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봉대의 정가산책]당대표 체제, 없애는 건 어떨까?

뉴스1 제공  | 2014.12.24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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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강창일 의원을 비롯한 의원들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혁신을 위해 문재인, 박지원, 정세균 등 전 비대위원의 전당대회 불출마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노웅래, 김영주, 강창일, 정성호, 우상호, 김관영 의원. 2014.12.21/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빅3(문재인·박지원·정세균 의원)'에 대한 불출마 요구가 잇따르고 있는 것은 당 내분을 심화시킬 것이란 우려와 맞물려 있다.

이들 3명이 당 지도부 선출을 위한 내년 2월 전당대회에 출마할 경우 계파간 첨예한 대결양상으로 치닫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결국 당내 계파를 망라한 의원 30명이 "전당대회가 이대로 진행된다면 당의 미래는 없다. 세 분의 출마로 전대가 분열과 분파, 당내 기득권 구조의 현실을 확인하는 자리로 변질된다면 당이 좌절과 분열의 나락으로 떨어질 게 분명하다"며 빅 3의 불출마를 공개적으로 촉구하는 집단행동을 하기에 이르렀다.

최대 계파인 친노계의 문 의원이 당 대표로 선출될 땐 분당이 가시화될 것이란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 다른 우려는 없을까?

새누리당의 7·14 전대 직후 상황을 떠올려보자.

김무성 후보가 친박계 좌장으로 꼽히는 서청원 후보를 누르고 당 대표로 선출되자 친박계 의원들 내부에선 비상이 걸리기 시작했다.

최고위원이 된 서 후보는 김 대표가 주재하는 최고위원회의에 한동안 불참하는 등 불편한 심기를 표출하기도 했다. 친박계에선 계파 의원들끼리 모임을 활성화하는 등 세 결집 움직임도 가시화됐다.

이처럼 불안해했던 건 무엇보다 공천문제때문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공천이란 의원 개개인의 정치생명과 직결돼 있는 것이다.

차기 총선이 2016년 4월에 예정돼 있는 만큼 공천 일정은 1년여밖에 남아있지 않으나 김 대표 체제는 총선이후까지 존속하게 돼 있다.

친박계로선 이명박정부 출범 직후로 친이계가 득세했던 2008년 총선때 '공천 학살'을 당했던 트라우마도 갖고 있을 것이다.

친박계의 한 중진의원도 "김 대표가 차기 총선 공천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수차례 약속했다"는 점을 상기시킨 뒤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역풍이 클 것이다. 대선 주자로 나서는 물론 대표직조차 유지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친박계 불안감의 저변엔 당 대표가 후보 공천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있는 셈이다.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4.12.22/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의 전대 논란에도 이런 불안감이 자리해 있을 것이다.

특정 계파 측이 당권을 장악하게 될 경우 다른 계파측은 공천 불안감에 휩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차기 총선 공천을 앞둔 의원들 사이에 전대 결과를 놓고 희비가 갈릴 수 있다는 뜻이다. 호남 분당설의 이면에도 이같은 불안감이 있을 수 있다.

물론 여야 할 것없이 밀실공천 폐해를 막기 위해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검토할 정도로 상향식 공천에 적극 나서고 있으나 그런다고 대표의 영향력이 완전히 차단될 수있는 건 아니다.

상향식 공천이라고 해도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의 룰을 택하느냐의 문제가 남아있고 그 과정에 대표의 의중이 개입할 수 있는 것이다.

상향식 공천방식이 실제로 후보선정 과정에서 어느정도 관철되느냐도 대표 의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2012년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과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는 국민경선제 확대를 약속했지만 실제로 관철된 건 당초 예상을 훨씬 밑돌았고 전략공천이나 경쟁없이 현역의원을 후보로 확정짓는 사례 등이 적잖았다.

전략 공천이나 비례대표후보 공천의 경우 대표가 개입할 여지가 더욱 넓을 수 있다.

특히 전략공천의 향배에 대해선 현역 의원들이 늘 긴장하기 마련이었다. 선거구에 경쟁할만한 당내 후보가 없다고 해도 공천과정에서 마음놓을 수 있는 처지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앙당 측이 경쟁 정당 후보의 득표력을 비롯해 신진인사 영입 등 총선 전략을 감안, 낙하산식 전략공천 후보를 투입할 수 있고 그 과정에 대표의 의중이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 혁신위에서 전략공천 폐지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측면을 감안했을 것이다.

결국 중앙당에 대표체제가 존재하는 한, 지역구 공천이든 비례대표 공천이든 전략공천이든 대표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민주통합당이 19대 총선 공천심사 결과를 놓고 적격성 시비 등으로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7일 오후 서울 영등포 당사 앞에서 조영택 의원(광주 서구갑)을 지지하는 광주시민과 당원, 완도군 향우회원들이 공천 결과에 반발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조 의원은 지난 5일 당이 발표한 4차 공천자 명단에서 제외됐다. © News1

게다가 당 대표체제를 운영할 경우 중진들끼리 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이 과정에서 의원들간 줄서기, 나아가 계파싸움이 불가피해 진다. 돈 봉투 살포와 같은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선거후엔 논공행상이 벌어지기 마련이었고 결국 선거 공천과정에 대표가 개입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또 정당이 중앙당 중심으로 움직이게 됨으로써 중앙당은 비대해지는 반면 지방당은 취약해져 중앙당에 더욱 예속되기 마련이었다.

당원들은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이들이 내는 당비는 대부분 중앙당에서 관리, 하향식으로 내려가게 됐던 것이다. 대표는 중앙당 사무총장을 통해 전국의 당 조직을 이끌게 됨으로써 선거전을 세 과시· 조직 싸움으로 이끌어 갔다.


대표체제가 조직 동원 선거를 부추겨왔던 것이다. 선거가 인물보다는 정당 중심으로 치닫게 되고 결과적으로 지역주의를 심화시키기도 했다.

대표 등 당 지도부 자리를 아예 없애는 것은 어떨까?

실제로 새누리당의 보수혁신특별위원회는 당 대표·최고위원 및 중앙당의 폐지문제를 정당개혁 차원에서 논의하고 있다. 원내대표 중심의 원내정당화를 지향하겠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 체제를 없애는 문제와 중앙당 폐지문제는 서로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김문수 혁신위원장도 이같은 개혁방안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였다고 하나 "우리 정치현실과 동떨어진 급격한 변화를 초래하게 된다"는 등 당내 반발도 적잖은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혁신위 안은 미국식 정당정치를 롤모델로 했던 셈이다. 미국 정치는 원내총무 중심의 원내정당 체제로 움직이며 당 대표라는 자리가 없다.

전국위원회라는 게 있으나 우리나라의 중앙당처럼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게 아니라 지방당, 당내 의원, 후보자 등을 대상으로 한 연락· 지원 기구라는 소극적 역할에 그치고 있다. 대선때엔 전당대회 준비나 선거캠페인을 맡고 선거위원회라는 별도의 기구도 구성돼 후보 정치자금을 지원하고 선거전략을 수립하게 된다.

새누리당은 두해전에도 이같은 정당개혁을 추진한 적 있었다. 2012년 초 총선과 대선을 앞둔 비대위 체제때였다. 2008년 전대때의 돈봉투 살포사건이 폭로된 것을 계기로 당쇄신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던 상황과 맞물렸다.

당시엔 중앙당을 대신해 전국위원회 체제를 도입하고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없애는 방안을 마련했으나 비대위원장이던 박 대통령이 선거를 목전에 둔 상황을 감안, 보류시키기로 했다.

하지만 중앙당을 축소하는 문제에 대해 여야가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해 왔다는 점에서 대표 자리를 없애는 게 어려운 것만도 아니다.

중앙당을 축소하겠다는 것은 중앙당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현행 정당체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또 중앙당체제와 맞물린 대표체제의 문제점, 특히 대표자리를 둘러싼 계파갈등과 선거때면 반복되는 불공정공천 논란 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새누리당이 19대 총선 3차 공천명단을 발표한 가운데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 앞에서 여주당원협의회 회원들이 공천결과에 항의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 News1

박 대통령은 2002년 초 한나라당을 탈당, 한국미래연합을 창당할 당시 '중앙당 기능 축소 및 상향식 공천'을 내걸었고 복당후 한나라당 대표를 맡았을 땐 '원내정당화'를 추진하는 등 정당제도 개혁의지를 보여왔다.

2012년 대선땐 문재인 후보가 중앙당 축소와 공천권 시·도당 이양, 안철수 후보는 중앙당 축소와 완전국민경선제 등을 공약했다.

사실 국내 정치에서 가장 뒤쳐져 있는 게 정당제도이기도 하다.

선거나 정치자금 분야는 상당히 개선됐으나 정당분야가 뒤쳐져 있다는 평가를 받고 상황이다.

선거분야에선 김영삼 전 대통령때 종전의 선거관련 4개법을 합친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통합선거법)이 제정됨으로써 돈안드는 선거, 깨끗한 선거의 토대를 마련했다.

노무현 정부땐 정치자금법이 대폭 개정됐다. 기업 혹은 단체가 정당이나 국회의원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것, 정당 후원회를 조직하는 것 등이 모두 금지됐다. 개인만이 정치자금을, 그것도 국회의원 개인에게만 낼 수 있게 됐다. 정당은 국고보조를 받도록 했다. 연간 후원금 한도도 정해졌다.

결국 정당차원의 천문학적인 정치자금 조성이 불가능하게 됐던 것이다. 실제로 1990년대만 해도 총선 후보는 중앙당으로 부터 수억원대의 정치자금을 받기 일쑤였으나 이같은 법 개정이 이뤄진 후엔 지원규모가 후보기탁금 수준인 수백만원에 그쳤거나 아예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오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의 미래를 위한 정치·정당개혁의 올바른 방향" 토론회에서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이 의원은 기조발제를 통해 "새 정부 출범 초기에 중지를 모아 정치개혁의 과제들을 추진한다면 힘을 받아 반드시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며 분권형 대통령제를 중심으로 한 개헌 논의를 촉구했다. 2013.4.29/뉴스1 © News1


남아있는 게 정당개혁 문제다.

현행 정당체제의 문제점으론 계파 갈등, 세과시· 조직 선거 , 불공정공천 논란, 지역주의 심화 등을 꼽을 수 있고 이 모든 건 대표 등 당지도부 체제, 그리고 이와 맞물린 중앙당 체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때문에 정당개혁은 궁극적으로 대표체제를 없애는 쪽으로 가야 한다.

이 문제에 대한 정치권의 적극적인 논의를 기대한다. 여야 모두 정치 쇄신작업에 나서고 있는 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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