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를 말한다①-1] “IoT, 더 많이 연결하는 곳이 이긴다”

테크앤비욘드 편집부  | 2015.01.06 06:01

좌담회-사물인터넷, 2015년은 무엇이 바뀔까

사물인터넷은 2014년 가장 주목받는 키워드 가운데 하나였다. 업계에서 성공적인 비즈니스 사례가 제시되는 등 비로소 사물인터넷을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2015년 사물인터넷 분야가 산업으로 본격적으로 자리잡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왼쪽부터) 왼쪽부터 조광수 교수, 정지훈 교수, 최형욱 대표
●날짜·장소 : 2014년 12월 16일 머니투데이 회의실
●대담 :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교수
조광수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
최형욱 매직에코 대표(이상 가나다순)
장윤옥 테크앤비욘드 편집장(사회)

사물인터넷(IoT)은 2014년 기술 측면에서 다른 기술과 다양하게 결합하면서 많은 잠재력을 보였다. 우선 IoT와 관련해 2014년 주목할 만한 이벤트와 이슈는 어떤 것이 있었는지 짚어보자.

최형욱 대표(이하 최) 산업 측면에서는 구글이 네스트를 거액 인수하고, 뒤이어 삼성이 스마트씽즈를 인수한 것, 애플이 홈킷과 헬스킷을 출시한 것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조금 다른 측면이지만 셀카봉이 유행한 것도 개인 측면의 변화로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 같은 이벤트의 공통점을 찾자면 사람들이 자신의 욕망을 표현하고 실현할 수 있도록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장치들이 구체화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정지훈 교수(이하 정) 구글이 네스트를 인수한 것은 단순히 한 스타트업이 거액에 어떤 기업을 인수했다는 의미 이상의 상징성을 갖고 있다. 좀 거칠게 표현하자면 IoT는 가격파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네스트는 2014년 가장 중요한 제품이었다. 스마트 기기를 이용해 전기 요금을 절약함으로써 새로운 고객가치를 만들어냈다. IoT 생태계에서는 스마트 기기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그 장치를 바탕으로 어떤 비즈니스 혁신을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네스트는 발전소라는 전통적인 제조회사가 제조가 아닌 서비스·유통과 연계해 가치를 창출한 일종의 제품서비스시스템(PSS)으로 볼 수 있다. 결국 고객에게 구체적인 혜택을 줘야 비즈니스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 셈이다.

셀카봉이 IoT와 어떤 연관성을 갖는지 선뜻 이해가 안간다.
사실 셀카봉은 IoT와 직접 관련이 있는 건 아니다. 스마트폰과 함께 쓰는 액세서리 수준의 기기다. 기능도 단순하다. 하지만 셀카봉을 통해 실현하려는 욕망이 IoT의 목표와 비슷하고 생각한다. 셀카봉에 리모콘 기능을 넣자 사람들은 자신의 사진을 찍는 상황을 더
잘 통제할 수 있게 됐다. IoT도 여러 기기가 인터넷으로 연결되고 수많은 데이터들이 결합됐을 때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통제하고 컨트롤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이와 비슷하다.

조광수 교수
조광수 교수(이하 조) 2014년은 사람들이 IoT를 이해하기 시작한 시기라고 평가할 수 있다. 2015년에는 실질적인 IoT 서비스나 제품이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 모바일 시장이 성숙기로 접어들면서 뭔가 다른 것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맞자 사람들은 신성장 동력으로 IoT에 주목했고 이 어젠더에 열망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진정한 의미의 IoT를 실현한 것은 아니었다고 본다. 2014년 주목을 끈 웨어러블 기기들은 IoT라고 할 수는 없는 제품들이다. IoT는 사물이 데이터 수집·처리 능력을 가지는 것은 물론이고 네트워크로 묶여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스마트 기기들은 연결되지 않고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스마트 씽스(Smart Things)에 가깝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스마트 기기는 대기업이 뛰어들 시장이 아니었다. 제품의 부가가치가 작기 때문이다. 사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같은 모바일 기기를 대체할만한 새로운 부가가치 시장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대기업들도 최근 여러 스마트 기기를 모아 서비스를 만들면 고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개인 스마트 기기를 중심으로 하는 IoT 성공사례는 없지만 물류나 교통, 에너지 같은 산업 분야에서 IoT가 성공하고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면에서 구글, 삼성 등의 IoT 기업 인수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 얼마 전까지 IoT는 가트너 하이퍼 사이클에서 10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평가됐다. 그런데 몇 달 전 이 전망 사이클이 10년 이내로 바뀌었다. 개인의 관심은 적지만 산업부문에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IoT 사업에서 이제는 대기업도 당장의 수익성을 따지지 않는다. IoT 기기 시장의 수익이 적지만 연결되면 큰 시장이 된다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한 것이다.


2015년에는 어떤 IoT 비즈니스 모델이 각광을 받을까. 또 비즈니스가 성과를 내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네스트는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250달러짜리 스마트 기기를 사 놓으니 매 달 50달러에서 100달러 씩 들어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비즈니스 모델은 기본적으로 발전소와 계약을 해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정확히는 에너지를 생산하지 않았기 때문에 남은 돈을 나누는 것인데, 에너지 생산 후 송전 비용이 사람들에게 받는 비용보다 비싼 공공 영역에서만 가능한 모델이다. 스마트 기기를 통해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가치가 창출된 것인데 공공 영역이 아닌 곳에서 네스트와 비슷한 모델을 찾는 것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IoT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비즈니스 혁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IoT 기기를 이용해 과거에는 찾기 어려웠던 롱테일을 적은 비용으로 찾아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 네스트의 예를 보더라도 그렇다. 네스트 이전에도 현명하게 전력 소비를 조절하고 효율적으로 전력 공급을 하려는 요구가 있었다. 하지만 이 둘을 연결할 방법이 없었는데 네스트가 그 해답을 준 것이다. 수 많은 사람들이 각자 IoT 기기를 설치해 수요와 공급 간에 새로운 연결이 생겼기 때문이다. 다른 부문에서도 이런 서비스를 만들면 성공할 수 있다.


문제는 인프라 비용이다. IoT 비즈니스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사업이다. IoT 비즈니스는 IoT 기기를 연결하고 다른 데이터와 묶거나 분석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 서비스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이같은 과정이 모두 비용이다. 결국 누군가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데 그 비용이 엄청나다. 그런데 일반 소비자 영역에서는 IoT 기기 보급을 통해 인프라를 구축하기가 어렵다. IoT 기기가 사용자에게 명확한 이익을 주는 사례를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심장박동을 측정하거나 수면패턴만을 알려주는 장치를 많은 돈을 주고 구입해야 할 필요를 느끼는 이용자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당분간 가치를 더하거나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것은 소비자 영역보다 산업 영역에서 가능성이 많고, 이 분야에서 새로운 IoT 비즈니스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최형우 대표
당장 소비자 부문보다 기업부문에 IoT의 가능성이 있다는 말은 대량 생산 중심의 산업 영역에서는 맞는 말이다. 소비자 영역에서 대기업이 IoT 비즈니스를 하기 어려운 것도, 대기업은 소품종 대량생산에 적합한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소비자 영역의 시장이 작고 다품종 소량생산 기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자 부문에서 작지만 다양한 IoT 시장들이 형성되고 있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네스트를 비롯해 최근 이름을 알리고 있는 IoT 기업들도 모두 작은 스타트업들이다. 이 회사들은 제품을 1만 개만 팔아도 성공으로 여긴다. 1000개만 팔아도 성공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 소비자 IoT 시장은 향후 3~4년은 이런 흐름이 계속될 것이다. IoT 기기들이 대량으로 보급되고 서로 연동돼 새로운 서비스 비즈니스를 만드는 것은 그 다음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작은 규모의 IoT 시장이 많이 등장한다는 것은 당분간 스타트업이 주도할 것이라는 말인가. 향후 발전을 고려할 때 지금 IoT는 어떤 시점에 와 있나.

전체적인 양상은 인터넷 산업이 발전해온 것과 비슷할 것으로 본다. 처음에는 연결이 중요하기 때문에 시스코 같은 네트워크 회사들이 먼저 움직일 것이다. 다음으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표준 프로토콜과 하드웨어를 만드는 회사와 이들에게 칩을 공급하는 회사들이 뜰 것이다. 인텔, 퀄컴 등 칩을 공급하는 회사들과 이 칩과 표준화된 프로토콜을 바탕으로 다양한 IoT 기기를 만드는 회사들이 각광을 받을 것이다. 다음으로는 다양한 IoT 기기를 모아 데이터 허브 역할을 하는 서비스 기업들이 등장하고 이 플랫폼 위에서 뭔가 새로운 것을 하는 비즈니스 혁신가들이 나타나 차근차근 단계별로 서비스를 만들고 가능성을 실현해 나갈 것이다. 지금 IoT는 두 번째 단계까지 와있다고 생각한다. 산업 영역별로 프로토콜을 만들고 기반을 쌓는 중이다.
인터넷 산업에서 여러 가지 네트워킹 프로토콜이 산업별로 적용됐던 것처럼 현재 IoT에서도 산업별로 발전이 일어나고 있다. 에너지나 물류에서 볼 수 있는 성과가 그런 것이다. 그렇다고 소비자 시장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작지만 다양한 IoT 시장이 많이 나타난다는 것은 그런 의미다. 인터넷에서 월드와이드웹이 나오기 전에도 8비트, 16비트 컴퓨터로 인터넷을 하던 개인 사용자, 얼리어답터들이 있었다. 인터넷이 월드와이드웹을 바탕으로 일반인들에게 널리 퍼진 것처럼 IoT가 한 단계 더 나가기 위해서는 IoT의 월드와이드웹 같은 것이 나와야 하는데 아직 그런 것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인 모습은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IoT가 인터넷과 흐름이 비슷하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지금의 IoT 산업은 표준을 만드는 인터넷 산업 때보다는 더 나아간 단계라고 생각한다. 이미 사용자들이 다양성에 노출된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인터넷 시대의 월드와이드웹처럼 쉽게 어느 하나로 정리되지 않을 것이다. 끊임없이 다양한 마켓과 플랫폼이 등장하고 이들이 어떻게 협력할 것인지 갈등과 해결을 반복해 갈 거라고 생각한다.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IoT 플랫폼은 어떤 것일까. 어떻게 다양성을 유지하면서 발전할 것으로 예상하나.



영역에 따라 다를 것이다. 에너지 같은 영역은 추구하는 가치가 명확하게 있기 때문에 어느 하나의 플랫폼으로 정리될 것이다. 다만 인터넷 시대의 웹처럼 하나의 방식이 모든 것을 통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에너지 같은 공공 영역은 장점이 명확하다. 정부라는 의사결정 주체와 자금력이 있기 때문에 대규모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에너지나 환경 같은 공공영역에서 IoT를 활용하려는 의사결정과 투자가 속도를 냈던 것도 시설이나 인프라에 투자 한 뒤 당장 수익을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결국 IoT도 어떤 영역이든 누군가 먼저 연결하는 사람이 승리하는 것이다. 또 어떻게 연결하느냐가 중요한데 다양한 하드웨어를 묶어 킬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OS의 중요성이 커진다. IoT에서의 OS는 예전과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 지금까지 OS는 PC나 산업기기 등 하드웨어에 종속돼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등장하는 헬스 킷이나 안드로이드 오토 등은 기기에 종속되지 않고 다양한 기기에서 정보를 모아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런 IoT를 위한 OS는 인터넷 시대의 OS와 달리 여러 기기를 묶어주는 역할을 한다.

앞으로는 연결이라는 의미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연결에는 물리적인 연결도 있지만 데이터 연결, 서비스 연결 등 성격을 달리하는 다양한 연결들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정보를 취합하는 기업과 허브 서비스가 나타나고 있다. 이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네스트가 인수한 회사 중에 리볼브(Revolv)라는 회사가 있다. 리볼브는 데이터 허브 IoT 기기를 만드는 회사다.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IoT 기기들을 선보이고 있지만 이들 사이에 호환성이 없다. 처음부터 뭔가를 함께 하겠다는 큰 그림을 갖고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연히 수집한 데이터를 서로 교환할 수도 없다. IoT 서비스를 위한 연결이 불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IoT 기기를 리볼브의 장치에 연결하면 다양한 기기가 갖고 있는 데이터를 하나로 묶어 준다. 호환성이 없는 데이터를 연결해주는 것이다. IoT 서비스를 위해서는 장치간의 호환성이 아니라 데이터 호환성만 있으면 충분하므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다.

데이터 중심의 연결형 IoT가 2015년 IoT의 새로운 트렌드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 동의한다. 이와 관련해서 요즘 눈여겨보는 곳이 있는 데 바로 오픈센서스닷아이오(OpenSensors.io)다. 영국의 오픈소스 플랫폼 기업으로 환경 센서에 많이 사용하는데 오픈소스를 지원하는 기기를 만들면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다. 다양한 기기를 통해 어떤 장소의 공기 데이터를 수집하면 이 데이터는 데이터 저장소에 들어간다. 이 데이터는 구독자들이 앱이나 데이터 프로세싱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도록 제공된다.
오픈센서스닷아이오를 활용한 사례 중에 대표적인 곳이 옥스퍼드플러드네트워크(Oxford Flood Network, oxfloodnet.co.uk)이다. 영국의 홍수 처리를 돕는 곳인데 지방 정부가 하천 수위를 측정하는 기기를 통해 센서 데이터를 전송하면 옥스퍼드플러드네트워크가 이를 집계해 여러 지방정부의 수량 관리를 종합적으로 제공한다. 공공에서 하던 일을 IoT를 이용해 더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이 곳에서는 영국의 12개 도시와 함께 도시에 관련된 센서 데이터를 모아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하는 데 이것이 다 오픈 플랫폼을 통해 이뤄진다. 

정리 도강호 기자 사진 송은지

좌담회-사물인터넷, 2015년은 무엇이 바뀔까(2)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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