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 떨어지고 셋방 전전하는 '대학생'

머니투데이 신현우 기자 | 2015.02.18 07:30

[그들이 사는 곳 - <1>20대]임대료 기숙사비와 차이 적지만 주거환경은 열악

겨울 방학을 맞아 대학가 인근 집주인들이 세입자 구하기에 나섰다. 사진은 서울 동작구 흑석동 소재 중앙대학교 입구 담벼락에 월세 및 하숙 전단지가 붙어 있다. /사진=신현우 기자

"기숙사에 지원했다가 떨어져 급하게 월세 25만원짜리 반지하방을 구해 들어왔어요. 기숙사비와 별 차이도 없는데 겨울엔 보일러가 고장나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을 때가 종종 있어 고생입니다. 행복기숙사라는 곳도 있다는데 다음 학기엔 그 곳에 지원해봐야겠습니다."(중앙대 2학년 이정현씨·23)

정부가 대학생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행복연합기숙사를 짓는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공급량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 결국 다수의 대학생들이 여전히 원룸이나 다가구주택 등에서 월세살이를 하고 있다. 치솟는 월세에 주거여건은 열악하다. 실제 이들이 살고 있는 원룸 일부는 '불법 쪼개기' 등으로 이뤄졌다.

18일 한국장학재단의 '대학생 주거실태 분석과 수요 예측을 통한 기숙사 건립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대학 재학생은 218만7293명이지만 기숙사 수용 가능 인원은 32만2056명(14.7%)에 그쳤다.

특히 서울은 49만5060명이 대학에 다니고 있지만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은 5만5088명(전문대학 포함)으로 11.1%에 불과했다.

기숙사에 입주하지 못한 대학생들은 임대료가 저렴하지만 주거여건은 열악한 원룸 등에 거주하고 있다. 겨울방학을 맞아 서울시내 대학가에서는 학생들의 월셋집 찾기로 분주하다. 기숙사 부족으로 값싸고 좋은 방을 미리 구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김상연씨(25)는 "군 전역 후 복학을 준비 중인데 입대전보다 월세는 비싸졌지만 시설은 별로 좋아진 게 없어 당황스럽다"며 "발품을 팔아 값싸고 좋은 집을 얻으려고 학생끼리 경쟁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주택가로 다가구주택이 밀집해 있다. 현관이 없는 집부터 불법 건축된 옥탑방 등이 있으며 임대료가 저렴해 대학생들이 주로 거주하고 있다./사진=신현우 기자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20~24세 청년 중 74.8%가 월셋집에 살고 있다. 하지만 전세가격 상승에 따른 임대보증금 부담 증가가 주거환경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 청년 1인 가구의 주거 빈곤율은 36.3%에 달한다. 주거빈곤은 최저주거기준(14㎡ 이상) 미달이거나 반지하, 옥탑 또는 주택 이외의 거처를 말한다.

권지웅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대학가 주변에는 겉모습은 양호하지만 내부가 최저주거기준 미달하거나 불법으로 건축된 주택이 많다"며 "가설벽을 두고 쪼개진 방들이 줄지어 있는 경우가 있는데 월세가 예상외로 싸지도 않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 지난 8월 행복 연합 기숙사가 건립됐다. 홍제동 행복 연합 기숙사는 교육부와 서울 서대문구가 무상으로 부지를 제공하고, 국토교통부와 한국사학진흥재단이 기금을 투입해 지은 것이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행복 연합 기숙사 전경./사진=신현우 기자

정부가 이 같은 문제를 해결코자 서울 홍제동에 행복 연합 기숙사를 짓고 지난해 9월 첫 입주생을 받았다. 하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올해 신입생들에겐 행복 연합 기숙사 입주 기회가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행복연합기숙사 관계자는 "신규 입주생 모집에 공석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입주생들의 주거 만족도가 높다보니 퇴사하려는 인원이 적은데다 계약 연장을 신청한 입주생도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홍제동 행복연합기숙사는 교육부에서 국유지(3418㎡)를, 서대문구에서 공유지(825㎡)를 각각 무상 제공하고 한국사학진흥재단이 자금(국민주택기금 84억1400만원, 사학진흥기금 74억5800만원)을 투자해 연면적 7811㎡ 규모(지하 1층, 지상 7층)로 지난해 8월 준공됐다. 이 기숙사에는 516명 수용이 가능하다. 월 기숙사비는 2인실 24만원, 4인실 18만원이다.

행복연합기숙사의 이 같은 인기는 민자 기숙사와 시설면에서 차이는 없지만 기숙사비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서다. 교육부의 '2013년 사립대학 민자 기숙사비 현황'에 따르면 사립대 민자 기숙사 월 평균 비용은 2인실 32만1900원, 4인실 이상 24만6400원으로 나타났다. 행복연합기숙사비보다 1.3배가량 비싼 것.

정부도 다양한 방식으로 대학생 주거 안정 정책을 펴고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현재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막상 전세자금 대출에 선발됐더라도 집을 구하지 못해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공급자 우위시장인 전세시장에서 가격을 높이는 요인으로까지 작용하고 있다.

행복주택 공급도 서울은 지역주민들의 반발에 막혀 사업이 순조롭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정부는 6개월 정도 과정을 거치다 물량을 축소하고 주거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도심 외곽 지역으로 계획을 옮겼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교수는 "장기적으로 행복주택 등을 공급해 주거 안정을 도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우선 상승하는 임대료에 대한 문제를 다시 한번 고민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 국가에서 기준 임대료를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결정하고 있는 만큼 이를 우선 추진하고 공공주택 공급 등의 정책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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