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벤처가 '좀비기업' 양산한다고?

머니투데이 태범모 내쉬스 대표 | 2014.12.20 09:00

[토요클릭]

편집자주 | 창업 전쟁터에서 승리을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합니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나는 동국대학교 학내 벤처 출신 청년창업가다. 내가 학교에서 처음 창업에 관한 수업을 들은 이유는 조금 엉뚱하다. 시험이 싫어 시험이 없는 과목만을 찾다가 우연히 듣게된 것인데 무슨 이유에서 인지 모르겠지만 그길로 알 수 없는 창업의 매력에 흠뻑 빠져 2년이라는 시간을 지냈다.

사실 내가 창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아버지 때문이었다. IMF위기가 왔던 초등학교 4학년 겨울, 우리 가족은 채권단을 피해 경주의 어느 작은마을로 이주했다. 그 때 나는 '우리 아버지는 왜 사업을 하셨을까, 왜 나는 사업가의 아들로 태어났을까' 하는 철없는 생각으로 아버지에게 반항을 했다. 그러나 사업가로서의 신념을 가진 아버지는 눈물나게 열심히 일 하셨고 결국 보란듯이 재기에 성공셨다. 비록 당신은 항상 아들에게 공부를 더해서 번듯한 직장을 가진 전문직이나 공무원이 되길 바라셨지만 그런 아버지를 보면서 나도 사업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가지게 됐다.

처음 창업관련 과목을 듣고 자원해서 연달아 3개의 학내 벤처팀에 팀원 혹은 팀장으로 활동했지만 사실 이 모든 것들이 실제 창업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 때 얻었던 프로젝트 실패의 교훈 덕분에 본격적인 창업을 준비하면서 여러 시행착오를 피할 수 있었기에 이전의 학내 벤처 경험은 결코 시간낭비가 아니었다.

작지만 소중했던 3번의 학내 벤처 도전을 뒤로하고 다시 도전한 4번째 학내 벤처 도전은 나의 첫번째 직장이된 지금의 (주)내쉬스다. 미국의 경제학자 존 내쉬의 이름을 따 오프라인 시장의 정보 딜레마를 해소하는데 기여하자는 비젼으로 창업한 우리의 첫 번째 작품은 '톡센터'였다. 처음 지분구조를 나눌 때 느꼈던 그 어색한 감정, 그리고 케케묵은 지하실과 자취방을 오가며 열렬히 토론하고 밤새 작업하던 그 때를 우리는 영원히 잊지 못한다.

2014년 1년 동안 학내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수강하면서 각계각층의 성공한 선배 창업가분들을 만나고 또 다양한 전공을 가진 학우들과 한가지 사업 아이템을 놓고 토론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기억은 다시 생각해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질만큼 재미있었던 경험이었다. 그 가운데 특히 ‘스타트업 캡스톤 디자인’ 수업은 남달랐다. 그 이유는 첫째,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과의 협업을 통해 소통의 중요성을 배우게 됐고. 둘째, 나의 미래를 입체적으로 그려보고 경험해볼 수 있었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비록 우리회사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지만 실제 창업을 위한 자본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보통 하나의 프로젝트에서는 4명에서 6명정도의 다른 전공 학우들과 팀을 짜서 진행하는데 열띤 토론은 기본이고 해당 프로젝트의 완수를 위해 팀원들이 기획에서부터 운영관리, 시장조사, 마케팅, 기초적인 개발까지 한번에 해야했다. 때문에 자신이 가진 진짜 업무적성을 입체적으로 스스로 경험해볼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 된다는 측면에서 아직까지 자신의 적성에 확신이 없는 많은 학생들에게 학내벤처가 유익한 경험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나의 학내 벤처 경험이 뜻 깊었던 것은 투자유치를 통해 실제 창업으로 이어진 점과 선배 창업가들의 재능기부 혜택을 받아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가 투자유치를 진짜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각종 화려한 창업대회 수상경력이 넘치는 팀들 사이에서 오직 오뚜기같은 자세로 열심히 한 것말고는 우리팀이 내세울 만한 게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 창업열풍이 불고있지만 사실 아직까지 학우들 사이에서는 소수 철없는 학생들의 치기어린 도전정도로 치부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비단 창업을 하려는 학생들 뿐만 아니라 취업을 준비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도 학내벤처 경험이 자신이 어떤 직무에 적합할 지를 알아볼 수 있는 입체적인 진로교육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혹자는 국가, 학교에서 초기벤처를 지원하는 제도를 '좀비기업'을 양성하는 것이라 비판한다.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통해 살아남은 기업과 창업가가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튼튼한 기업문화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학내벤처 그리고 초기 창업가에게 우리사회가 조금 더 과감한 투자를 지원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창업가를 키운다는 것보다 우리 세대 청년들에게 만연한 창업에 대한 불안감과 입체적이지 못한 대학교육 현실에서 스스로 창업을 체험하고 판단해보는 것만큼 좋은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통섭' 혹은 '융합’형 인재가 시대의 화두로 제시되고 있다. 그런데 대학 4년 동안 우리는 이 개념에 대해 얼마나 더 체험을 잘할 수 있을까? 단언컨대 나는 다양한 경험을 가진 다양한 학생들과 끊임없는 협업과정에서 부가적으로 얻을 수 있는 산물이 ‘통섭’ 혹은 ‘융합’에 대한 이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을 실현하는 것으로 학내벤처가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앞으로도 우리회사 (주)내쉬스처럼 도전의식이 충만한 젊은이들에게 우리 사회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기를 바란다. 부딪히자, 내쉬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유영재, 선우은숙 친언니 성폭행 직전까지"…증거도 제출
  2. 2 장윤정♥도경완, 3년 만 70억 차익…'나인원한남' 120억에 팔아
  3. 3 차 빼달라는 여성 폭행한 보디빌더…탄원서 75장 내며 "한 번만 기회를"
  4. 4 "390만 가구, 평균 109만원 줍니다"…자녀장려금 신청하세요
  5. 5 "6000만원 부족해서 못 가" 한소희, 프랑스 미대 준비는 맞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