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에 없는 길' 지나 '난제(難題)의 길' 간다

머니투데이 세종=박재범 기자, 세종=정진우 기자 | 2014.12.22 10:01

[2015 경제정책방향]'부양+구조개혁+리스크관리' 모든 토끼 다 잡는다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지도에 없는 길을 가겠다”(최경환 경제부총리)
5개월전 나온‘새 경제팀’의 출사표다. ‘46조+α’ 규모의 확장적 거시정책, 가계소득증대 3대 패키지, 주택시장 정상화 등 고강도 부양책과 새로운 정책이 뒤따랐다.

당초 정부의 올해 구상은 ‘체질 개선’쪽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꺼낸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구조개혁의 ‘바이블’이자 ‘지도’였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후 방향이 달라졌다. 구조개혁보단 꺼진 불씨를 살리는 게 급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세월호 사고 이후 경기 회복과 경제혁신 모멘텀이 약화됐다”고 평가했다.

새 경제팀의 기조 변화 후 분위기는 달라졌다. 심리는 살아났고 지표도 세월호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그렇다고 완전 회복은 아니다. 정부는 “구조개혁을 위한 모멘텀이 마련됐다”면서도 성장률을 낮췄다. 정부 스스로 고민이 많다는 의미다.

이런 고민은 내년 경제정책방향에서도 확인된다. 크게 보면 △구조개혁 △경제활력 △리스크 관리 등 세 축이다. ‘부양+구조개혁’의 두 마리 토끼잡이 수준을 넘는다. 토끼도 잡고 튀어나오는 두더지도 그때그때 관리해야 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노동 △금융 △교육 △민간임대시장 △투자 △가계부채관리 등을 6대 중점과제로 정리했다.

경기부양이건 구조개혁이건 내년의 키워드는 결국 ‘돈과 사람’으로 요약된다. 한국 경제의 구조적 모순, 현실적 문제의 시작과 끝인 지점이다. 정규직-비정규직 격차 등 노동구조의 이중성, 산업현장과 괴리된 교육시스템 등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 구조적 문제다. 모두 ‘사람’ 문제다. 정부는 노동시장 종합대책 마련을 천명했다.

뜨거운 감자인 △임금·근로시간·근로계약의 유연성 △근로조건별 차별 완화 △사회안전망 강화 등을 모두 건드렸다. 그 자체만으로도 평가받을 만하다. 하지만 그간 ‘풀기 어려운 문제’로 분류됐던 개혁 과제를 실제 풀어낼 수 있을 지는 별개다. 실제 지난 19일 노사정이 한자리에 모여 문제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댔지만 이견을 보인채 난항을 보이고 있다. 노사정은 이번주 합의를 위해 추가 논의를 할 계획이다. 박 대통령은 “대승적 차원에서 노사가 꼭 대타협을 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교육 분야에선 △학제개편(가을학기제) △대학구조조정 △채용 시장 변화 등이 두드러진다. 다 묵은 과제들이자 ‘풀어야 할 숙제’들이다. 우선 가을학기제는 서두르지 않고 한발짝씩 내딛어 2020년 안착시키는 게 정부 구상이다. 정원을 줄이는 대학엔 당근(돈)을 몰아주는 시스템을 도입한다. 공기업·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경력자 채용 확대는 ‘취업준비생’을 일단 일자리로 돌리기 위한 유인책이다.


사람에 이은 돈 관련 개혁은 금융 분야다. “우리 금융보신적 행태 등으로 현실에 안주한 결과 생산성과 고용창출 능력이 낮아지고 실물경제를 지원하는 역할도 미흡한 상황”(박 대통령)이라는 게 정부의 진단이다. 보험·증권사 지급 결제 허용, 대형증권사 외화대출 허용, 외환송금업 도입 등은 은행 중심의 국내 금융시장에 던지는 메시지다. 사모펀드 규제 대폭 완화 등 모험 자본 활성화 역시 자본시장을 활용, 돈을 선순환시켜보겠다는 얘기다. 이것으로도 부족해 2다녜 금융규제개혁 방안 마련도 공언했다.

경기 부양도 결국 ‘돈’으로 귀결된다. 다만‘46조+α’정책패키지 이후 더 쏟기엔 한계가 있다. 정부가 민간자본사업 확대 등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민간임대 활성화부터 경기 부양을 위한 한 수단으로 위치시켰다.

30조원 규모의 기업투자촉진 프로그램도 정부와 민자의 합작을 염두에 둔 그림이다. 과거 정책금융을 통해 돈을 대출해줬다면 이번엔 주식과 채권 투자로 지원 방식이 달라졌을 뿐 구조는 비슷하다. ‘할 수 있는 과제’의 재활용인 셈이다. 대기업도 대상에서 제외하지 않은 게 눈에 띈다. 한동안 정책금융지원은 중견·중소기업에 한정돼 있었던 것과 대비된다. 결국 대규모 투자는 대기업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들린다. 기업이 신사업분야 진출을 위해 사업재편때 절차 특례 등 패키지로 지원하는 ‘사업재편지원특별법’도 대기업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이와함께 가계부채 관리에 대한 변화된 시각이 눈에 띈다. 당장 가계부채를 제1의 리스크 요인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주택담보대출의 전환을 강조했다. 단기·변동 금리 대출을 장기·고정 금리 대출로 전환 유도는 진도가 더딘 숙제인데 이번엔 전환 규모(40조원)를 명시했다. 내년 미국의 금리인상 등에 대외 리스크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경제정책방향은 이렇게 △풀기 어려운 문제 △풀어야 하는 숙제 △할 수 있는 과제 등을 총망라했다. 문제는‘경기 부양+구조 개혁+관리’등 온갖 숙제와 과제가 동시에 제시될 때 오는 혼란이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활성화와 구조개혁이 같이 진행될 때는 일관성있는 신호를 못 줄 수 있다”며 “목표와 방향성을 좀더 확실히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경기 전망을 좋다고 할 수도 없고 나쁘다고 할 수도 없고, 던질 메시지가 고민”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신호가 잘못 전달돼 신뢰를 잃으면 풀 수 없는 문제건, 할 수 있는 과제건 모두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내년 정책방향을 '험난한 길'이라고 칭했다. 가야할 길이긴 하지만 ‘지도에 없는 길’을 넘어 ‘모든 난제 해결의 길’로 가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자칫 과욕은 아닐지 걱정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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