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국 하림 회장 "팬오션이 나의 알프스"

머니투데이 박준식 기자 | 2014.12.22 08:29

저유가 경기회복 내년 상각전이익 3500억…나폴레옹 도전정신으로 곡물유통업 확대

"사람들은 내가 육계 농장을 10배로 늘린다고 했을 때 미친 짓이라 했다. 육계에서 사료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할 때도 그랬다. 팬오션 인수에 대한 반응도 어느 정도는 예상했다. 국제유가가 올해 최고치에 비해 반토막이 나 팬오션의 이익 성장세가 확실시되고 하림의 본업인 곡물 유통과 시너지도 충분한데 시장의 우려가 크다. 하지만 기필코 시장에 성공을 증명하겠다. 나폴레옹이 알프스를 넘어 이탈리아 원정에 나섰듯 내 사업적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지난 19일 판교 NS홈쇼핑 본사에서 김홍국 하림 회장을 만났다. 이리농림고등학교 출신으로 40년 전 시작한 육계사업을 4개 상장사를 포함해 83개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으로 일군 기업가는 또 다른 꿈을 바라보고 있다.

ⓒ하림그룹 제공

- 팬오션 인수 우선협상자 선정을 예상했나.
▶ 우리 계획은 초지일관이었다. 8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는 법원이 인수 후보에게 일률적으로 정한 최저선이었고 2100억원의 회사채 발행 계획만 입찰 한 달 전부터 심사숙고해 정한 것이다. (하림그룹의 팬오션 입찰가격은 총 1조600억원이다.) 우리는 다른 후보보다 인수 시너지가 높아 적절한 인수대금을 제시했고 M&A(인수·합병) 기간 중 팬오션이 변제한 회생채무(약 600억원)는 회사 내에 유보돼 인수금에서 제외되니 실제 인수금은 좀 더 줄어들 여지가 있다. (1조600억원의 인수금 가운데 2400억원은 그룹의 지주사인 제일홀딩스가, 1700억원은 인수 파트너인 JKL파트너스가 대고 4400억원은 은행권에서 차입할 예정이다.)

- 인수금 조달과 이에 따른 계열사 부담에 대해 시장에 우려가 있다.
▶ 한 가지 실수한 것이 있는데 그게 실수일 수도 전략일 수도 있지만 입찰에 앞서 일관되게 '하림그룹이 참여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고민하고 있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보낸 것이다. 우리가 실제로 강한 인수 의지를 갖고 있다고 알려지면 경쟁사들이 자극을 받아 가격이 올라갈 수 있다고 봤다. 이 전략이 우선협상자 선정에는 도움이 됐다고 본다. 하지만 막상 우선협상자로 선정되고 보니 인수를 망설였던 것처럼 비쳐져 마치 자금력이 없는데 무리하는 것처럼 오해가 있는 듯하다.

- 실제로 인수금 1조600억원 중에서 4400억원은 은행차입 아닌가.
▶ 하림그룹이 제일홀딩스와 하림홀딩스라는 2개 지주사를 가진 지배구조가 아니라면 계열사 컨소시엄 구성으로 충분히 자력 인수가 가능하다. 계열사 유보금 여력만 9000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지주사법을 지키려면 차입이 불가피하다. 인수금융 비율은 효율적인 인수 구조와 차후 지배구조 정리를 감안해서 정했다. 사람들이 팬오션의 가치를 몰라보고 있다. 경기순환적인 사업특성상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근 5년간 극심한 침체를 겪었지만 내년부터는 안정적으로 이익을 창출할 것으로 확신한다. 팬오션이 지출하는 원가비용의 30~40% 이상을 유류비가 차지하는데 최근 국제유가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점도 호재다. 팬오션은 회생절차를 거쳐 안정적인 사업구조로 재편돼 상각 전 이익(EBITDA)이 매년 3500억~4000억원은 될 것으로 본다.

- 은행 대출 등 자금 마련에는 문제가 없나.
▶ 그동안 은행권에 특별히 신세질 일이 없었다. 하림그룹의 연결 부채비율이 100% 이하이고 그간 벌어온 돈으로 회사를 인수해 부담을 지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하림이 기관투자가는 물론이고 금융권에도 단지 육계업을 하는 중소기업으로만 알려져 있다. 이른바 닭장사가 해운업을 한다니 속으로 비웃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팬오션 인수 후에도 그룹의 재무건전성이나 경영능력, 부채상환능력은 4단계로 철저히 관리될 것이다. 은행권 임원들을 한명씩 만나 이런 상황을 설명하니 이해해줬다.

- 4단계 관리라면.
▶ 1단계로 팬오션의 경영전망이 밝고 하림그룹의 영업전망도 좋다. 이 예상이 틀린다 해도 하림그룹의 4개 상장사 지분 가치가 인수금융을 충분히 담보하고 남는다. 팬오션을 포함해 하림과 하림홀딩스, 팜스코, 선진 등 5개 상장사 보유 지분 중에서 경영권 유지에 문제되지 않는 지분을 주가 영향이 없는 파생상품으로 유동화해도 4000억원의 자금 마련은 가능하다. 이게 2단계다. 여기에 3단계로 내년 중 상장에 나서는 NS홈쇼핑의 가치가 보수적으로 봐도 7000억~8000억원은 된다. 4단계는 인수주체인 제일홀딩스가 재무적 투자자를 유치해 자본을 1000억~2000억원 가량 확충하는 것이다. 자본이 확충되면 부채상환에는 문제가 없다.


- 내년 경제 전망이 밝지 않은데 팬오션을 인수하려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 육계업에서 사료업으로 영역을 확장해보니 많을 때는 곡물가격의 절반을 운송료가 차지했다. 몇년 전부터 곡물 유통의 메이저가 되려면 국제 운송망에 대한 장악력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껴왔다. 국제시장의 곡물 메이저인 카길도 사실상 전용선단을 장기계약으로 확보해 경기변동의 충격을 흡수하고 지속 가능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팬오션이 기존에 확보한 브라질 철광석회사 발레나 포스코 등의 우량 발주처에 하림그룹이 필요로 하는 곡물 운송 수요가 더해지면 안정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 팬오션 부채가 3조원 이상인데 이런 회사를 1조원에 사는 건 비싸지 않나.
▶ 부채가 많고 채권단이 오랫동안 변제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법원도 채권단을 설득하기 위해 8500억원 이상, 총 1조원 안팎의 인수금을 원한 것이다. 그래야 채권단이 거래를 승인할 명분이 생긴다. 우리가 증자와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변제를 마치고 채무를 탕감 받으면 내년 말 팬오션은 순자산 2조1000억원, 부채 1조8000억원의 재무구조로 부채비율 85%의 우량회사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뿐만 아니라 회생절차를 거쳐 시황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건전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고 판단한다. 국내 최고이자 세계적으로도 경쟁력 있는 우량 벌크선사를 1조원에 사는 것은 비싼 게 아니라 축복이다.

김홍국 회장은 팬오션 인수전에 앞서 지난 11일 프랑스 퐁텐블로의 오세나 경매소에 사람을 보내 나폴레옹이 썼던 실제 모자를 26억원에 매입했다. 시골촌뜨기에서 프랑스 황제를 넘어 유럽을 거머쥐었던 그의 도전정신을 사랑해서다. 김 회장은 "이대로 지난 성공에 안주한다 해도 누구 하나 뭐라고 하진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이룬 것도 내 분에 넘친다. 하지만 기업가라면 그 자리에 머물러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는 보나파르트처럼 지금 자기 인생의 알프스를 넘고 있다.

◇ 약력

1975 ~ 1978년 이리농림고등학교
1994 ~ 1998년 호원대학교 경영학 학사
1998 ~ 2000년 전북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1986 ~ 1990년 하림식품 대표이사
1990 ~ 현재 하림그룹 회장
2008 ~ 현재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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