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상생의 낯부끄러운 이면...'이게 뭡니까?'

머니투데이 김하늬 기자 | 2014.12.19 06:00
18일 이케아코리아 광명점이 드디어 문을 열었다. 이케아가 한국 진출을 위한 1호 매장부지로 광명시를 확정한지 2년 만이다.

그 당시 광명 가구단지 상인들과 소상공인들은 아케아의 진출에 가장 거세게 반발했다. 거대 유통망에 수천가지 제품군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이 들어오면 지역 상권이 다 죽을 것이라는 우려였다.

여론도 이들의 편이었다. 광명시가 중재에 나섰고 이케아코리아는 지난 4월 광명시와 당시 중소상인들고 구성된 ‘이케아 광명입점저지 대책위’와 3자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이케아코리아는 매장 건물내 일부공간을 중소가구업체의 공동 전시판매장으로 제공하겠다는 약속했다.

사실 지역 소상공인들에게 동정적이었던 여론과 언론의 시선은 과연 이케아가 이같은 상생의 약속을 잘 지킬 것인가에 쏠렸다.

지난 10월 국회의원들도 국정감사에 이케아코리아 관계자를 증인으로 불러 상생의 약속을 재차 확인했다. 광명의 사례가 향후 이케아가 국내에서 매장을 확대할 때마다 되풀이될 수 있는 지역 중소상인들과의 갈등을 해결하는 선례가 될 수 있어서였다.


하지만 정부와 입법부까지 나서 만든 ‘상생’의 밥상을 걷어찬 것은 광명시 가구협동조합이었다. 가구협동조합은 이케아가 내준 공간을 편의점과 안경점 등 4-5개의 외부 업체에 임대하고 그 수익을 받기로 했다고 한다. 그동안 목청껏 외쳤던 생존의 문제보다도 작은 임대료가 먼저였던 셈이다.

가구협동조합의 변명은 궁색하다. 조합 관계자는 "이케아가 제공한 전체 1157㎡(350평) 공간 중 360㎡(110평) 만 임대를 주고, 나머지 공간은 광명시 가구업체 홍보관으로 꾸밀 계획“이라며 "임대수익은 홍보관을 운영하는 데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케아가 제공한 매장은 사실 주차장 한 편에 있다. 위치로 보면 상생이란 말이 옹색할 정도다. 하지만 광명의 사례로 앞으로 국내 중소상인들의 입장은 더욱 옹색해지게 생겼다. 이런 식이면 누가 그들을 위해 나설 것인가. 미꾸라지 한 마리가 연못물 전체를 흐려놓은 셈이다.

이케아는 앞으로 고양 등에 공격적으로 매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일로 인해 지역 상인과 소상공인들이 ‘상생’을 외칠 때 이케아의 귀에는 어떤 의미로 들릴지. 답답하고, 착잡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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