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WTI 기준)는 지난 6월말 배럴당 105달러에서 12월중 55달러로 48%이상 폭락했다. 유가 폭락으로 원유 수출비중이 높은 러시아와 베네수엘라 등 산유국의 금융불안이 급격히 확산됐다. 러시아는 루블화는 한 달 만에 60% 폭락했다. 이에 러시아 통화당국이 기준금리를 무려 650bp 인상했지만 불안은 완전히 진정되지 않고 있다.
러시아발 통화위기 가능성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을 키웠다. 신흥국 주가가 한 달 새 7% 하락했고 태국, 인도네시아 등 일부 신흥국 신용부도스왑(CDS)이 급등했다.
관계당국과 전문가들은 무역규모와 국내 금융기관의 대 러시아 외화 익스포저(외화대출금, 외화유가증권, 외화지급보증)를 감안할 때 우리나라가 러시아 불안으로 받을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본다. 우리나라의 대 러시아 수출은 전체 수출액의 2%고, 러시아에 대한 외화 익스포저도 13억6000만달러로 전체의 1.3%에 불과하다.
또 아직은 러시아가 1998년과 같은 채무불이행에 빠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쪽이 우세하다. 당시와 다르게 러시아의 외환보유액 대비 외채 비중이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자재 가격 하락과 미국 금리인상이 맞물리며 원자재 수출국 등 신흥국으로 금융불안이 확산될 경우 입게 될 수 있는 간접적인 영향에 대해선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박미정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독립국가연합(CIS) 국가들이나 동유럽 쪽으로 먼저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며 "유럽으로 파급 후 원자재 의존도가 높고 경상수지 적자가 크며 양적완화로 풀렸던 돈이 많이 들어갔던 신흥국이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박 연구원은 "칠레, 체코, 헝가리, 멕시코, 터키, 남아공, 브라질, 베네수엘라, 인도네시아 등에서 이미 통화불안이 나타나고 있다"며 "취약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이나 자동차 산업 등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저유가에 따른 러시아 위기 가능성이 올해 한국 경제에 있어 가장 큰 대외리스크"라며 "이전에 비해 외환시장 안정성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원화는 안전자산 보단 개도국 통화란 개념이 강해 금융불안이 발생 시 자금이탈 우려와 시장 불안이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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