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보는세상]중산층과 '소장펀드'

머니투데이 최석환 기자 | 2014.12.18 08:43

편집자주 |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30평(100㎡)대 아파트에 살면서 빚이 없고 월급 500만원 이상에 자동차는 2000cc급의 중형차를 타며 1억원 이상의 통장잔고를 보유하고...'

지난해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화제가 된 '나라별 중산층 기준'이라는 글에 소개된 우리나라 중산층의 기준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6월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나온 결과도 비슷하다. 이 보고서에서 제시한 이상적인 중산층은 월평균 515만원을 벌어 341만원을 생활비로 지출하고 35평짜리 주택을 포함해 6억6000만원의 순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계층이다. 한국사회학회 조사(2013년)에선 '자산 10억원, 연봉 7000만원'이 중산층의 조건이었다.

서두부터 장황하게 중산층 얘기를 꺼낸 이유는 '소득공제 장기펀드(소장펀드)' 때문이다. 소장펀드는 정부가 지난 3월 서민·중산층 근로자의 재산 형성과 장기투자를 지원하기 위해 도입한 절세상품으로 연말정산을 앞두고 주목받고 있다. 소장펀드에 가입하면 연간 펀드 납입액 600만원 가운데 40%인 240만원 한도까지 소득공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연 소득이 5000만원이라면 연간 39만6000원 정도의 환급 효과를 보는 셈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이 같은 혜택을 갖춘 소장펀드에 4조원 가량의 자금이 몰릴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11월 기준으로 가입액이 1714억원에 그쳤고, 가입계좌도 23만5000여개에 머물러 있다.

원인은 가입조건이 현실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소장펀드는 전년 기준으로 연간 총급여액이 5000만원 이하의 근로소득자만 가입이 가능하다. 정부는 전체 근로자(1400만명)의 87%에 해당하는 5000만원 이하의 근로자를 서민·중산층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이들 중 소장펀드에 가입한 근로자는 2%에 불과하다. 결혼해 자녀를 키우면서 연소득 5000만원 미만으로 생활하는 경우 위험자산인 펀드에까지 투자할 여력을 많지 않다. 금융투자업계가 투자여력이 있는 중산층, 다시 말해 연간 소득 5000만~8000만원 구간에 있는 근로자가 빠졌기 때문에 소장펀드 가입실적이 부진하다는 진단을 내놓는 이유도 여기 있다.


나성린 새누리당 의원도 "가입기준 소득금액이 낮아 노후대비와 자녀 학자금 등 목돈 마련이 필요한 중산층 근로자들이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소장펀드 가입이 저조하다"며 소장펀드 가입자격을 총급여 8000만원 이하 근로자까지 확대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대표로 발의했다.

정부는 올해 월세 세액공제 제도를 도입하면서 중산층의 기준을 총급여 7000만원으로 확대했다. 이른바 '장마'로 불리면서 2012년까지 대표적인 절세상품으로 인기를 끌었던 장기주택마련저축(펀드)도 연간 연소득 8800만원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도 왜 유독 소장펀드만 가입조건이 연소득 5000만원 이하로 기준이 까다로운지 이해할 수 없다. 연소득 5000만원 이하가 서민·중산층을 구분하는 절대기준이 될 수 없다는 얘기다.

국회와 정부는 이번 기회에 세법 조항별로 다르게 적용되는 중산층의 기준을 정비하면서 '유리지갑'이라 자조하는 월급쟁이들의 자산 형성을 도와줄 수 있는 세제 혜택 방안을 고민해보길 기대해본다. 중산층에 대한 세제혜택을 세수 감소로 부정적으로 볼 일은 아니다. 중산층이 자산을 형성할 수 있어야 국민들의 노후를 보장하는데 드는 정부 지출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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