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법', 언제쯤에나… (종합)

머니투데이 황보람 박용규 이미영 박상빈 , 그래픽=이승현디자이너 기자 | 2014.12.24 08:15

[the300-신해철법 언제나?]

故 신해철의 49재 추모식이 열린 14일 오후 경기도 안성 유토피아 추모관에서 한 팬이 고인에게 쓴 편지를 손에 쥐고 있다.


가수 신해철씨의 죽음으로 의료사고를 공정하게 수사하고 과오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국회에서도 관련법 처리가 한창이다. 본질은 의사에 비해 정보가 열등한 환자들도 의료분쟁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 신해철법이 담고 있는 숙제다. 의료인 스스로 '실수'를 인정하고 이를 반복하지 않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주사 잘못 맞아 사망한 종현이, 종현이법이 기억한다


2010년 5월 29일 종현이(당시 9세)는 세상을 떠났다. 백혈병에 걸렸지만 치료 예후가 좋아 생각지 못했던 일이었다. 사망 열흘 전, 종현이는 엄마가 지켜보는 가운데 마지막 항암 주사를 맞았다. 의사는 정맥과 척수강에 각각 주사 한대씩을 놨다. 척수에 놓는 주사액이 평소와 달리 많아 보였다.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문제제기를 하진 않았다. '의사니까' 믿었다. 종현이는 정맥에 맞아야 할 '빈크리스틴'을 척수강에 잘못 맞아 몸이 굳어 세상과 작별했다.

'종현이법'은 그렇게 마련됐다. 엄마는 의사를 해코지하고 죽어버릴까 생각도 했지만 아이를 위한 게 아니었다. 중요한 건 종현이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는 것. 종현이의 사망 원인을 추적하던 엄마는 빈크리스틴 투약 오류로 사망한 사례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의사를 처벌하는 것보다 실수 사례를 공유하는 게 급선무였다.

당시 오제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발의한 '환자안전 및 의료질향상에 관한 법률안'(종현이법)은 이러한 내용을 담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차원에서 신경림 의원안과 함께 대안이 마련됐고 오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종현이법은 의사가 의료적 오류를 범했을 때 병원에 마련된 전담인력인 환자안전위원회에 '자율' 보고하는 내용이다. 원안에 있던 '의무'보고와 이를 어길 시 '제재'하는 내용은 빠졌다. 법률의 연착륙이 중요하다고 판단해서다.

자율보고된 사례들은 복지부 시스템을 통해 다른 병원에 배포된다. 실수를 공유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모든 과정은 익명으로 처리된다. 익명 보호 원칙을 어길 경우 오히려 처벌받게 된다.

오 의원실 관계자는 "복지부에서는 300평상 이상 병원에서 일단 시행하려 하고 있다"며 "임상실험을 많이 하는 종합병원의 사례들이 작은 병원들로 공유되면 재발 방지에 큰 효과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종현이 어머니는 일정부분 의무보고도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제 시작인 만큼 아이의 죽음이 헛되지 않아 기쁘다고 한다"고 전했다.

◇신해철법 언제? "일단 상정해 공론화 해야…"


서울 송파경찰서는 지난 9일 '대한의사협회'에 고 신해철씨의 의료사고 과실여부에 대한 감정을 의뢰한 데 이어 10일에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도 의뢰를 맡겼다. 환자보호단체들은 의료사고의 실체진실을 밝히는 데 획기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11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경찰 수사단계부터 두 곳의 의료감정기관이 좀 더 객관적이고 공정한 감정을 하기 위해 선의의 경쟁자이면서 또한 감시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두 곳의 감정결과가 동일하면 의료감정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담보될 수 있다. 만일 결과가 다르다면 경찰이 조금 더 정밀한 수사를 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그간 경찰은 의료사고 대부분의 감정을 대한의사협회에 맡겨 객관성을 담보받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았다. 의사들로만 구성된 협회 특성상 의료계에 유리한 결과를 내놓을 공산이 크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형사사건 감정결과는 민사소송과 달리 동료 의료인에 대한 형사처벌 및 자격정지·박탈로 이어질 수 있어 감정하는 의료인이 동료 의료인에게 불리한 감정을 하기 힘든 측면도 있었다.

고 신해철씨 죽음으로 의료사고에 대한 공정한 감사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된 만큼 그동안 문제제기 됐던 의료계의 높은 벽을 깨려는 시도들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신해철법이라 불리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법 개정안'이 선두에 섰다. 역시 오제세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아직 복지위 법안소위에서 논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은 낮다.

법안은 현행법상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신청인이 조정신청을 해도 피신청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조정절차가 개시되지 않는 점을 개정하는 내용이다. 또 부당한 목적으로 조정신청을 해도 이를 종료할 수 없어 의료분쟁을 효율적으로 조정하기 어려운 점을 고쳤다.

이에 의사들은 법이 도입되면 불필요한 조정 절차에도 강제로 응해야 하는 '강제조정법'이라며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오 의원은 "신해철법은 복지위 법안소위에서 아직 제대로 논의가 안되고 있어 환자안전법과 같이 가기는(통과되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며 "복지위 위원들도 관심이 많아 일단 법안소위가 열리면 심도있게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분쟁,'과실입증책임'에서 '분쟁조정개시'로 쟁점 이동

지난 10월 28일 오전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에 故신해철의 빈소가 마련됐다. 신해철은 지난 22일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가락동의 한 병원에서 심폐소생술을 받은 뒤 서울아산병원 응급실로 이송돼 수술을 받고 입원 중이었으나 의식을 찾지 못하고 저산소 허혈성 뇌손상으로 인해 27일 오후 8시19분 세상을 떠났다.
……

가수 신해철씨의 사망 이후 사실상 깜깜이 진료와 의사의 의료과실 등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의료사고가 의심되는 상황이 적잖은 상황인데도 일반인들에게 병원 문턱은 높기만 하고 피해구제의 길은 멀기만 하다는 지적이다.
의료사고의 분쟁 해결과 피해자 구제를 담당하는 한국의료분쟁조정원(이하 조정원)에 따르면 2012년 이후 올 10월말 기준으로 10만311건의 의료사고 상담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조정중재 신청은 3458건이고 조정이 개시된 것이 1380건이다. 조정이 성립됐다는 것은 그나마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의 원만한 결정이 이뤄진 결과다.

실제 소송이 제기된 경우도 적지 않다. 대법원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올 6월까지 5274건의 의료사고 관련 민사 손해배상 소송이 접수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조정 신청 건과 민사소송이 건을 합하면 매년 1500여건이 넘는 의료분쟁이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같은 기간 위료법 위반의 형사 소송의 접수도 3294건이었다.

◇ 의료 분쟁, '의료인 과실입증책임'에서 '분쟁조정 자동개시'로 쟁점 옮겨져

실제 의료사고에서 가장 큰 쟁점은 과실여부를 누가 입증할 것인가이다. 우리 민법에는 피해를 입은 자가 가해자의 과실을 증명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사고와 같이 전문적인 영역이고 진료현장의 접근이 쉽지않은 분야에서는 과실입증책임을 의사에게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있어왔다.

과실 입증의 책임을 의사들이 해야 한다는 논의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2011년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될 당시에 이들 과실입증책임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 당시 제출된 관련법에는 전부이든 일부이든 의료인의 과실책임 입증을 부과하는 안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료인의 과실입증책임으로 인한 방어진료의 가능성이 높다"며 반대의사를 밝혔고, 의료사고의 책임여부를 조사하는 중립적인 기관 설립을 주장했다. 결국 입증전환 책임여부는 더이상 논의되지 못한채 의료분쟁의 조정과 중재를 담당할 기관 설립에 초점이 넘어갔다.


2011년 법 제정이후 의료분쟁의 제도 개선 논쟁의 중심은 조정원의 ‘조정 자동개시’로 옮겨왔다. 현행법에는 피신청인이 원하지 않으면 의료분쟁의 조정이 시작되지 않는다. 많은 경우에 의사들이 이를 피하는 경향이 있어 피해자 입장에서는 길고 긴 소송으로 들어가야 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의료사고 피해자들은 의사들이 거부하더라도 자동으로 조정이 개시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해 왔었다. 승소율도 높지 않으며 기간도 긴 소송보다는 조정원의 ‘조정절차’를 활용하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의료사고의 피신청인이 되는 의사들의 경우에는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분쟁에 휘말릴 것을 우려해 방어 진료가 돼서는 안 된다”며 “법안이 강화되거나 입증책임 등을 묻게 되면 일부 외과 등에서는 의료 기술 발달을 저해할 수 있다”면서 현행 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놨다.

◇ 산적한 과제...조정제도개선, 조정금액 현실화

현재 국회에서는 이런 의료분쟁조정의 자동개시를 규정한 법률 개정안이 제출돼 있다. 그러나 해당 개정안에 대한 국회차원의 의견은 분분하다.

복지위 의원들을 중심으로 자동개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과 조정성립률이 높아지고 있으니 좀 더 지켜보자는 의견도 팽팽하게 맞선다. 이런 과정에서 자동개시의 적용 대상 병원이나 피해 정도 등을 한정해 시범적으로 시행해보자는 의견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조정제도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의료소비자연대 관계자에 따르면 조정원의 조정절차로 인한 조정금액이 실제 피해자의 피해를 보상받는 데 부족한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조정금액과 조정성립률을 연결시켜 보면 실제로 조정원이 조정성립률의 높은 성과를 위해서 낮은 조정금액으로 유도했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행 조정과정에서 의료인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조정을 진행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의사들의 요구사항도 있다. 의사들은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에 대한 보상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산부인과 등의 경우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의 개연성이 있다”면서 “제도적으로 피해자와 의사를 위한 기금 설치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원 실적 늘었다지만…피해자는 여전이 '불만'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하 중재원)에 사고 중재 신청이 들어오면 중재원이 바로 조사에 착수 할 수 있는 '자동개시제도' 도입에 대한 요구가 거세다. 그러나 피해자 구제를 위한 제도개선이 선행되지 않으면 자동개시제도도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0일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제식 새누리당 의원이 중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재원에 신고가 들어온 의료 분쟁 사건 1584건 중 실제로 중재원이 처리한 건수는 501건이다. 평균 10건 중 3건 만이 실제 중재원 조사에 들어가 처리된 것이다.

이렇게 중재원 실적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피신청인이 조사를 거부할 경우 조사를 착수할 수 없기 때문. '의료사고 피해 구제 및 의료 분쟁 조정등에 관한 법률' 27조 8항에 따르면 중재원에 신청인이 의료사고 조사를 요청해도 신청인의 상대측이 조사를 거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중재원에 신고가 들어오면 피신청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조사에 착수하는 '자동개시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있다.

하지만 자동개시제도가 도입되더라도 중재원의 한계를 극복할 수 없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강태연 의료소비자연대 사무총장은 "중재원에게 자동개시제도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 의사들은 '표정관리'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며 "중재원의 조사권이 늘어나도 중재원이 피해자 구제에 걸맞은 법 체계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의사에게 좋은 일만 시킬 수도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피해자 보상체계가 표준화 되어 있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4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재원이 조정한 133건의 총 보상액의 합은 8억9000만원이다. 1건당 평균 669만원 꼴이다. 이 중 보상금이 500만원 이하인 경우는 100건에 달한다.

강 사무총장은 "의료사고 피해보상은 자동차 사고만도 못한 상황이다"며 "실질적인 피해보상 체계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중재원이 의료사고 조사에 적극적으로 나서더라도 피해자에게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중재원이 피해자 구제가 아닌 '의사 구제 기관'으로 변질될 우려도 있다. 조정원에서 의료사고를 처리할 경우 의사에게 형사면책특권이 부여되는 점을 이용해 의사나 의료기관이 오히려 중재원을 '약식 처리반'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재원은 의료 서비스 공급자인 의사와 의료기관, 소비자인 환자를 구분하고 있지 않는다. 이는 소비자보호원이 소비자와 공급자를 구분해 기관이 소비자를 보호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과 다른 점이다. 의사든 환자든 누구나 신청을 하면 의료사고 중재를 원할 경우 중재원에서 처리할 수 있는 것이다. 중재원에서 조사가 이뤄질 경우 의사에게는 형사면책특권이 발동된다는 이점도 있다.

하지만 중재원은 이와 같은 우려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중재원 관계자는 "소비자보호원과 달리 의료행위가 생명과 직결되는 것이고, 의사에 처방에 따르지 않은 환자로 인해 의료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등 사고 원인이 다양한 만큼 서비스 제공자와 수요자를 별도로 구분하지 않는다"며 "중재원은 의사와 환자를 중립적으로 바라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재의 경우 양 당사자가 중재원 결과에 따라야 하지만 조정의 경우 조정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신청자가 얼마든지 조정결과를 거부하고 소송을 걸 수 있다"며 "중재원이 의사에게 유리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해외 국가는 '의료사고' 어떻게 처리할까?

지난 10월27일 저산소 허혈성 뇌손상으로 숨진 가수 신해철 영결식이 31일 오전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되고 있다. 2014.10.31/사진=스타뉴스


가수 신해철씨의 갑작스러운 사망에 국내 의료사고의 실태를 둔 관심이 연말에도 뜨겁다. 국내 의료사고 대책이 미진하다고 평가 받는 가운데 해외 국가는 이같은 의료사고 문제를 무슨 근거에 기초해 어떤 방식으로 처리하고 있을까.

지난해 질병관리본부가 울산대 산학협력단을 통해 작성한 '환자안전 증진을 위한 제도적 개선 방안 개발' 보고서에 따르면 덴마크와 미국, 영국 등 해외 주요 국가는 환자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법을 도입하고, 이를 근거로 전담기관 등을 설치·운영중이다.

덴마크는 2003년 세계 최초로 '환자안전법'(Act on Patient Safety)을 제정해 2004년부터 시행한 선구적 국가로 알려져 있다. 해당 법은 보건의료를 제공받는 중에 발생한 손상에 대해 환자와 가족에게 보상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적용 대상에는 공공병원 등에서 치료를 받다가 신체를 손상 당한 환자나 장기기증자 등이 폭넓게 포함된다.

덴마크는 또 세계 최초로 전국적인 단위의 의료사고 보고 시스템을 구축했다. 해당 시스템은 '학습 시스템'이라고 불리는데, 환자안전법의 목적을 환자안전의 증진에 두는 것처럼 의료사고의 결과를 고치고 개선하는 학습을 촉진한다. 이에 의료사고와 관련된 보고 자료와 보고자를 보호하는 데에 방점을 둔 시스템은 2004년 6000건을 보고 받아 137건에 대한 구체적 개선안을 마련했다.



미국에서는 뉴저지 주가 2004년 환자안전법(Patient Safety Act)을 제정한 뒤 2005년 연방법 차원으로 '환자안전 및 질 향상법'(Patient Safety and Quality Improvement Act)이 제정됐다. 이후 주(州) 차원의 환자안전 법률의 제정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특히 연방법은 환자안전기관(PSOs·Patient Safety Organizations)을 지정하고 의료사고 등을 보고하는 활동을 법적으로 보호한다. 병원의 자발적인 보고를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해 환자안전을 달성한다는 것이 그 취지다.

영국은 2001년 국가환자안전청(NPSA·National Patient Safety Agency)이라는 독립기구를 설치해 환자안전을 맡겼다. NPSA는 이후 보고와 분석을 담당하는 조직과 개선 활동을 담당하는 조직으로 분할됐지만 의료사고를 저지른 '누구'보다는 '어떻게' 대책을 마련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와 가까운 일본은 독립적인 법은 따로 없지만 의료법에서 의료사고 등에 대한 보고 시스템과 의료안전지원센터 등의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같은 해외 사례에 비춰 우리나라의 국가적 환자안전 활동을 "황무지와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에는 국가기관으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과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이 있지만 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이 참여하지 않는 등 영향력이 제한됐다"며 "의료기관 대부분이 사건보고 같은 활동이 외부로 알려질 경우 기관의 신뢰가 손상되거나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밝혔다.

연구를 주관한 이상일 울산대 의대(예방의학)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는 의료사고가 일어난다는 것을 전제로 후속 조치에만 관심을 두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사고를 통해 교훈을 얻고, 사회적으로 공유해 이를 줄여나가는 것"이라며 "사건보고 체계와 국가 차원의 종합계획을 마련하는 법안이 시급히 통과돼야 하고, 이를 둔 사회적 공감대도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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