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방 홀로 떨던 할머니, 따뜻한 '텐트' 선물에 울다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 2015.01.15 06:06

[People]홀몸노인에 '난방텐트' 기부하는 김민욱 바이맘 대표…"고맙다 손잡고 우셨죠"

독거노인에 난방텐트를 선물하는 바이맘 김민욱 대표. 2년 간 600가구에 난방텐트를 기부했다. /사진=바이맘 제공
강원도 강릉에 홀로 사는 할머니 이모 씨는 한겨울 잠을 깨는 일이 많았다. 이 할머니의 집 뒤가 산이라 밤이면 매서운 외풍이 치고 들었다. 창문에 비닐을 붙였지만 추위가 가시질 않았다. 폐 수술을 두 번 한 할머니는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었다가 호흡이 가빠 내리기를 반복하느라 잠을 설치는 일이 많았다.

예비 사회적기업 바이맘의 김민욱 대표는 지난해 12월 이 할머니를 찾았다. 할머니의 집에 싣고 간 것은 연탄이 아닌 난방용 '텐트'였다. 김 대표는 할머니의 방에 하얀색 난방 텐트를 설치했다. 특수한 면 소재의 텐트 속에 전기장판을 약하게만 틀어도 온도가 10도 가량 올라 따뜻했다. 김 대표는 "할머니가 몇 번이나 고맙다고 하며 우셨다"며 "곶감을 쥐어주며 집 밖까지 배웅해 마음이 무척 따뜻했다"고 말했다.

난방텐트를 만드는 바이맘은 지난 2012년부터 홀몸노인 600가구에 텐트를 기부해왔다. 한겨울 전기장판 전기비도 아까워 이불 속에서 떠는 노인들이 안타까워 시작한 일이다. 김 대표는 "한 할아버지는 영하 15도 추위에 몸살이 나서 3일 동안 난방도 못하고 이불만 덮고 꼼짝없이 누워계셨다"며 "이런 분들에게 따뜻한 겨울을 선물하는 보람에 난방텐트를 설치해드린다"고 말했다.

바이맘 김민욱 대표(오른쪽)가 강릉의 홀몸노인을 찾아 난방텐트를 설치했다. /사진=바이맘 제공
홀몸노인들을 방문할 때마다 마음 저린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모자부터 양말까지 다 입고 자는 것은 보통이고 1.5리터 페트병에 따뜻한 물을 채워 안고자는 노인도 있다. 김 대표는 "내복을 벗고 잘 정도로 따뜻하게 푹 잔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행복하다"며 웃었다.

신용평가 회사원이었던 김 대표가 바이맘을 시작한 계기는 어머니가 손수 제작한 난방텐트였다. 평소 사회적기업을 창업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김 대표는 식구들이 따뜻하게 자는 걸 보며 이거다 싶었다. 김 대표는 "난방비를 절약해 환경에도 좋고 기부도 할 수 있고 시장도 형성돼 있지 않아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바이맘의 난방텐트. 예쁜 디자인과 따뜻한 성능 덕분에 입소문만으로 고객이 늘었다./사진=바이맘 제공
초기 1년 간 연구개발에 아낌없이 투자한 탓에 예쁜 디자인에 성능 좋은 텐트가 제작됐다. 면과 면 사이 공기가 채워진 소재에 아웃도어 점퍼에 쓰는 단열재를 코팅해 난방효과를 높였다. 특히 디자인에 심혈을 기울인 탓에 집안에 설치해놓아도 심플하고 예쁘다는 입소문이 났다.

김 대표는 "타워팰리스에서도 주문할 만큼 고객 반응이 좋다"며 "고객들에게 일일이 전화해 텐트를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맘 난방텐트의 최대 장점은 난방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 김 대표는 "텐트만으로도 온도가 4~5도 오르고, 전기장판을 같이 쓰면 10도 이상 오른다"며 "난방비를 최대 40% 가까이 절약했다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별다른 마케팅 없이 입소문만으로 성장한 바이맘은 지난 겨울 손익분기점을 찍었다. 올해 목표는 매출 10억원이다. 하지만 제품가격 대비 원가가 60%나 되는 탓에 원가절감이 과제다. 좋은 재료에 욕심을 낸 탓이다.

올해는 기업의 공익활동에 연탄기부 대신 난방텐트를 기부하도록 하는 등 더 적극적으로 활동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서울시로부터 서울혁신상 대상도 수상했다. 김 대표는 "더 좋은 난방텐트를 만들어 기부도 늘리고 소외계층 일자리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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