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 소통, 희망만한다고 되지 않는다

머니투데이 공영희 소설가 | 2015.01.02 08:48

[공영희의 러시아 이야기]<38>가족의 소통을 원한 뚜르게네프의 <아버지와 아들>

작년 12월 일찍 찾아온 한파는 새해를 맞아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매섭게 부는 바람도 높이 뜨는 태양도 어느 새 한 겨울의 찬바람이 아니고 태양도 온기를 더하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겨울은 겨울이다. 특히 경제적인 한파는 오히려 사람들의 마음을 시립게 파고든다.

한국의 작년은 말 그대로 다사다난한 한 해였고 러시아도 우리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못하지 않은 한 해였다. 2014년 연말 러시아 대통령 푸틴은 국민들에게 다 같이 참고 이겨내자고 다독이고 미국과 함께 세계평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대국의 끈을 놓지 않은 것처럼 신년사를 했다고 한다.

인간은 꿈과 희망을 가지고 산다는 말을 어렸을 적부터 들어왔다. 아마 이런 맥락에서 이해하자면 러시아도 강대국으로의 진입을 희망하고 꿈꾸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러시아 대통령은 지금의 어려움은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국민이 아닌 자신에게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국가의 위정자들은 국민에게, 집안의 아버지들은 아들에게, 윗세대는 아랫세대에게 무엇인기를 말하고 믿어주기를 바라고 그것을 확인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서로 소통되지 않는다고 불화하고 심하게는 폭력을 휘두르기도 한다. 양측 모두 자신들의 이야기만 들어달라는 묵언의 강압적인 시위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들은 이런 시대적이고 세대적인 갈등을 소재로 한 소설 쓰기를 즐겨한다.

러시아의 대문호 이반 세르게비치 뚜르게네프가 쓴 “아버지와 아들” 이라는 소설은 아마 어려운 시대에 살면서 이런 소통의 문제와 불협화음의 과정들을 세심하게 그린 작품일 것이다.

뚜르게네프가 살았던 시기(1818-1883)는 러시아가 정치적인 격동으로 대립과 갈등이 그치지 않을 때였다. 유럽의 절대 왕정 붕괴를 보고 놀란 러시아 황실이 억압적인 전제정치를 강화했지만 체제 변화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날로 커지고 있었다. 이런 정치적인 일환으로 농노해방과 쏘비에트 혁명이 줄줄이 이어진다. 농노해방과 쏘비에트 혁명이 이루어질 때까지 러시아에서는 귀족과과 농노들 그리고 기득권과 노동자들의 대립과 갈등은 그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시대를 목격하고 경험한 뚜르게네프는 자기의 견해나 철학을 그의 소설 속에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반 세르게비치 뚜르게네프는 불행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기병장교였으나 도박과 방탕한 생활에 찌들어 살았으며 어머니는 전제주의 사상에 철저한 귀족 집안의 여자였다고 한다. 아버지는 어머니의 재산을 탐내 결혼했으나 전혀 애정이 없기에 뚜르게네프가 태어나고도 부부간의 갈등과 대립은 심했다고 한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뚜르게네프도 정상적 일리 없고 자신의 개인 생활은 불행했지만 자신이 느끼고 경험했던 것들을 세세히 묘사하여 소설가로서는 큰 명성을 얻었다.

뚜르게네프의 “아버지와 아들”은 1859년에서 1860년 까지의 러시아를 배경으로 삼았는데 그 후 일년 뒤 1861년 농노해방이 유럽에서 제일 늦게 시행되었다고 한다. 러시아 지식인들은 사회체제가 뒤떨어졌다고 규탄했으니 신구 세력이 충돌할 수밖에 없는 사회였다.


“아바지와 아들”의 소설에서 주인공의 큰아버지는 영어와 불어를 구사하는 지식인이면서 뼛속까지 귀족이었다. 그는 그 당시 러시아 사회개혁은 한 때 있다가 사라져가고 전통적인 러시아로 되돌아갈 것으로 치부하는 기성 세대였고 주인공 바자로프는 큰아버지와 대립해서 격정적으로 의견 다툼을 일으키는 젊은 세대로 급진적인 개혁을 원하는 무리다. 바자로프는 허무주의자로 귀족의 삶을 경멸하며 기존의 모든 것을 부정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밀어부치는 젊은층을 대표한다.

뚜르게네프는 이 작품을 통해 보수파(큰아버지)와 급진파(바자로프)의 대립과 갈등을 쓰고 있지만 자식을 향한 부모의 변함없고 끊임없는 사랑에 대해서도 피력하고 있다. 사회적인 문제와 갈등이 있지만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따듯한 사랑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뚜르게네프는 사냥을 좋아하고 자연을 사랑해 러시아 숲속의 동식물을 자세히 관찰했다고 한다. 아무튼 그는 19세기 러시아 사회의 가장 큰 문제를 날카롭게 묘사하고 세밀하게 묘사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리고 두 세대의 대립과 갈등을 여과 없이 다뤘으며 자연과 인간의 내면까지 깊게 파고들었다는 평판을 들었는데 이는 그의 인생에 대한 철학적인 사색으로부터 우러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이 소설을 쓴 후 150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러시아 인 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인의 고전이 되어 읽히고 있다.

국가와 국가 간의 대립과 구세대와 신세대의 갈등은 영원한 숙제다. 국가나 개인 우리 모두는 각자 처해진 시대와 환경과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해야만 한다. 그래서 대립과 갈등은 언제나 불가피한 상황으로 나타날 것이다.

이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도 뚜르게네프의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는 계속되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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