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등 공기업 '슈퍼 갑질'에 칼 빼든 공정위

머니투데이 세종=정진우 기자 | 2014.12.18 16:24

(종합)공정위, 4개 공기업 불공정행위에 과징금 160억 부과...LH 등 추가 조치 예정

한국전력과 한국도로공사, 코레일, 한국가스공사 등 일부 공기업들이 계열회사에 부당지원을 하거나, 하도급업체에 불공정행위를 하다가 당국에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8일 이들 공기업이 계열사 등에 부당지원 행위를 했고,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각종 불공정행위를 일삼았다면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54억4500만원을 부과했다. 한전과 코레일은 공기업 집단 소속회사의 공시의무 위반으로 5억3000만원의 과태료를 추가로 부과 받았다.

공정위에 따르면 한전의 요청에 따라 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 등 5개 발전 계열사는 2008~2012년까지 5년 동안 수의 계약을 통해 '화력발전소 연료·환경설비 운전 및 정비용역'을 한전산업개발에 넘겼다. 또 자회사인 한전KDN엔 IT관련 단순상품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거래금액의 약 10%에 해당하는 일명 '통행세'를 취득하게 해줬다.

이밖에 거래상대방에게 귀책사유가 없는데도 예정가격 작성시 착오가 있었음을 주장하면서, 총 80건에 달하는 계약건에 대해 공사대금을 회수하거나 계약금액보가 감액해 지급했다. 이외에도 협력업체 직원에게 한전의 업무를 대행하도록 했고, 5개 계열사와 대규모 내부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공시의무를 위반했다. 공정위는 한전과 발전자회사들에게 과징금 106억700만원과 과태료 4억5500만원을 부과했다.

도로공사는 퇴직자 설립회사를 부당 지원하다 적발됐다. 2012~2014년까지 3년간 '고속도로 안전순찰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수의계약을 통해 퇴직자 설립회사와 거래하면서, 경쟁입찰이 이뤄진 경우의 평균낙찰률보다 8.5%포인트 높은 낙찰률을 적용해 퇴직자를 지원했다. 공정위는 도로공사에 18억9800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코레일도 계열사 부당지원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코레일은 2009~2013년까지 4년간 소유하고 있는 부지내에서 코레일네트웍스가 주차장 사업을 하도록 하면서, 코레일에 내야하는 부지사용 대가를 현저치 낮춰줬다. 또 코레일유통의 광고계약 체결시 부당한 거래조건을 설정했고, 대규모 내부거래 공시의무도 위반했다. 코레일과 3개 계열사는 17억300만원의 과징금과 7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 받았다.

가스공사는 각종 비용을 미지급하다 적발됐다. 2009~2014년까지 5년 동안 자신의 귀책사유로 인해 공사가 연장되거나 공사가 정지된 경우 간접비와 보증수수료, 지연보상금을 일절 지급하지 않았다. 공사대금도 부당하게 깎아서 계약을 맺었다. 공정위는 가스공사에 12억3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처럼 공정위가 공기업들의 '슈퍼 갑질'에 칼을 빼든 건 공기업이 독점적 발주자·수요자로서 거래규모가 크고, 불공정행위의 파급효과가 민간업체에 비해 훨씬 크기 때문이다. 공기업이 거래 상대방인 대기업에게 불이익을 주는 불공정행위를 할 경우, 그 대기업은 하도급 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중소기업에게 불이익을 주는 등 연쇄적인 불공정행위를 할 수밖에 없다. 또 공기업이 계열회사나 퇴직자 재직회사 등 자신과 특별한 관계가 있는 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할 경우 건실한 민간업체마저 고사하는 일이 벌어진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공기업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 개선의지를 강하게 나타냈다. 이번 공기업 갑질 청산 작업을 공기업 개혁의 중요한 한 축으로 보고, 불공정행위를 뿌리 뽑겠다는 것이다. 정 위원장은 이번에 조치한 4개 공기업 집단 이외에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다른 공기업들에 대한 불공정거래 혐의에 대해서도 처리할 방침이다.

정 위원장은 "내년 이후에도 공기업의 불공정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할 계획"이라며 "위법행위 적발시 엄중 제재해 공기업의 거래질서를 정상화하고 갑질 문화를 뿌리뽑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전은 이날 공정위 조치를 계기로 대외거래시 관련 제도와 업무 프로세스를 정비해 불공정거래를 사전에 예방하는 등 공정거래 문화 정착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위해 업무유관 부서와 그룹사 공정거래 담당자가 참석하는 태스크포스팀(TF)을 통해 제도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전 관계잔느 "대규모 내부거래시 반드시 법무 자문을 거치도록 제도화할 예정"이라며 "공정거래 관련 법령위반 여부에 대한 법률검토제를 시행하고, 계열사간 중요거래의 경우에도 사내변호사가 계약서를 사전 검토하게 하는 등 부당한 거래 발생을 사전에 예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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