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의 엔터만상]심형래가 '라바'를 만들었다면...

머니투데이 김성호 기자 | 2015.01.03 06:00

지금의 40대는 영화 '우뢰매'를 기억할 것이다. 당시 최고의 인기 코미디언 심형래씨가 촌스러운 쫄쫄이 타이즈에 붉은색 헬멧을 쓰고, 외계 악당들을 물리치는 모습은 어른들의 눈엔 유치했지만, 어린이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심형래씨는 1999년 영화 '용가리'를 직접 제작했다. 공룡을 소재로 한 이 영화는 당시 우리나라에서 엄두도 내지 못했던 SF영화의 물꼬를 텄다는 평가를 받는다. 심형래씨는 이 영화로 김대중 정부에서 신지식인 1호로 선정되기도 했다.

사실 영화는 흥행하지 못했다. SF영화를 표방했지만, 기술적인 부분에서 완성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형래씨는 용가리 제작으로 용기를 얻어 2007년 '디워'를 제작했다. 디워는 영화의 완성도 논란에도 불구하고, 흥행에선 성공을 거뒀다. 일각에선 애국심 마케팅 때문이라고 하지만, 국내에서 78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SF영화의 본고장인 미국에선 3427개관에서 개봉하는 기염을 토했다.

문제는 과도한 제작비와 해외 마케팅 비용으로 흥행에 비해 남는 돈이 별로 없었다는 점이었다. 여기에 심형래씨가 자신의 주특기인 슬랩스틱 코미디를 앞세워 제작 및 주연을 담당한 '라스트 갓파더'도 흥행에 실패했다.

영화야 흥행할 수도 있고 참패할 수도 있지만 '라스트 갓파더'에선 그에게 기대했던 참신성을 보이지 않고 퇴행성만 가득 넘쳐났다. 이후 영구아트무비는 재정난에 빠졌고, 심형래씨는 직원임금체불 등으로 고발을 당하는 등 영화제작자로서의 인생에 오점을 남기게 됐다.


역사에 가정은 존재하지 않지만, 심형래씨의 추락을 보다보면 영화에 대한 열정은 그 누구보다 뒤지지 않았던 그가 '반전의 카드'로 슬랩스틱 영화가 아니라 슬랩스틱 애니메이션을 선택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을 느낀다.

그는 다양한 어린이 영화에 출연했고, 흥행기록도 세웠다. 어린이 영화팬들의 성향을 잘 알고, 슬랩스틱 코미디 연기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그가 슬랩스틱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면 현재 좀 더 다른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두 마리 애벌레가 온몸으로 웃음을 선사하는 토종 슬랩스틱 애니메이션 '라바'의 성공을 보면 더욱 그렇다. 심형래씨가 라바 같은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면 좀더 파격적이고, 경쟁력있는 작품을 탄생시키지 않았을까 싶다.

최근 심형래씨가 '디워2' 제작을 준비중이라고 한다. 그의 오랜 팬으로서 그의 영화가 다시 한번 국내외에서 사랑 받기를 기대해본다. 아마도 자신의 주특기를 살려 관객들을 즐겁게 만들 수 있는 영화의 성공가능성이 가장 높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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