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 D-1' 읍소에 욕설까지…'전쟁터'된 편의점

뉴스1 제공  | 2014.12.31 22:15

"편의점이 담배 숨겨뒀을 것" 불신 여전…종업원들 "오늘 밤이 고비" 울상

(서울=뉴스1) 사건팀 =
서울시내의 한 편의점의 담배판매대가 비어 있다. /뉴스1 ⓒ News1 양동욱 기자

담뱃값 2000원 인상을 하루 앞둔 2014년 마지막날 서울 일대 편의점에서는 2000원대 담배를 사기 위한 흡연자들의 '전쟁'이 벌어졌다.

한 갑이라도 더 사기 위해 종업원들에게 '읍소'를 하는 시민부터 비싼 값에 팔기 위해 담배를 숨겨둔 것 아니냐며 거칠게 '항의 소동'을 벌이는 시민도 있었다.

이날 저녁 종로구 한 편의점을 찾은 김모(36·여)씨는 "오늘이 마지막 날인데 한 갑만 더 주면 안되느냐"며 종업원에게 물었다.

종업원은 "안 된다"며 단번에 거절했지만 계속되는 김씨의 부탁에 진열대에 남은 마지막 담배를 결국 김씨에게 건네줬다.

강남역 인근 편의점에서 만난 한 시민은 진열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저건 없나요"라고 물었지만 "다른 데도 모두 없을 것"이라는 종업원의 단호한 대답에 발길을 돌렸다.

"담배가 없다"는 말에 욕설을 퍼붓는 시민도 적지 않았다.

종로구 한 지하상가 편의점에서는 술에 취한 60대 남성이 남은 담배가 없다는 종업원의 말에 한동안 목소리를 높이며 욕설을 하다가 발길을 돌렸다.

인근에서 만난 조모(48)씨는 "원하는 담배를 못 사면 상당히 불쾌하다"며 "XXX들. 정부에서 대책 없이 정책을 내놔서 벌어진 일"이라는 말을 남긴 채 편의점을 나갔다.

자신이 원하는 담배를 찾지 못해 '꿩 대신 닭'이라는 심정으로 니코틴과 타르 양이 비슷한 다른 담배를 사가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종로구에서 만난 홍성훈(30)씨는 "오늘 12시까지만 피우고 끊으려고 4~5군데를 돌아봤지만 평소 피우던 담배를 파는 곳이 없었다"며 "내일 오전 담배가 다시 쌓여있을 것을 생각하니 화가 난다"고 말했다.


명동 한 편의점을 찾은 최영욱(41)씨도 원하는 담배가 없자 다른 담배를 골랐다. 최씨는 "담배라는게 마약이나 마찬가지라 한순간에 끊을 수 있는게 아닌데 정부는 세금을 받으면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정부를 겨냥했다.

편의점이 담배를 숨겨둔 것 아니냐는 시민들의 불신은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었다.

종로구에서 만난 이모(21)씨는 "괘씸하다. 절대 못믿는다. 편의점 알바를 해봐서 아는데 밑에 서랍에 담배가 있을 것"이라며 "거기 없어도 창고 어딘가에는 있다. 없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편의점 측은 '결백'을 주장했다. 타임스퀘어 인근 편의점의 종업원은 재고 여부를 묻는 시민에게 "한 번 보세요. 있나 없나"라며 직접 창고를 보여줬다.

영등포시장 한 편의점 종업원은 "숨겨둔 담배가 있냐고 묻는 손님이 많은데 그런 건 회사에서 금지 시킨다"며 펄쩍 뛰었다. 그러나 지방 등 일부 편의점에서는 담배를 숨겨 놓고 팔지 않는 사례가 단속에 적발되기도 했기 때문에 애연가들의 의구심이 전혀 근거없는 것만은 아니었다.

이런 탓에 종업원들은 오늘 밤을 '고비'로 여기고 있다. 종로구 한 편의점 종업원 신예리(25)씨는 "담배를 왜 안파느냐며 죽여버리겠다고 하는 손님도 있었다"며 "새벽에 술에 취해 난동을 피우는 손님들이 있을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편의점주들은 '담배 대란'에 울상이다. 명동의 편의점주 오동근(57)씨는 "담뱃값 인상 발표 이후 담배 매출이 반 이상 줄었다"며 "손님들의 사재기 때문에 1~2개월 정도 매출이 제자리걸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이후에도 매출이 오를 것 같지는 않다"고 우려했다.


(박응진·권혁준·김일창·양새롬·윤수희·정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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