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을 연구하는 'SDL(Shin Design Lab)' 신정엽 소장은 '공간의 공유'를 강조한다. 우리나라에선 설계나 정서 특성상 낭비되는 공간이 많아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는 것. 그래서 신 소장은 공간을 재 디자인해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서울시와 자치구 등에 컨설팅해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가 생각하는 '공유 공간'이란 사람들이 쉽게 찾고 모일 수 있는 '커뮤니티' 역할을 담고 있다. 예컨대, 관공서 건물 내에 업무시설과 별도로 새로운 공간을 만들면 커뮤니티 기능이 살아난다는 것.
대표적인 사례로 서울시청 시민청을 꼽았다. 신 소장은 "시민청은 지하철과 연결돼 있어 접근성도 좋고, 카페 등 상업공간도 있으며 시민들이 꾸준히 찾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이 풍부해 커뮤니티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소장은 공유 공간의 설계를 위해선 미적 기능보다 맥락 읽기를 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 소장은 "디자인에서 미를 창조하는 과정은 10% 가량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어떤 디자인이 필요할 지 맥락을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맥락 읽기를 잘한 사례로 미국 뉴욕의 하이라인파크를 들었다. 신 소장은 "하이라인파크는 주민 의견을 듣고 협의하는 데에만 10년이 걸렸고 아직도 진행 중"이라며 "몇몇 전문가들이 뚝딱 짓는 것이 아니라 지역을 잘 아는 주민들과 소통하기 때문에 정말 좋은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라인파크가 잘 설계된 이유는 구간 내 '커뮤니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 소장은 "구간 내 다른 건물들과 맞닿아 있고 시민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 필요한 시설들이 다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 청계천은 대조 사례로 꼽으며 아쉽다고 전했다. 빠른 시일 내에 마무리하느라 주변 건물과 이어져있거나 편의 시설 등이 덜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반면 지난해부터 서울시가 추진 중인 '서울역 고가공원화' 사업은 신중히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 소장은 "하이라인파크는 안 쓰는 산업철도를 철거했지만, 서울역 고가는 쓰는 도로라는 차이점이 있다"며 "녹지공간과 도로를 함께 설계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간의 재활용 면에서의 공유도 신 소장은 함께 강조했다. 신 소장은 "해외 사례를 보면 올림픽 경기장 등도 조립식으로 디자인 해 경기를 치르고 난 후 다른 나라에 그대로 다시 파는 경우가 있다"며 "초기 비용은 조금 비싸지만 설계를 잘 고민하면 공간을 이렇듯 공유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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