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 부담스럽다"..갈등의 중심 된 지하철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박진영 기자 | 2015.01.02 07:01

[2020 인구절벽-한국사회 뒤흔든다]<1>세대갈등 본격화

#"지하철 노약자석에 앉아 있던 젊은 임산부가 어르신들에게 무안을 당하는 모습을 종종 본다. 임신 초기여서 배가 부르지 않은 임산부에게는 '젊은 사람이 버릇없이 어른들 자리에 앉아 있다'고 핀잔을 주기 일쑤다. 몸이 불편한 젊은이들도 민망해서 노약자석은 아예 피한다. 노약자석은 말 그대로 나이가 들었거나 몸이 약한 사람을 위한 자리인데 언제부터 노인 전용석이 됐는지 모르겠다."

#"지하철 타고 매일 한 시간 가까이 출퇴근하면 사실 피곤할 때가 많다. 노약자석에 앉아 있는 것도 아닌데 내 자리 바로 앞에 서서 노골적으로 무안을 주거나 심지어 갖고 있는 신문지로 머리를 치는 어르신을 보면 무조건 자리를 양보하는게 맞나 싶다. 심지어 젊은이들보다 더 정정해 보이시는데다 지하철 요금도 내지 않는 분들을 위해서 말이다."

인터넷 게시판에서 심심치 않게 올라오는 글이다.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세대갈등이 빚어지는 장소로 지하철이 부각되고 있다. 지하철은 젊은 세대와 나이 든 세대의 인식 차이와 부양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표출되는 공간이다.

신광영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지하철은 세대갈등이 일상적이고 때로는 감정적으로 표출되는 공간"이라며 "젊은이들은 세금도 내고 경제활동도 하면서 고령세대를 떠받들고 있다고 생각하는 반면 연장자들은 자신들의 과거 활동의 결과로 현재 젊은이들이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해 종종 갈등이 빚어진다"고 말했다.

전상진 서강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나이 든 세대가 지닌 지혜와 경험이 가까운 미래를 예측하는데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된데다 수명이 짧아 노인 자체가 드물었기 때문에 사회에서 존중을 받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변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과거 경험으로 인해 형성된 지식이나 지혜의 효용가치가 과거보다 떨어졌고 고령화로 노인 인구가 늘어나 연장자가 지닌 사회적 존중도가 낮아진 것으로 풀이된다"고 지적했다. 또 "젊은 세대는 연장자가 사회 기여도에 비해 더 많은 몫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세대갈등이 이전보다 심화되고 뚜렷하게 표출된다"고 덧붙였다.


지하철을 둘러싼 세대갈등은 2012년 박근혜 대통령 당선 당시 한 포털사이트에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폐지해 주세요'라는 청원 글이 올라오면서 본격적으로 표출됐다. 당시 청년들의 문제제기로 시작된 '지하철 무임승차 폐지' 논의는 현실적인 부양 부담 문제로 연결되면서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도시철도에 따르면 국내 7개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전체 연간 승차인원 중 무임승차 비율은 2009년 15.1%(3억2878만명)에서 2013년 15.6%(3억8670명)으로 늘어났다. 이 중 6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76.8%에 달한다. 특히 지난해 서울지하철(1~8호선)의 당기순손실액 4172억원 가운데 노인과, 장애인 승객 등 무임수송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66.9%에 달했다.

지하철 무임승차에 따른 비용보전 방안을 두고도 세대간 시각은 엇갈린다. 지난 7월에 서울도시철도공사와 신계륜 국회의원실이 공동 주최한 '지하철 무임수송제도 개선 방안에 대한 정책토론회'에서 심상복 한양대학교 특임교수는 "공공요금이라도 원가 이하로 공급해서는 안 되며 부담할 능력이 있는 국민에게는 요금을 다 받아야 하는 것이 큰 골격의 복지정책에도 부합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앞으로 노령인구 비율은 더욱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젊은 노인, 부담할 능력이 있는 노인은 공짜 수송에서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황진수 대한노인회중앙회 이사는 "지하철을 만든 사람이 현재의 노인"이라며 "지하철 적자의 원인을 노인 등으로 몰고 가는 접근 방식은 세대간 대립각만 세울 뿐이고 지하철 공사 경영의 합리화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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