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여성시대] 박춘희 송파구청장

머니투데이 편승민 더리더 기자 | 2014.12.31 16:32

“여성 리더십은 소프트 파워” 카리스마 시대는 옛날…부드럽게 휘어지는 대나무가 안성맞춤일 때


송파구 잠실은 지난 한 달간 500만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이며 행복과 기쁨의 바이러스를 퍼뜨린 ‘러버덕 프로젝트’와 국내 최대규모의 쇼핑·문화·관광·레저 복합단지인 제2롯데월드의 개장으로 인해 서울에 오면 꼭 들러봐야 할 ‘잇(it)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이 같은 초대형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가진 박춘희 리더십이 자리잡고 있다. 새로운 관광 메카로의 발전도모와 동시에 구민들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삼고 복지와 안전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는 박춘희 구청장은 구민과의 소통을 통해 가장 앞서가는 송파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만추(晩秋)의 끝자락에 러버덕이 남기고 간 따뜻함이 남아있는 석촌호수에 위치한 송파구청에서 그를 만났다.

▶재선에 성공하고 민선 6기가 출범한지도 5개월이 지났다. 그 동안의 소회와 더불어 민선 6기 구정목표와 운영방향을 소개해달라
“지난 4년간 모든 구민들의 생각과 고민을 함께 담아내 선진행정을 펼쳤던 그 마음 그대로 앞으로의 4년도 이어갈 것이다. 두 번을 연달아 선택 받았다는 건 지난 4년 동안 열심히 잘 해왔다는 칭찬이기 때문에 기쁘기도 하지만 앞으로 4년도 잘 부탁한다는 얘기도 된다. 앞으로도 67만 송파구민 앞에 더 낮은 자세로, 또 진심으로 다가가려고 노력하겠다.
가까운 미래에 송파의 패러다임은 베드타운을 넘어 글로벌 자족도시, 미래 지식산업의 역동적인 허브가 되는 것이다. 구청 정문에 ‘앞서가는 송파, 당신을 담습니다’라는 글귀가 있다. 민선 5기 캐치프레이즈인데 모든 구민들의 생각을 담아 모든 분야에서 앞서가는 선진행정을 펼치겠다는 의미다. 민선 6기가 출범했지만 그 모토는 지속돼야 한다고 본다.
사실 모든 제안을 100% 구정에 녹여낼 수는 없다. 공직선거법이나 현행법상의 제약이 있을 수도 있고 예산이 많이 투입되는 일이라면 쉽지 않다. 하지만 최대한 구민들의 생각을 구정에 담기 위해 노력하겠다. 사람 중심의 쾌적한 주거도시,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국제관광도시 송파구로 거듭나 2020년에는 80만 구민과 800만 관광객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행정서비스를 준비하겠다. 꼼꼼하고, 성실하고, 또 투명하게 행정을 해 나가겠다.”

▶민선 5기, 민선 6기 취임 때마다 취임식을 대신한 소통의 행보를 통해 복지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엿볼 수 있었다. 송파구만의 차별화된 복지사업에 대한 계획이 있다면
“가장 살고 싶은 도시 조건을 꼽으라면 무엇보다 안정적인 복지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곳을 선택하는 주민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 중심에 송파구 주민들의 ‘복지허브’인 행복나눔센터가 있다. 지금까지 복지서비스 체계는 공급자 위주였다. 거의 대부분의 서비스가 중앙정부와 매칭펀드로 사업을 진행했는데 그러다 보니 각 서비스마다 연계나 유연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었다. 일단 행정적인 절차가 까다롭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이런 측면에서 행복나눔센터는 주민들의 입장에서 구상한 복지서비스다.
위기 가정이나 저소득층이 한번 방문하기만 하면 복지서비스는 물론이고 일자리와 주변 이웃들의 도움까지 종합적인 해결방법을 강구할 수 있다. 이 외에도 구민들과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진정으로 구민들이 원하는 요구사항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최소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물샐 틈 없는 복지서비스를 마련할 것이다.”

▶제2롯데월드가 10월 개장 후 최근 균열과 진동 등 안전문제로 인해 구민을 비롯해 국민의 우려를 사고 있다. 안전문제에 대한 대책은?
“안전문제는 건물 자체뿐만 아니라 주변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서도 명쾌하게 규명돼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물론 기업 입장에서는 막대한 손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난감한 상황인 건 이해가 가지만 구민들의 안전은 양보할 수 없다. 따라서 더 철저히 안전문제를 검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싱크홀 이슈는 서울시는 물론이고 송파구에서도 건축공학적으로는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주민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석촌호수 주변 지하수 흐름을 포함한 수질· 수위 관련 연구용역을 서울시립대에 위탁,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도 롯데월드타워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했고 롯데 측도 영국의 엔지니어링회사에 연구용역을 맡겼다.
이렇게 지방정부와 기업에서 다각적으로 주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전문가들은 체계화된 위기대응 메뉴얼도 중요하지만 훈련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몸에 밸 수 있도록 수 차례 실시하라고 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매번 새로운 문제점이 도출될 거다. 다만 도시의 난개발로 인한 도로침하 현상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을 넘어 정부부처가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있는데 거기에도 동의한다.”

▶제2롯데월드와 관련 교통난 대책으로 주차사전예약제, 유료주차장 운영 등의 계획을 세웠지만 이용률이 저조하고 오히려 주변 주차시설들이 몸살을 앓고 있는 상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제2롯데월드 저층부 개장으로 주민들의 우려가 컸을 것이다. 현재 제2롯데월드뿐만 아니라 잠실주변 일대의 교통상황을 시시각각 모니터링하기 위해 송파구·서울시·송파경찰서 합동으로 상황실을 운영하면서 개장 이후 교통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는데 우려와는 달리 개장전의 교통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 특히 잠실지역과 같이 도시개발이 완료된 지역에서는 물리적 공간의 제약, 지역주민들과의 다양한 이해관계 때문에 도로개설과 같은 시설공급이 쉽지 않아 이것만으로 교통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다.
서울시는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교통량을 근본적으로 감축하는 교통수요관리 방안 중 하나인 주차장 예약제와 유료화를 저층부 임시사용승인조건으로 부여해 시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롯데 고객차량이 주변 건물의 주차장에 몰려 불편이 발생하는 점도 있지만 10월부터 한 달간 진행된 석촌호수 러버덕 행사로 인한 일시적인 영향도 있었다고 판단한다. 또한 주차장 예약제와 유료화 정책도 아직은 시행초기 단계라 시행효과와 문제점을 단정 짓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당분간은 주변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교통상황을 면밀히 주시해 서울시의 주차장유료화 정책 등이 재검토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지난달 석촌호수의 ‘러버덕 프로젝트’가 단연 화제였다.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 스토리가 궁금하다. 앞으로도 이러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 있나
“우리 구는 석촌호수를 관광명소화해 관광객이 많이 찾아올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이 호수와 어울리는 매력적인 문화콘텐츠를 개발할 필요가 있었다. 무엇을 담아야 할지 고민하던 중 때마침 대규모 공공예술 프로젝트인 러버덕 프로젝트를 알게 됐고 이를 유치하는 것이 석촌호수 관광명소화에 크게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 따라서 이 행사를 적극 유치하게 됐고 롯데그룹과 함께 공동 주최하게 된 것이다.
이번 러버덕 프로젝트는 지난 10월 14일부터 11월 14일까지 32일간 500만명의 관람객이 찾아온 국내 최초 대규모 공공예술 프로젝트로 기억될 것이다. 러버덕 프로젝트의 시작은 송파구의 석촌호수 관광명소화 계획과 작가 플로렌타인 호프만의 선택이 절묘하게 결합돼 시작된 작품이다. 나도 러버덕이 이렇게까지 인기가 많을 줄은 몰랐다. 사실 러버덕을 우리구 석촌호수에 데려오자고 결정할 때 단순한 대형 오리 조형물을 과연 사람들이 얼마나 좋아할지, 러버덕을 보러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석촌호수를 찾아올지 가늠할 수 없었다. 그런데 외국의 전시사례를 보고 깜짝 놀랐다. 특히 베이징에서는 한달 동안 300만명이, 홍콩에서는 800만명이 러버덕을 찾아 열광하고 러버덕이 다치면 슬퍼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국민들도 러버덕과 함께 휴식과 치유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러버덕 프로젝트 기간 동안 석촌호수에서 어린아이들은 즐겁게 뛰어 놀고, 청소년들은 잃어버린 웃음을 되찾고, 연인들은 데이트를 즐기고, 노년층은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새기는 축제가 펼쳐졌다. 러버덕 프로젝트가 끝난 후 상당히 많은 주민들과 작가, 기획사 등에서 석촌호수를 배경으로 하는 기획안을 제출하고 있다. 하지만 송파구는 석촌호수가 상업화되지 않고 모든 관람객이 자유롭게 찾을 수 있는 공공예술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 따라서 이제 국내 작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제2, 제3의 공공예술 프로젝트에 도전하고 있다.
물론 러버덕처럼 수백만 관광객을 모으는 프로젝트는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석촌호수가 국제관광도시, 송파의 대표아이템이 된 만큼 이에 걸맞은 공공예술 프로젝트는 계속 진행돼야 한다. 문화와 예술이 흐르는 석촌호수, 세계인이 찾아오는 송파는 계속 진행될 것이다.”


▶민선 5기 ‘책 읽는 송파’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해 민선 6기 때는 ‘책 박물관 조성’ 사업을 발표했다. 책 박물관 조성 사업의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 알려달라

“책 읽는 송파 사업은 예상보다 빠르게 주민 속으로 확산되고 또 정착된 사업이다. 요즘은 지하철을 타도, 밥을 먹을 때도 하물며 연인끼리 앉아 차를 마셔도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지 않는다. 따라서 ‘검색만 있고 사색은 없는 시대’라고 하지 않나. 이런 문제인식에서 출발했다. 재작년 5월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해 2년 정도 지났는데 송파의 상징이 됐다.
‘하루 20분, 한 달 2권’ 실천을 목표로 책 읽는 송파 사업을 추진했는데 주로 지역 곳곳에 크고 작은 독서 인프라를 확충했다. 공중전화박스를 재활용한 , , 도로 위를 달리는 등의 사업이 반응이 좋다. 는 택시를 타면 EBS 책 읽어주는 라디오를 들을 수 있도록 한 사업인데 시행 이후 택시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다는 평가다.
민선 6기에도 책 읽는 송파를 계승 발전시킬 생각이다. 특히 책 박물관을 건립하고 싶다. 책 박물관은 도시의 품격을 높이는 문화공간이다. 관광자원으로도 손색이 없다. 기존의 도서관과는 차별화된 콘텐츠, 기왕이면 전세계에서 온 관광객들에게까지 어필할 수 있는 내용으로 채울 것이다. 동서고금은 물론 미래의 책까지 책과 관련한 역사와 문화를 한 곳에 집대성해서 책 읽는 송파의 메카로 삼아, 도시의 품격을 높이고 주민들의 내면을 동시에 살찌우겠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대표 여성 리더로서 조언한다면
“‘지금은 여성시대’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요즘이다. 말 그대로 우먼파워가 사회 곳곳에서 그 힘을 발휘하고 있는데 정치·경제·사회 모든 분야에서 여성들의 활약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그 파워도 대단하다. 경제부문만 봐도 ‘우머노믹스 (Woman+Economics)’란 신조어가 나오지 않았나. 우머노믹스는 초기만 해도 취업 여성수가 늘고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여성 대상의 상품이나 서비스시장이 확대되는 것을 뜻하는 단순한 용어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여성들이 CEO는 물론 금융계에도 많이 진출하면서 단순히 소비하는 주체가 아닌 능동적인 리더로서 경제를 이끌어간다는 뜻의 용어로 변했고 이러한 현상은 전세계적으로 가속화되는 추세다.
우리나라도 여성 대통령이 나왔다. 각계에서 많은 여성 리더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여성들은 공적인 사회활동을 위해 딸로서, 엄마로서, 아내로서의 역할에 어느 정도 손해를 감수해왔다. 하지만 그 어려움의 강도가 조금은 완화되지 않았나 싶다. 우리 선배들 덕분이다. 예전엔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들이 현실로 이뤄지고 있다.
나부터도 느지막이 여성 최고령으로 사법고시를 통과했지만 연수원 자치회장을 처음 맡았을 때 다른 남성 동기생들의 반발이 거셌다. 하지만 나는 거기에 날 선 대응을 하지 않았다. ‘알았다. 그런데 당장 자치회에서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으니 그것만 끝내 놓고 동기생들에게 물어서 자치회장을 다시 선출하자’고 타일렀다. 그리고 일단 당장의 급한 일을 누구보다도 잘 처리했다. 그랬더니 나를 향한 험담도 자연스레 없어지고 자치회장을 다시 뽑자는 얘기도 사라졌다. 주도적으로 반대했던 동기도 내게 사과했다.
때로는 꼿꼿한 소나무보다 부드럽게 휘어지는 대나무가 안성맞춤일 때가 있다. 이제는 ‘소프트 파워’시대다. 강인한 카리스마적 리더십이 통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여성다운 리더십, 소통하고 설득하고 섬기고 포용하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편이 거친 세상을 극복하는 데 훨씬 수월하다고 조언하고 싶다.”

△ 박춘희 송파구청장
1954년 10월 15일생(경남 산청)
경남여자고등학교 졸업
부산대 졸업
부산대 행정대학원 석사
제44회 사법고시 합격
사법연수원 자치회장
변호사
새누리당 대통령선거 법조지원단 부위원장
민선 5기 송파구청장
現 민선 6기 송파구청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carriep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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