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반짝했던 스타트업이 사라진 이유

머니투데이 홍상민 넥스트랜스 대표 | 2014.12.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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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창업 전쟁터에서 승리을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합니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지난 15년간 수천개가 넘는 스타트업들을 검토하고 만나보고 실제로 함께 밤을 새기도 하면서 과연 어떤 스타트업들이 지속적으로 성장을 하는지가 궁금했다. 어떤 스타트업들은 소위 한번 떠보지도 못하고 문을 닫기도 하였고 어떤 스타트업들은 놀라운 기술력을 인정받고 신문 지면에도 나오며 세상의 이목을 끌었지만 결국 문을 닫았고, 또 어떤 스타트업들은 커다란 성과를 거두고 상장까지 했지만 장기적 성장에 실패하여 헐값에 매각되기도 하였다.

반짝거리는 아이디어, 높은 기술력, 똑똑하고 백그라운드 좋은 팀, 대기업에서의 다년간 경험, 광범위한 네트워크 등 필요한 요소들은 많이 있다. 하지만 그러한 것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성장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었다.

반짝거리는 아이디어는 실제 실행되는 제품이나 서비스로 구현되면 처음 아이디어와는 사뭇 다른 느낌과 경험의 제품이 나오곤 했다. 높은 기술만을 가진 기업은 고객에게 필요한 가치제공을 하지 못하고 기술의 고도화만 시도하다 자원을 다 사용하고 문을 닫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똑똑하고 백그라운드만 좋은 팀은 시간이 감에 따라 창업자들간의 생각이 달라져 각자의 방향을 가려다가 해체되는 경우를 종종 보아왔다.

대기업에서의 다년간의 경험을 믿고 스타트업에 뛰어든 많은 창업자들이 고되고 때로는 유치해보이는 일상의 지난한 업무를 이기지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도 보았다. (대기업에서 경험한 시스템은 스타트업에서는 대부분 통하지 않는다. 스타트업의 시스템과 문화는 오랜 시간 사업을 영위해 가는 과정에서 건축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광범위한 네트워크는 분명 좋은 것이나 네트워크 상의 주체들이 창업자의 의도대로 결코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사업을 진행하면서 깨닫게 될 때 좌절하고 실망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

그렇다면 아이디어, 기술, 좋은 팀, 경험, 네트워크 외에 어떤 요소가 지속적 성장을 만들어 내는가?

첫째, 추상적인 의미로 들릴는지도 모르겠지만 ‘불굴의 의지(Unyielding will)’야말로 스타트업의 지속적 성장을 견인하는 요소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불굴의 의지란 어떤 경우에도 포기하지 않는 강력한 의지를 말한다. 불굴의 의지가 생기려면 먼저 ‘가치’있다고 믿을 수 있는 일을 발견해야 한다. 비록 그런 가치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이 지금은 모호하게 생각되지만 방법을 찾기만 한다면 엄청난 가치가 실현된다는 강력한 믿음이다.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한 일이나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가 온라인으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한 일이나 P&G의 한 연구원이 1회용 기저귀 원가를 낮춰 주부들을 천 기저귀 빨래에서 해방시키려는 노력이나 헨리 포드가 자동차 대량 생산을 통해 인간의 이동 속도를 빠르게 하려 했던 노력 등은 단순한 아이디어나 기술력, 좋은 팀과 경험 및 네트워크로 인함이 아니라 반드시 방법을 찾아내고자 말겠다는 불굴의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가치에 집중하여 방법을 찾아내려는 불굴의 의지는 창업자의 눈을 크게 열어 주어 스티브 잡스처럼 마우스, Firewire등의 기술을 외부에서 발견하게 하기도 하고, 방법을 함께 찾을 훌륭한 친구들을 동기부여함으로써 회사에 합류시키도록 한다. 또한 진정한 가치를 전도사와 같이 전염시키며 많은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도 한다.

따라서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장기적 성장을 위해서 과연 자신이 인생 전체를 헌신할 가치를 발견하고 그것을 실현할 방법을 찾기 위해 자신 안에 불굴의 의지가 있는지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둘째, 불굴의 의지와 더불어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것은 창업자 및 그 팀 스스로가 자신이 가치있다고 믿는 바로 그 제품을 직접 사용해보고 그 속에 푹 빠져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창업자들은 심지어 자신이 개발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스스로 사용해보지도 않고 설문조사나 테스트 결과에만 의존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시시각각 업데이트하고 변화되어야 할 초기 단계에 있는 제품의 민감한 개선 영역을 이해할 수 없어 제품이 점점 고객과 멀어지는 불운을 겪게 된다.

셋째,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고되고 지루하고 불쾌한 일을 감수할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스타트업이 멋진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아이디어와 실행 사이에는 고되고 지루하고 불쾌한 일들이 줄지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Y-Combinator의 폴 그래험은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이 멋진 아이디어를 내면 멋진 소프트웨어를 써서 어딘가에 있는 서버에 올려 놓고 돈이 쏟아져 들어오는 것을 보고 싶어하지만 그런 일을 본적이 없다고 한다. 스타트업은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거나 일확천금을 얻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고되고 지루하고 불쾌한 일을 감수하고 진정 가치 있다고 믿는 바를 달성해내는 일이다.

2014년을 보내면서 불굴의 의지를 가진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만나 함께 반드시 거쳐야 할 터널을 지나가고 있다는 생각에 2015년은 더 큰 희망과 기대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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