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약세의 '역설'..교역조건 개선에도 금융불안 '한숨'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 2014.12.22 15:17

수입물가 하락으로 교역조건 개선 vs 러시아 금융불안 불씨 우려감 여전

경제에 긍정적으로 여겨지던 국제유가 하락이 신흥국 금융불안으로 이어지며 저유가의 역설적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국제유가 급락에 우리나라 교역조건이 3년 8개월 내 가장 좋은 수준으로 개선됐지만 유가 급락으로 초래된 러시아 금융불안이 가뜩이나 위축된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더 옥죌 수 있어서다.

◇유가 약세에 교역조건 3개월 연속 개선...3년 8개월 내 가장 좋아져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1월 순상품교역조건 지수는 92.4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 전월보다 2.1% 상승하며 2011년 3월(92.4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수출상품 1단위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양이 가장 많다는 의미다. 즉 교역조건이 3년 8개월 내 가장 양호한 수준인 셈이다.

교역조건은 국제유가 급락으로 수입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며 세달째 개선세를 이어왔다. 11월에도 11월 수입가격지수는 전년동월대비 7.2% 급락, 지난해 5월(-8.2%)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이동통신제품과 국내에서 정제해 수출하는 석유화학제품 가격이 떨어지며 수출가격도 4.4% 밀렸지만, 원유 등 광산품 가격이 더 크게 떨어지며 수입가격 하락폭이 더 컸다. 관세청이 집계하는 원유도입단가는 11월 20.6% 급락하며 10월(-11.8%), 9월(-6.4%)에 비해 더 가파르게 떨어졌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유가 하락은 국민소득을 늘리고 물가 하락에 의한 소비와 생산을 증대시키는 효과 외에 불확실성을 낮춰 기업투자심리 개선을 통해 투자 증대를 유발한다"며 "국제 유가가 10% 하락할 때 국내총생산과 국내총소득이 4분기 후 각각 0.27%, 0.41%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發 금융불안에 저유가 긍정적 영향 가려져

그러나 이론적으론 경제에 긍정적인 유가 약세가 신흥국 금융불안으로 이어지며 최근엔 부정적 요인이 부쩍 부각되는 모습이다. 국제유가가 지난해 연고점 대비 50% 가까이 급락하며, 석유·가스 수출 의존도가 높은 러시아 루블화가 급락하고 산유국 중심으로 금융불안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 러시아 수출이 전체 수출액의 2%고, 러시아에 대한 외화 익스포저(외화대출금, 외화유가증권, 외화지급보증)도 13억6000만달러로 전체의 1.3%에 불과해 러시아발 금융불안이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문제는 원자재 가격 하락과 미국 금리인상이 맞물리며 원자재 수출국 등 신흥국으로 금융불안이 확산될 경우 입게 될 수 있는 간접적인 영향이다. 또 아직은 러시아가 1998년과 같은 채무불이행에 빠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쪽이 우세하지만, 유가 하락 속도에 따라 안심할 수만도 없다는 관측이다.

김종수 토러스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등 선진국이 주도하는 세계 경제 회복이 뚜렷해지기 전까지 러시아발 신흥국에 대한 불안감이 계속되며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높일 것"이라며 "경상수지 적자가 심한 재정건전성 취약 국가와 유가 등 자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가를 중심으로 신흥국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유미 한화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 역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대 러시아 추가제재 법안에 서명한 가운데 "미국의 추가 제재가 러시아 원유 개발에 투자하는 글로벌 기업을 제재하고 에너지 관련 장비 수출을 제한해 러시아 경제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며 "이에 러시아 금융시장에서 대외자금 유출 우려가 지속돼 신흥시장 투자심리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 원장도 최근 한 간담회에서 "유가 하락은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득이지만 단기적으로는 금융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긍정적 영향을 상쇄하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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