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가 '여섯 어른' 부양하는 시대 온다

머니투데이 박진영 기자, 김성은 기자 | 2015.01.02 07:02

[2020 인구절벽-한국사회 뒤흔든다]<1>세대갈등 본격화

#40대 김모씨는 남편과 사이에 중학생 아들이 한 명 있다. 시동생 부부에겐 자녀가 없어 김씨 아들은 유일한 '손주'로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다. 명절 때 모이면 시부모까지 어른 6명에 달랑 아이 하나다. 나이가 들면 이 아이 하나가 김씨 시부모와 김씨 부부, 자녀가 없는 시동생 부부까지 돌봐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아 김씨는 가끔 아이가 안스럽다.

#직장인 이모씨(33)는 부모님과 조부모님에 대한 부양 부담이 부담스럽다. 혼자 회사 생활을 하면서 신혼살림을 꾸려가기도 빠듯한데 70대 부모님은 모두 일을 하지 않으신지 오래다. 어머니는 건강이 좋지 않아 병원에 다닌다. 게다가 부모님은 거의 거동이 불가능한 96세 할머니를 모시고 함께 살고 있다. 부모님은 물론 할머니에 대한 경제적 지원까지 외동인 이씨가 오롯이 책임져야 한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로 젊은층의 부양 부담이 날로 급증한다. 한자녀 가정이 많아지고 있는 가운데 평균 수명이 늘어나며 부모는 물론 조부모까지 장기간 부양해야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3포 세대'에게도 부양은 피할 수 없는 문제로 경제적, 심리적 갈등을 초래한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실제 노년부양비'는 2000년 16.4%에서 2014년 26.5%로 빠르게 상승했다. 이는 100명의 취업자가 27명의 노인을 부양한다는 의미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저출산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노년 부양 부담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2016년까지는 노년부양비가 유소년 부양비를 하회하겠지만 2017년부터는 초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년 후부터는 생산가능인구가 부양해야 하는 아이보다 노인이 더 많아진다는 설명이다.

요양서비스나 요양시설을 이용해 부모님을 부양하는 가정도 늘고 있지만 경제적으로 부담이 큰데다 부모님과 의견 차이, 전통적인 효 사상 상충 등으로 심리적인 갈등도 만만치 않다. 박모씨(30·회사원)는 최근 친구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오랜만에 만난 동창 4명이 모두 조부모가 계시는 요양병원으로 서둘러 떠나는 모습을 보고 당황했다. 박씨는 "주말마다 친척들이 돌아가며 할머니를 뵈러 요양병원을 찾는 똑같은 상황이었다"며 "맞벌이를 하고 있거나, 부양이 어려운 상황에서 결정한 일이지만 왠지 모를 죄책감도 느껴진다는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서울시가 최근 발표한 '통계로 본 서울시민 가족생활 변화'에 따르면 노부모 부양은 자녀가 해야 한다는 인식이 2006년 60.7%에서 올해는 31.2%로 절반가량 줄었다. 반면 자녀 및 정부, 사회의 공동책임이라는 대답은 29.1%에서 48.2%로 급증했다. 또 부모가 스스로 해결해야한다는 의견도 같은 기간 7.7%에서 16.4%로 크게 늘었다. 가정 내에서, 자녀에게만 부양 부담을 지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인식이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수연 여성정책연구소 연구원은 "가족 내에서 노인을 돌보는 문제는 현재도 어느 정도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며 "경제적, 정서적 이유로 서로가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부양하게 되면 심리적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현식 경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저출산 고령화로 부양 부담에서 비롯된 갈등은 늘어나게 돼 있다"며 "예전처럼 효 사상만을 강조하고 가정 내에서만 부모를 부양하는데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또 "정부의 재정적, 시설적 지원이 불가피해 노인 부양에 대한 정부 부담이 급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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