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태 칼럼]오늘이 행운의 날이다

머니투데이 박정태 경제칼럼니스트 | 2015.01.17 08:30

투자의 의미를 찾아서 <72>

#“오늘이 너의 행운의 날이다.” 제너럴모터스를 창업한 빌리 듀란트가 자주 한 말이다. 그가 1908년에 창업해 근 1세기 동안 세계 최대의 자동차기업으로 자리매김한 제너럴모터스는 사실 마차 제조회사로 출발했는데 그 시작부터가 과도할 정도의 낙천주의자였던 듀란트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준다.

여전히 마차가 가내수공업 형태로 만들어지던 1886년 가을의 어느 날, 듀란트는 딱 한 번 타본 신형 마차가 마음에 들자 그걸 주문한 뒤 박람회에 갖고 나가 주문을 받는다. 그렇게 해서 공장도 짓기 전 600대의 주문을 받았고 이를 토대로 세계 최초의 마차 생산라인을 구축해 첫 해에만 4000대의 마차를 판매했다.

#우리나라에서 ‘기업가정신’ 하면 떠올리는 정주영 회장을 연상시키는 대목인데 정 회장이 조선소도 짓기 전에 유조선 2척을 수주한 게 1971년의 일이니 이보다 한참 앞선 것이다. 그러나 듀란트는 정 회장과 달리 실패한 기업가로 마감했다. 그는 자신이 창업한 회사에서 두 번씩이나 쫓겨났고 한때 1억2000만달러의 재산을 보유한 미국 최고 갑부로 꼽혔지만 1936년 파산할 당시 그에게는 250달러의 재산과 91만달러의 빚이 남아 있었다.

그는 끝내 재기하지 못했고 그의 뒤를 이어 제너럴모터스 최고경영자가 된 알프레드 슬론의 그늘에 가려버리고 말았다. 지금 미국 최고 경영대학원 중 한 곳인 MIT 슬론스쿨에 그의 이름이 남아 있을 정도로 슬론은 ‘기업 경영의 모범’으로 통하지만 듀란트는 그저 몽상가로, 또 무모한 기업가로만 기억될 뿐이다. 그러나 그는 멈추지 않는 열정을 갖고 있었다.

#듀란트는 1939년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에 볼링장사업을 새로 시작했다. 그는 플린트시에 18개 레인을 갖춘 볼링장과 함께 미국 최초의 드라이브인 햄버거 레스토랑을 열었는데 기자들에게 “이것은 단순한 볼링장이 아니라 가족 모두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오락시설”이라고 자랑했다. 볼링을 하는 가족들은 격식을 차린 고급 음식점에서 시간과 돈을 허비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그는 슬론을 비롯한 제너럴모터스의 경영진이 개인적으로 대준 자금을 사업밑천 삼아 미국 전역에 볼링장과 드라이브인 레스토랑을 갖춘 레크리에이션센터를 50개 지을 계획이었으나 3년 만에 심장발작을 일으키면서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


비록 마지막 사업까지도 이렇게 실패하고 말았지만 그는 1947년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도 자신의 꿈을 접지 않았다. “내게는 한 푼도 없지만 기쁩니다. 내가 그만둘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계속하는 거지요. 돈을 너무 높게 평가하는 사람이 많아요. 하지만 나는 가능한 한 많은 사람에게 좋은 일을 하려고 합니다. 돈이란 결국 다른 사람에게 빌려준 것이나 마찬가지지요. 어차피 사람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가지 않습니까?”

#많은 사람이 자신의 노후를 불안해 한다. 고령화 사회니 100세 시대니 해서 오래 사는 게 당연시되고 있는데 이게 오히려 두려움을 키우는 것이다. 경제 발전과 의료기술의 발달 덕분에 이루게 된 장수(長壽)가 축복이 아니라 재앙처럼 받아들여지는 분위기가 됐다. 이를 부추기기라도 하듯 금융회사에서는 “은퇴하고 나면 죽을 때까지 적어도 10억원의 노후자금을 갖고 있어야 한다”며 불안 마케팅에 열을 올린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노후자금이 아무리 많아도 불안은 해소되지 않는다. 인생은 어차피 제자리걸음이 아니라 미지로 떠나는 긴 여정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멋진 여행길이라 해도 똑같은 길을 80년씩이나 계속해서 걸어갈 수는 없다. 만일 그런 길이 있다 해도 정말 재미없을 것이다. 오히려 도중에 뜻하지 않은 시련과 장애물을 만날 때 거기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도전과 모험의 기회를 얻는다면 삶은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

문제는 나이가 아니다. 오늘을 제대로 살면 된다. “실수를 잊어버려라. 실패를 잊어버려라. 지금 할 일만 생각하고 그것을 하라. 오늘이 너의 행운의 날이다.” 듀란트는 무모하더라도 계속 도전하라고 말한다. 그게 인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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