 늘고 인명구조를 위한 구조대원 진입도 곤란해진다. 특히 심정지나 호흡곤란 환자는 4~6분이내 응급처치를 받지 못하면 뇌손상이 시작된다.

지난 99년 27명의 목숨을 앗아간 화성 씨랜드수련원 화재도 협소한 소방차 진입로에 주민들이 사유지를 주장하는 철조망 및 쇠말뚝 등 장애물을 설치해 진입이 늦어져 피해가 커진 바 있다. 2009년 10명이 사망한 부산 실내사격장 화재도 소방차 도착지연으로 피해가 확대된 사례다.

국민안전처는 골든타임 5분 내 현장에 도착하기 위해 소방차 길 터주기 운동을 추진하고 있지만 출동로상 불법 주·정차, 소방차 출동대열 끼어들기 및 양보운전을 하지 않는 차량은 여전한 상황이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소방관의 64%가 설문조사에서 '일반차량들이 길을 비켜주지 않는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구급차의 현장도착 평균시간은 8분18초. 골든타임 4~6분 이내 도착율은 32.8%에 불과했다.


화재현장을 가로막는 불법 주차도 심각하다. 지난해 소방 출동로와 소화전 주변 등에 주차해 적발된 차량은 2430건. 2012년의 2524건보다는 줄었지만 1분1초를 다투는 화재 현장에선 독버섯 같은 존재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미국은 긴급차량 출동을 위한 차로(Fire-Lane) 및 교통신호제어시스템이 운영되고 있지만 우리는 출동차량의 지휘관이 방송 및 수신호로 양보를 요청하고 있다"며 "사설 구급차가 무분별하게 싸이렌을 이용해 긴급차량에 대한 불신도 크다"고 하소연했다.

소방차 등 긴급차량에 대한 피양 의무를 어긴 차량에 대해선 현재 2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고 있지만 제재 수위가 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오레곤주에서는 긴급차량 양보의무조항을 위반할 경우 최대 720달러의 벌금을 문다. 러시아와 캐나다에서는 벌금부과 및 면허정지 조치를 취하고 있다. 미국은 '5분 대응이론'에 따라 아예 소방차 전용차로와 전용구간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 역시 교통불통지역에 무인카메라를 설치해 24시간 불법 주차를 집중 단속하고 범칙금을 우리나라의 5.3배 수준으로 높게 해 단속 실효성을 확보하고 있다. 영국도 레드루트를 설정해 간선도로 주차관리에 집중하고 주차단속을 민간에 위탁해 효율성을 높였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벌금수준도 높고 최대 면허정지까지 시키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과세저항 우려와 국민정서상 도입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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