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청년이 실패와 도전을 두려워하게 된 이유

머니투데이 여수아 전국대학생창업동아리연합(NEST) 회장 | 2015.01.10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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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창업 전쟁터에서 승리을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합니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와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창업관련 행사나 교육에 참가하면 흔히 들을 수 있는 단어다. 퍼스트 무버는 개척자라는 뜻으로 기존 시장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독창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새로운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을 뜻한다.

이와 달리, 기존에 이미 출시된 제품이나 이미 성공한 기업의 비즈니스를 빠르게 복제하고 기술력을 따라잡는 기업을 패스트 팔로워라 한다. 즉, 퍼스트 무버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놓으면, 패스트 팔로워는 이를 벤치마크해 해당분야 일등 기업보다 개선된 제품을 더욱 싼 가격에 내놓는 방식으로 빠르게 쫓아가는 전략이다. 1970년대 일본 기업과 1990년대 이후의 한국 기업들이 이 패스트 팔로워 전략을 주로 채택해왔고 이러한 방식으로 고속성장을 이루어낸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삼성이다.

한국의 청년 창업률은 OECD국가 중에서 가장 낮다. 수많은 창업의 멘토들은 청년들에게 퍼스트 무버가 되라고 외치지만 우리 청년들은 퍼스트 무버가 되기 위한 도전정신에 익숙하지 않다. 검증받지 못한, 아무도 하지 않았던 일을 창조해야 한다는 자체가 리스크이며, 그것을 감수하면서까지 도전할 용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왜 대한민국의 청년들은 그토록 실패를 두려워하고 도전을 하지 않는 것일까? 이 문제의 원인은 교육에서 찾을 수 있다.

학창 시절을 떠올려보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모두 정답을 찾아내는 경쟁의 연속이었다. 답을 찾아내는 공부에 너무나도 익숙한 나머지 당연시 하고 있다. 어떤 현상의 근본 원인이 무엇인가를 탐구하기 보다는 외워서 답을 찾아내는 교육에만 열중했다. 단지 누가 그 답을 빨리 찾고, 정확히 찾는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답이 정해진 게임, 모범답안을 향해서 달려가는 경쟁구도가 바로 패스트 팔로워 기업의 모습이고 대한민국 교육이 채택한 전략인 것이다. 즉, 우리는 철저히 패스트 팔로워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아왔다. 그렇기 때문에 정답이 정해지지 않은 싸움에서 약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공장에서 찍어 낸 듯한 학점 4.0, 토익 900, 컴퓨터 자격증, 한문자격증, 해외어학연수 등의 천편일률적인 스펙의 복제인간은 더 이상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그럼 이제 해답은 나왔다. ‘정답이 없는 교육’, ‘스스로 정답을 만들어내는 교육’ 이른바 ‘창조교육’이 대한민국에 필요하다. 청년창업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창조경제’ 앞단에 ‘창조교육’이 선행 되어야 한다. 창조경제의 꽃을 활짝 피우기 위해서는 창조경제의 씨앗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씨앗이 잘 자랄 수 있는 비옥한 토양이 필요한 것이다. 그 토양이 바로 교육이다. 창업에 대해 사회 전반적으로 깔려있는 패가망신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 근본적인 인식구조 개선 없이는 지속가능한 창업 생태계 조성이 어렵다.

최근 교육의 가장 큰 변화를 꼽자면,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취임 직후 발표한 '소프트웨어(SW) 교육 의무화'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소설 '어린 왕자'에 나오는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라는 구절을 인용하여 소프트웨어(SW)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이 움직임을 단순히 소프트웨어 개발자 부족에 대한 대응 정책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필자는 이것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소프트웨어 교육을 잘 활용한다면, 창조적으로 문제를 발굴하고 목표를 설정하여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학습하는 중요한 도구가 된다. 이와 같은 창의성과 문제해결력 뿐만 아니라 개방과 협력문화를 바탕으로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커리큘럼에 반영하여 자기주도적인 도전에 의한 가치 창출을 이루어낸다면, 이보다 더 좋은 기업가정신(창업가정신) 교육은 없다.

칠판에 기업가정신을 쓰고 그 정의를 적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기업가정신이 아니다. 학습적 경험을 통해 역동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기업가정신 교육의 관건이다. 그리고 이 과정은 반드시 재밌어야 한다. 미래부와 교육부는 자라나는 꿈나무들에게 소프트웨어 교육을 재밌게 가르칠 의무가 있다. 소프트웨어 교육이 재밌기 위해서는 내가 작성한 코드가 현실 세계로 튀어나와야 한다. 내가 만든 프로그램이 사물인터넷 제품이 되어서 돈을 벌고 하늘을 나는 드론이 된다면, 이보다 더 재밌는 게임이 어디 있겠는가?

이것을 가능케 하는 것은 아두이노와 같은 오픈소스하드웨어 플래폼과 3D프린트 교육 등이 결합된 ICT DIY 교육이다. ICT DIY는 ‘메이커 운동’과 유사성이 있다. 2006년 미국에서 시작된 ‘메이커 페어’는 지난 6월 오바마 대통령 주재로 백악관에서 열릴 정도로 그 의미가 크다. 한국에서는 2014년 7월에 ‘2014 ICT DIY 포럼 창립 컨퍼런스’를 통해 메이커 운동이 태동했다.

지난 11월, 한국청년창업발명연합과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가 공동 주최한 아두이노 DIY 프로젝트와 대덕중학교 자유학기제에 실시된 아두이노 교육은 소프트웨어(SW) 교육의 잠재성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사례였다. 교육 현장에 이를 벤치마크해 볼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단기성과가 급한 이에겐 답답하겠지만, 참을성과 뚝심이 혁신을 이끌 단초가 될 것이다. 적은비용으로 효율성과 속도만 강조하다보면 창조성은 더욱 멀어질 것이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기업가 정신이 가장 먼저 필요한 사람은 창업정책을 만드는 공무원과 국회의원이다. 대한민국의 발전과 다음 세대 그리고 우리의 노후를 위해서, 일회성 정책보다는 지속가능한 정책에 투자하길 바란다.

대한민국의 운명은 교육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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