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땅콩회항' 속 지주전환 가속…경영승계는 '안갯속'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오상헌 기자 | 2014.12.22 06:00

(주)한진, 한진칼 지분 전량 22일 매각 순환출자 고리 끊어...'땅콩회항'으로 경영승계 올스톱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사진=뉴스1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 사건 속에서도 한진그룹이 지주사 체제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지주사 전환 후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였던 후계 구도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맏딸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그룹 내 모든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안개' 속으로 빠졌다.

◇한진그룹, 지주사 전환에 속도=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주)한진은 오는 22일 보유 중인 한진칼 주식 279만9161주(지분율 5.33%)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한다.

(주)한진이 보유하고 있는 한진칼 지분 전량으로 매각대금은 780억원이다. 매각 대상은 공개하지 않았다. 한진그룹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른 순환출자 해소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블록딜은 한진그룹이 추진 중인 지주회사 체제 전환 작업의 일환이다. 이번 지분매각으로 한진그룹은 '한진칼→정석기업→(주)한진→한진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형태가 '한진칼→정석기업→(주)한진'과 '한진칼→대한항공' 순으로 단순화된다. 순환출자 고리가 끊어지는 셈이다.

앞서 한진그룹은 한진칼을 중심으로 한 지주사 전환 요건 충족을 위해 지난달 한진칼과 대한항공의 주식을 교환(스왑)해 한진칼의 대한항공 지분율을 6.88%에서 32.83%로 끌어올렸다. 이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 오너 일가의 한진칼 보유 지분율도 25.20%에서 31.69%로 상승해 그룹 지배권이 강화됐다.

이와 함께 한진그룹은 지주회사인 한진칼로 핵심부서 인력을 이동하며 지주사 체제를 준비 중이다. 이달 초 대한항공에서 경영, 재무, 인사 등을 담당하던 일부 인력이 한진칼로 이동했다.

한진그룹이 지주회사 전환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내년 7월까지 지주회사 전환을 완료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진그룹은 지난해 8월 지주사인 한진칼을 출범하면서 지주회사 체제 전환에 나섰고, 2년의 유예기간을 받았다.

업계에선 한진그룹이 순환출자 해소를 통한 지주사 체제 완성을 위해 한진칼과 한진, 정석기업 등을 중심으로 조만간 '합병' 수순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3세 경영승계는 '안개' 속으로= 지주회사 전환은 계획대로 속도를 내고 있지만 함께 윤곽을 나타낼 것으로 보였던 경영 승계는 '땅콩회항'으로 '올스톱'됐다.

업계에서는 지주회사 전환이 완료되면 △조현아 전 부사장이 호텔·관광·서비스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이 대한항공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진에어를 맡는 식의 후계구도를 예상했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이 그룹 내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면서 후계구도가 '안개' 속에 빠졌다. 조양호 회장은 대국민 사과를 하며 "조 전 부사장에 대한 복귀는 아직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땅콩회항'으로 오너일가의 3세 경영승계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인 시각도 부담이다. 오너 일가를 중심으로 한 폐쇄적인 경영 구조가 '땅콩 회항'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오너 일가의 경영승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한진그룹을 넘어 재계 전반에 퍼지고 있다.

연말로 계획됐던 대한항공의 임원 인사도 무기한 연기됐다. 대한항공의 조직적 증거 인멸 및 은폐 의혹으로 검찰 수사가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임원 인사는 무리라는 판단이다.

이미 몇몇 임원들은 검찰 조사까지 받은 상태다. 업계에서는 조직적 증거 인멸의 정황이 속속 들어나고 있어 조 전 부사장뿐만 아니라 관련 임원들도 사법처리를 받을 것으로 본다.

업계 관계자는 "한진그룹은 이번 연말 인사로 지주사 전환에 힘을 실어줄 계획이었다"며 "지금 상황으로는 경영진 공백을 메우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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