低유가 쇼크에 북미 에너지업계 대규모 감원

머니투데이 차예지 기자 | 2015.01.17 22:30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2월물 가격 추이./사진=블룸버그
국제유가가 추락을 거듭하며 북미 지역의 에너지 업체들이 타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대규모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비 석유수출국기구(OPEC)산유국이 생산량을 줄일 것으로 전망해 '저유가 치킨게임'의 승자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유가 하락이 이어지며 텍사스주 등 북미 지역의 석유·셰일가스 생산기업이 막대한 손실을 보며 대규모 정리해고 계획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세계 최대 원유·서비스업체인 슐럼버거가 직원 9000명을 해고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국제유가가 급락한 지난해 6월 이후 발표된 인력감축 중 최대 규모다.

앞서 미 에너지업체인 핼리버턴은 1000명을 내보냈다고 발표했으며 네덜란드와 영국의 합작 정유회사인 로열더치쉘은 캐나다 오일샌드 인력을 최대 300명을 감원한다고 밝혔다. 멕시코의 국영 석유회사 페멕스는 이미 1500명의 계약직을 내보냈으며 향후 추가 인력감축을 통해 올해 30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계획이다.

유가는 지난 1년 동안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 가격은 지난해 6월 배럴당 100달러 수준에서 거래됐지만 16일 현재 40달러 후반~50달러 초반으로 반토막 수준이다. 유가 하락이 이어지면서 에너지 업체와 함께 채굴 장비를 제공하는 서비스 업체와 채굴 장비 제조 업체도 동반 타격을 받고 있다.

이에 북미 지역의 원유·가스 생산업체들은 대대적인 비용절감에 나서고 있다. 투자은행 코웬은 글로벌 생산업체들이 올해 자본지출을 최대 20% 삭감하며 내년에는 추가로 10%를 줄일 것으로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 1위 업체인 슐럼버거뿐 아니라 세계 2·3위 원유장비·서비스업체 핼리버턴과 베이커휴스도 고객의 가격 인하와 시추 활동 축소 압력에 예산을 더 줄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팔 킵스가드 슐럼버거 최고경영자(CEO)는 "새로운 유가는 확실히 앞으로 일부 북미 원유 생산업체의 회복력을 시험할 것"이라며 "셰일업계는 높은 비용 때문에 더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에너지 업체들은 2008-2009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를 견인해왔으나 최근의 유가 급락세로 울상을 짓고 있다. 미 석유산업의 중심지인 텍사스주는 2009-2013년 사이에 연평균 4.4% 성장했으며 이는 미 전체의 2배 수준이다.

그러나 지난 13일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은 그동안 텍사스주가 다른 주보다 빠른 일자리 증가세를 보였으나 유가 하락으로 인해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댈러스 연은은 올해 텍사스주 일자리가 2~2.5%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으며 이는 지난해의 3.6%를 하향 조정한 것이다.


업계에서도 텍사스주의 저유가 타격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유가 하락으로 셰일 유전 인근의 비즈니스 호텔, 레스토랑 등의 가게도 매출에 타격을 입어 텍사스주의 세수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JP모건은 유가 하락으로 텍사스주가 리세션(경기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았다.

JP모건의 마이클 페롤리 이코노미스트는 비록 텍사스주의 원유·가스 생산업 종사자가 1980년대 중반보다 전체 인력 중 비중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그 당시와 비슷한 50% 이상의 유가 하락세는 마찬가지로 리세션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최근에는 자금력이 약한 미국의 소규모 셰일원유 업체들의 파산보호 신청이 잇따르기도 했다. 지난 8일 텍사스 오스틴에 본사가 있는 셰일원유업체 WHP인터내셔널과 동업 회사가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지난달에도 텍사스주 휴스턴의 엔데버인터내셔널과 호주에 본사가 있으며 미국에서 셰일가스를 생산해온 레드포크가 파산보호를 신청한 바 있다.

미 셰일업체가 고사 직전에 빠지자 원유시장을 둘러싼 미국-사우디의 치킨게임이 사우디의 승리로 끝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날 비OPEC 산유국들이 산유량을 하루 35만배럴 줄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IEA는 최근 저유가로 인해 비 OPEC 산유국, 특히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생산량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비OPEC국가의 생산 증가폭이 둔화되며 OPEC에 더 많은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됐다. WSJ은 IEA의 이같은 전망이 OPEC이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감산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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