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에 대학생들 살면 안되나요?"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 2015.01.20 09:32

[We-conomics Korea]③'SDL' 신정엽 소장 "설계부터 '공유 공간' 고려…디자인의 90%는 맥락 이해"

편집자주 | 제러미 리프킨의 주장처럼 '소유'의 시대는 끝난 걸까. 소유보다 공유가 익숙한 '위제너레이션(We Generation)'이 등장했다. 우버의 불법 서비스 논란을 지켜보며 공유경제가 기존 시장경제를 잠식한다는 우려와 함께 시장 초기의 통과의례라는 시각도 공존한다. 어느 쪽이든 법과 제도를 논하기 전 이미 젊은이들에게 공유는 라이프 스타일 혹은 창업 기회로 자리잡았다. 아직 걸음마 단계인 국내에서 공유경제가 '빛'으로 자리잡기 위한 대안을 모색해본다.

신정엽 SDL 디자인연구소 소장은 공간을 디자인할 때 '공유'를 강조한다. 그는 "사람이 모일 수 있는 공유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라며 "우리나라는 공공기관이 주도해 바꿔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이기범 기자
"프랑스 파리 에펠탑 2층을 겨울에는 스케이트장으로 쓴다는 것 아세요? 에펠탑은 프랑스의 핵심 관광지인데, 우리나라라면 과연 경복궁에 스케이트장을 지을 수 있을까요? "

디자인을 연구하는 'SDL(Shin Design Lab)' 신정엽 소장은 '공간의 공유'를 강조한다. 우리나라에선 설계나 정서 특성상 낭비되는 공간이 많아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는 것. 그래서 신 소장은 공간을 재 디자인해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서울시와 자치구 등에 컨설팅해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신정엽 소장이 제안한 '파리대법원 설계'. 대법원 내를 개미굴처럼 만들어 그 안에 녹지공간과 주민들이 모일 수 있는 커뮤니티 등을 조성했다./사진= SDL 연구소 제공
신 소장은 국내 건물들의 대다수 공간들이 활용도가 낮고, 커뮤니티 기능이 부족해 사람들이 모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관공서 건물을 들었다. 신 소장은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찾고 공간을 공유하려면 상업공간이 필요한데 관공서가 독립적 기능만 강조해 근무시간 외엔 텅텅 비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반면 해외의 경우 시청 건물에 카페 등 상업공간을 결합해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찾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가 생각하는 '공유 공간'이란 사람들이 쉽게 찾고 모일 수 있는 '커뮤니티' 역할을 담고 있다. 예컨대, 관공서 건물 내에 업무시설과 별도로 새로운 공간을 만들면 커뮤니티 기능이 살아난다는 것.

대표적인 사례로 서울시청 시민청을 꼽았다. 신 소장은 "시민청은 지하철과 연결돼 있어 접근성도 좋고, 카페 등 상업공간도 있으며 시민들이 꾸준히 찾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이 풍부해 커뮤니티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쿠바의 수도 하바나의 도심재생프로젝트에 제안한 신정엽 소장의 작품. 도서관과 주거공간을 결합해 활용도를 늘리고 주거문제를 해결코자 했다. /사진=SDL연구소 제공
관공서의 경우 공간을 공유해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여지가 크다고 신 소장은 강조했다. 신 소장은 "관공서의 상징성만 부각시켜 불필요하게 크게 설계한 경우가 많다"며 "경찰서나 우체국이 대학생 주거공간을 제공한다면 치안도 좋고 공간도 활용하는 가치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신 소장은 공유 공간의 설계를 위해선 미적 기능보다 맥락 읽기를 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 소장은 "디자인에서 미를 창조하는 과정은 10% 가량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어떤 디자인이 필요할 지 맥락을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맥락 읽기를 잘한 사례로 미국 뉴욕의 하이라인파크를 들었다. 신 소장은 "하이라인파크는 주민 의견을 듣고 협의하는 데에만 10년이 걸렸고 아직도 진행 중"이라며 "몇몇 전문가들이 뚝딱 짓는 것이 아니라 지역을 잘 아는 주민들과 소통하기 때문에 정말 좋은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라인파크가 잘 설계된 이유는 구간 내 '커뮤니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 소장은 "구간 내 다른 건물들과 맞닿아 있고 시민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 필요한 시설들이 다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 청계천은 대조 사례로 꼽으며 아쉽다고 전했다. 빠른 시일 내에 마무리하느라 주변 건물과 이어져있거나 편의 시설 등이 덜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반면 지난해부터 서울시가 추진 중인 '서울역 고가공원화' 사업은 신중히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 소장은 "하이라인파크는 안 쓰는 산업철도를 철거했지만, 서울역 고가는 쓰는 도로라는 차이점이 있다"며 "녹지공간과 도로를 함께 설계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라다 트랜스포머 프로젝트는 네덜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렘 쿨하스와 건축사무소 OMA가 설계를 맡았으며, 전시, 영화, 공연 등 장르를 넘나드는 획기적인 문화행사로 약 6개월 동안 회전형 건축물 내에서 독특한 크로스오버 시각 예술 패키지를 한국에 선보였다.
신 소장은 공간을 설계할 때부터 공유하기 적합토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예로 지난 2009년 서울시에 전시됐던 '프라다 트랜스포머'를 들었다. 신 소장은 "건물의 4면이 육각형, 십자형, 직사각형 등 다른 면으로 설계돼 있고, 움직일 때마다 영화상영, 미술전시 등 다른 공간으로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간의 재활용 면에서의 공유도 신 소장은 함께 강조했다. 신 소장은 "해외 사례를 보면 올림픽 경기장 등도 조립식으로 디자인 해 경기를 치르고 난 후 다른 나라에 그대로 다시 파는 경우가 있다"며 "초기 비용은 조금 비싸지만 설계를 잘 고민하면 공간을 이렇듯 공유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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